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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해외에서 명절을 잊고 산 지 어언...

by 낭시댁 2023. 10. 8.

이사전부터 냉장고를 털어먹느라 냉장고가 텅텅비어있다. 

 

가장 간절한 것은 김치...! 

 

김치랑 밥만 있어도 간단하게 맛있게 먹을수 있는데... 

 

 

마침 한국인 동생이 시내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하길래 짐정리는 내팽개치고 배추도 살겸 기쁘게 달려나갔다. (나이를 먹으니 누가 불러주면 이렇게나 기분이 좋다ㅋㅋ) 

가을날씨 참말로 좋구나! 역시 나오길 잘했어! 

 

조금 일찍 도착했던 나는 까페테라스 앉아 화창한 가을 날씨를 만끽했다.

 

잠시후 도착한 동생이 내가 안보인다며 헤매다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엥? 어디에 있는거니...?

그때 까페 점원께서 오시더니 웃으며 동생이 있는곳에 손가락을 기리키며 물으셨다.

 

"혹시 저분을 찾고계신가요?"

 

우리는 한국어로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이분은 느낌상 우리가 서로를 찾아 헤매고 있다는것을 감지하셨던것이다. 덕분에 서로를 찾아낸 우리는 깔깔웃으며 고맙다고 말씀드렸다.  

 

"서로 비슷한 언어를 쓰시는것 같았는데 왠지 서로를 찾고 계신것 같더라구요.호호" 

 

우리는 각각 까페올레(라떼)와 까페알롱제(연한커피)를 주문했다.

커피와 함께 각각 우유와 물이 서빙된다.

내가 마신 디카페인 까페올레는 한잔에 2.9유로였다. 요즘 환율로 4천원 정도? 한국 커피숍보다 저렴한데다 이렇게 기분좋은 야외 테라스에서 마실수 있으니 너무 좋다. 나는 집에서 가져온 초콜렛과자까지 꺼내놓고 느긋하게 수다를 떨었다. 

 

역시 타국에서 이렇게 한국어로 수다를 떠는것은 크나큰 즐거움이고 힐링이다! 특히 화창한 날 테라스 까페가 짱이다!

 

 

 

그런 후 중국마트에 들러서 드디어 배추를 샀다. 

 

평소 김치는 한통씩만 담지만 이번에는 좀 욕심내서 두통을 샀다. 김치도 하고 배추전도 실컷 해먹을라고... 

집에 오자마자 절여서 김치를 담았다. 덕분에(?) 아직 정리가 덜된 부엌이 더 난장판이 되었다.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구먼! 

 

배추 겉잎을 따로 떼어놨다가 배추전도 부쳤다. 이것이 오늘의 저녁메뉴! 

나홀로 명절이다. 

친정엄마에게도 사진을 보내서 자랑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화상전화를 드렸더니 우리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딸이지만 참 대단해. 다른 자식들은 몰라도 네가 못챙겨먹고 지낼까봐 걱정은 내가 절대 안한다. 혼자 먹을거라면서 어찌나 잘해먹는지... 나라면 김치는 커녕 맨날 밥에 물말아먹었을거야." 

 

"아... 여름에 엄마가 내밥에 얼음물 말아줄때 정말 싫었어. 반찬은 풋고추에 된장..." 

 

"그게 어때서!" 

 

우리 엄마는 머나먼 타국에서 혼자 명절을 보낸 막내딸이 안쓰럽지도 않은가보다. 

 

식구들은 이날 삼겹살도 굽고 문어 숙회까지 먹었다고 한다. 쩝... 

그래도 나는 김치 두통이 있으니 세상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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