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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새 화장실을 갖게된 고양이는 전혀 기쁘지않다.

by 낭시댁 2023. 10. 16.

이사하기 2주쯤 전에 우리집으로 커다란 택배가 도착했다.
 
"우리도 새집에 가니까 무스카델에게도 좋은 화장실을 선물하고 싶었어." 
 
새로운 고양이 화장실을 주문하기전에 나한테도 보여주긴 했었는데 나는 그냥 건성으로 대답하고 말았었다. 그런데 당장 주문할줄이야... 
 
"이사하고나서 주문하지그랬어... 짐을 하나라도 줄이게." 
 
"나도 그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무스카델은 낯선 새집에 적응하는것도 쉽지 않을거야. 그래서 이사전에 미리 적응시키는게 조금더 마음을 안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  

남편은 커다란 고양이 화장실을 꺼내서 신나게 기능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레버로 배설물을 걸러낼수가 있어. 따로 삽으로 골라내지 않아도 된다구." 
 
아... 이거 정말 무스카델을 위한 선물이 맞는건가. 무식이 배설물은 자서방이 도맡아서 하고 있는데 그냥 본인이 더 편하자고 주문한것만 같다 ㅡㅡ; 나는 그냥 아무 기능없는 단순한게 더 좋은데! 
 

무스카델은 새 화장실이 어색하고 무서운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런 무스카델을 끌어앉고 자서방은 화장실을 직접 소개해주었다. 
 
"자 이 안에 들어가봐. 훨씬 넓어졌지? 여기에 모래도 있으니까 밟아봐." 
 
무스카델을 화장실 안에 넣어놓고 참 자상하게도 설명해준다. 정작 무스카델은 안들리는 표정인데. 빨리 나가고싶다는 표정만 짓고있었다 ㅎㅎㅎ 
 
 

내 화장실이 왜 저기에 있는건데... 모래도 없고... 젖어있네... 이해가 안가...
 
옛날 화장실을 씻어서 욕조에 엎어놨는데 무스카델이 그걸 물끄러미 쳐다보고 서있었다ㅋㅋㅋㅋ 
너무 웃겨서 자서방을 불러왔더니 자서방이 또 무스카델을 안고 새 화장실로 데려가서 한번 더 새 화장실을 소개했다ㅋㅋㅋㅋ 
둘다 웃겨죽겠네ㅎㅎㅎ
 

 
그런데 다음날 무스카델의 화장실을 확인해보니... 배설물이 전혀 없었다. 응가도 소변도... 참은것이다 ㅠ.ㅠ 
낯선 화장실이 무서웠나보다... 어쩌누... 
 

화장실이 마음에 안들어서 아무데나 싸면 어쩌나 싶었는데 우리 착한 무스카델은 밤새 그냥 꾹꾹 눌러참은것이다. 
 
나는 옛날 화장실을 다시 꺼내오려고 했다. 하지만 자서방은 조금만 더 기다려봐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무스카델은 응가를 했다........
 
화장실 바로 코앞에 말이다............. 
 
 
화장실에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못들어가고 그 앞에다 본 것이다.......... 
 
 참다참다 봤는지 양도 꽤 많……

 다른데다 본것도 아니고 화장실 코앞에다 본걸 보니 그 갈등이 느껴져서 또 쨘하네;;
이러면 안되는걸 알긴 알아서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노력은 했지만 또 그게 쉽지않았던것이다. 불만을 표시하고 싶었다면 침대위나 소파위에다 볼 수도 있었을텐데 화장실 코앞에다…
나름 또 기특하기도하다;
 
 
다시한번 옛날 화장실을 가지러 가려던 나를 보고 자서방은, "오늘 하루만 딱 기다려줘. 한번만 더 실패하면 내가 깨끗하게 포기할게." 라고 말했다. 

자서방은 무스카델을 안고 화장실 안에다 여러번 넣어주면서 애원(?)을 하고 적응을 시켰다.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도록 반복반복... 
 

그리고 무스카델은 매번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바로 성공했다. 무스카델이 스스로 화장실에 들어가서 볼일을 보고 모래를 덮고 나온것이다. 
 
그때 우리 부부는 무스카델을 엄청 칭찬해주고 간식을 주며 기뻐했다. 
 

내가 뭘 잘한거냥...? 

 
자서방은 자기말이 맞았다며 의기양양했다. 
 
고양이들은 낯선 물건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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