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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학교에 가면 나도 젊어진다.

by 낭시댁 2023. 10. 9.

에리카가 오랜만에 학교에 가보자고 연락이 왔다.
 
지난 학기동안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중 많은 수가 여전히 어학당에 다니고 있는 상태인데 이날에는 그 친구들이(모두들 같은반임) 오전수업뿐이라며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다같이 만나 점심을 먹자는 제안이었다. 
 
좋은생각!
 
마침 커피마시러 가자고 연락이 왔던 핀란드인 친구 엘라도 불러서 함께 갔다. 엘라는 내 첫학기때 한반이었던 친구인데 21살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너무 성숙하고 스윗한 친구이다. 대화를 하다보면 스무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난다는걸 자꾸 잊게된다. 
 

딱 걷기좋은 날씨였는데 늦어버려서 버스를 탔다. 
 
낮기온은 18도였지만 저녁기온은 11도까지 떨어질 예정이었다. 오늘은 늦게 들어갈 예정이라 자서방의 조언에 따라 패딩조끼까지 가방에 챙겨왔다. 
 

오랜만에 학교에 오니 너무 좋다. 세학기나 다녔지만 나는 영원히 학생이고 싶다. 
 
카페테리아 앞에 모여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한명 한명 차례로 씨게 안아주었다. 아 진짜 보고싶었다 얘들아... ㅠ.ㅠ
 
다들 우리집 이사얘기를 물었다. 초대약속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ㅎㅎ
 
미안하지만 아직 정리가 끝나려면 멀었어... 

내가 주문한 메뉴는 학생세트!  
참치샌드위치, 요거트, 바나나로 구성되어 3.30유로인데 복숭아 아이스티를 하나 더 추가했다. 참치샌드위치만 먹어도 양이 많아서 푸짐한데 두시간 동안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남김없이 다 먹었다. 그동안 밀린 수다가 폭발했다.
 
다른친구들은 밖에서도 종종 만나는데 무슬림 친구는 음식에 조심하느라그런지 밖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어서 제일 반가웠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인 시리아 친구에게 내가 무료 컨설팅을 받듯이 이것저것 질문을 쏟았더니 알마가 옆에서 계속 웃었다. 
 
알마는 오리엔테이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는데 20살 콜롬비아 소년과 도서관에 갔다가 그곳 직원이 알마를 학부형으로 오해하고 "아드님을 위해 도서관 투어를 시켜드릴까요?"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나도 친구들을 따라 배꼽이 빠져라 웃다가 갑자기 현실을 깨닫고는 "나는 별로 안웃겨." 라고 말했다. 남얘기 같지가 않아서 ㅎㅎㅎ 엘라랑 다닐때 나를 엄마로 보는 사람은 아직 없었기를...;;
 
 

친구들에게 그들의 새 친구들을 소개받기도 하고 선생님들의 안부를 전해듣기도 하면서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이랑 프랑스어 연습도 할수 있으니 얼마나 유익한지!
사정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야 했던 친구들은 나더러 매주 목요일마다 오라고 말했다.
 
"나 진짜 그럴까? 내 매주 목요일마다 놀러올까?"
 
농담섞인 말이었는데 내 말에 엘라가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이 안만나주더라도 나는 다음주 목요일에 엘라랑 카페테리아에서 학생메뉴를 사먹기로 했다. 학교 카페테리아 너무나 좋은것ㅋㅋ 
 
 

 
이날 저녁에는 친구들과 오페라에 가기로 했다. 무료 공연정보를 항상 잘 찾아내는 에리카가 이번에도 한 건했다. 
 
[학생들의 파티] 라는 이름의 이벤트였는데, 학생증을 소지했거나 30세 이전의 사람이라면 누구든 무료로 참여할 수가 있었다.
엄밀히보자면 나는 학생도 아니고 서른살 미만도 아닌데 학생증이 2023년까지 유효하므로 뻔뻔하게 가보기로 했다.
 
그래도 좀 민망하다고 말했더니 에리카가 본인도 마찬가지라며 신경쓰지말자고 용기를 주네ㅋ
그래 가보자! 무료 혜택 받을 수 있는건 다 해봐야지!  
 

 
 
엘라는 낭시에 2년넘게 살면서도 오페라 안에는 한번도 못들어가봤다며, 안에 들어가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난다고 좋아했다. 공연과함께 무료 음료가 제공된다고 한다. 
 
에리카는 다음날 저녁에도 무료 공연이 있다며 친구들을 모두 초대했다. 축구를 하면서 발레를 하는 공연이라고 한다. 그런 공연이 존재한다는것도 신기한데, 이런 정보들을 항상 꿰고있는 에리카도 대단하다. 아 친구로서 아주 고마운 존재다. 
 
"오페라 행사는 저녁 6신데 그때까지 뭐하지?"
 
"벌써 5시 다되가는데?" 
 
헐ㅎㅎㅎ 수다떨다보니 시간가는줄도 몰랐다. 
 
카페테리아 관계자님 죄송합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시끄럽게할것 같아요... 
 
젊은 학생들을 만나니 괜히 나까지 젊어지는 기분이다. 친구들아 나랑 오래오래 친구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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