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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드디어 우리집이 생겼다

by 낭시댁 2023. 9. 30.

드디어 아파트 최종 계약하는 날이 왔다. 
 
참 신기하게도 아직 최종 계약서에 사인도 안했는데 이전 주인은 벌써 이사를 나갔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계약을 파기하면 패널티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순서가 뒤바뀐게 아닌가 싶은 느낌;; 
 
 
우리 부부는 공증사무소에서 집주인을 만나기에 앞서 한시간쯤 일찍 도착해 시부모님과의 공증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아파트 가격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시부모님께 빌린 것인데 그 금액에 대한 절차였던 것이다. 
 

가을날씨가 정말로 화창하다! 

현대식 미니버스가 올드타운 거리를 지나는 모습이 사뭇 인상적이었다. 

시부모님께서는 쿨하게 큰 금액을 빌려주시면서도 정말 꼼꼼하게 상환계획을 제시하셨다. 
 
빌리는 금액의 절반은 유산을 미리 받는것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 10년간 갚기로 했다. 그 사이 혹시라도 시부모님께서 돌아가시는 경우에는 시동생과 어떻게 정리가 되는지까지 자세히 명시되어있었다.
 

 

 
시부모님과의 공증절차가 끝났을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집주인의 일행이 들어왔다. 집주인, 부동산 중개인 그리고 그쪽 법무사 이렇게 세사람이었다. 
 
우리쪽 법무사는 집주인 일행에게 우리 시부모님을 소개했다. 무료 대출을 제공해주신 너그러우신 분들이라고 말이다. (우리쪽 법무사는 젊은 여성인데 농담도 잘하고 꼼꼼한 인상이다.)
 
지루한 계약서 확인이 다시 시작되었다.
 
집주인의 직업과 전남편 이름에 결혼 날짜 그리고 재혼여부가 명시된 계약서 앞부분에서만 꽤 흥미롭게 집중하다가 그 이후부터 나는 집중력을 잃어버렸다. 
 
가계약때와 차이가 있다면 계약서상에 시부모님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돈을 빌리는건 우리쪽 사정인데 집주인과 공유하는 계약서에 시부모님과의 돈거래까지 포함되는게 나는 또 한번 신기했다. 
 
계약서 뒷부분에는 이 아파트에 살다간 최초 주인에 대한 정보도 소개돼 있었다. 별별게 다있구나... 
 
 
길고 긴 계약서 확인을 끝내고 서명까지 완료한 후 자서방은 준비해온 메모를 펼쳐서 집주인에게 몇가지 질문들을 했다. 
예를 들면 욕실 천장에 스피커 작동법이라던가(난 그게 스피커인줄도 몰랐음) 인터넷업체, 쓰레기 및 분리수거 방법 등등... 
우아한 중년의 여주인은 쿨하게 전화번호까지 남기며 궁금한게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다. 
 

 
"와! 기차다." 
 
공증사무소를 나오는데 우리 눈앞으로 관람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곳 올드타운은 저렇게 한번 둘러볼 만 하지. 정말 아름답잖아. 수백년이 흘렀어도 이렇게 생활터전으로 남아있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지않아?"
 
"맞아,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다음에 저거 같이 타자." 
 
내 말에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는 자서방.
 
내가 계속 대답을 기다리는 표정으로 얼굴을 빤히 쳐다봤더니 마지못해 이렇게 대답했다. 
  
"어, 그래 언젠가는." 
 
그 언젠가는 절대 안온다는 소리인듯하다.  

길고 긴 계약이 끝났고 우리부부는 이제 진짜로 집주인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기전 시부모님과 함께 새 아파트에 들러서 한번 더 둘러보았다.
 
프랑스에 온지 3년만에 시부모님 덕분에 내집도 장만하고 10년짜리 체류증까지 받고나니 이제 정말 낭시주민이 다된 기분이다. 
 
그러니까 관광객들이 타는 관람열차는 쿨하게 포기할 수 있다구... 
 


행복한 추석연휴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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