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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장보기 중 기분 좋은 순간

by 낭시댁 2023. 10. 24.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리들에 갔다. 일찍 일어나도 리들가고, 그냥 외출이 하고싶을때도 리들에 간다. 만만한 리들. 기분이 좋아지는 곳 리들. 직원들은 불친절하지만 사랑하지 않을수 없는 리들리들...
 
역시 어제 앱으로 예습했던 대로 뿌아호가 세일중이다! 

한단에 1.29유로면 정말 싸다! 

그런데 이파리들이 왤케 시들시들하지... 
 
우리 시어머니는 푸른잎은 어차피 거의 안드신다며 상관없다고 하셨겠지만 나는 푸른잎도 먹는다. 대파가 없는 이 동네에서 이것과 비슷한 대파의 대체식품은 없으니까... 
 
아무튼 그나마 더 깨끗한 뿌아호를 고르기 위해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옆에 나와 같은 행동을 하고 계시는 검은머리의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굉장히 외소한 체격이셨는데 갑자기 나를 돌아보시더니 환하게 웃으셨다. 
 
"전부다 상태가 비슷하네요..." 
 
내 말에 이 할머니는 한번더 고개를 돌려서 환하게 웃으셨다. 
 
프랑스어를 못하시나보다. 필리핀이나 태국등 동남아에서 오신 분 같았다. 같은 아시아인이라 괜히 반가웠는데 이분도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듯 했다. 말대신 표정으로 나를 향한 반가움을 최대한 표현하고 계셨던 것이다. 
 
"에고, 그냥 이걸로 사야겠네요. 좋은하루되세요." 
 
나는 그분께 인사를 하고 바나나를 보러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잠시후 이 할머니께서 나를 찾아오시더니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하셨다.
 
뿌아호가 입구쪽에도 있었는데, 본인이 고른 깨끗한 뿌아호를 보여주시며 두번째 나무상자를 손가락을 가리키셨다.  

할머니께서 알려주시는대로 맨 위 상자를 들추고 두번째 상자를 보니 과연 싱싱한 뿌아호가 가득했다! 그것도 세뿌리가 아니라 네뿌리가 한단으로 묶여있었다.
 
말이 안통하니 나는 더 과장된 표정과 손짓으로 할머니께 감사인사를 드렸다. 눈을 크게뜨고 손뼉을 치고 쌍따봉을 드린 후 마지막으로는 고개를 숙여 Merci! 라고 한국식 인사도 드렸다. 할머니는 내가 뿌아호를 다 고를때까지 끝까지 옆에 서서 지켜보고 계셨다. 마치, 네가 오늘 싱싱한 뿌아호를 사갈 수 있도록 내가 지켜보겠어! 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말이 조금이라도 통했다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다.
다음에 만나면 먼저 인사해 드려야징. 말이 안통하는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작은 살가움도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나역시 겪어봤으니까.
 

 
오늘은 이분 뿐만이 아니었다.
 
리들 앱 쿠폰을 받은게 있는데 참치캔, 고등어캔, 렌틸캔 이 세가지 제품 중 하나를 공짜로 얻을수가 있었다. 
 

그 중 렌틸콩을 찾고 있었는데, 히잡을 쓰신 무슬림 할머니께서 오시더니 (리들에서 꽤 자주 만난 분이다.) "쿠폰받았어요? 뭐 찾고 있어요?" 라며 살갑게 말을 건네오셨다. 
 
내 휴대폰에 있는 쿠폰을 확인하시더니 본인께서 제품을 찾아주기 시작하셨다. 
 
"렌틸이 없으면 고등어는 이쪽에 있을텐데..."
 
"고등어도 다 나갔나봐요. 쿠폰 기한이 있으니 다음에 다시 보죠 뭐."
 
내가 괜찮다고 했는데도 이 할머니는 계속해서 나를 위해 렌틸이나 고등어 캔을 찾고 계셨다. 그래서 내가 한동안 자리를 뜰수가 없었다ㅎㅎㅎ 
 
나중에 나는 할머니께 좋은하루 되시라고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정 많은 사람들은 어딜가나 있구나. 기분 좋은 아침 장보기였다. 기분이 좋아지는 곳 리들 
 

뿌아호는 부피가 커서 그대로 냉장고에 넣을수가 없으니 바로 손질을 해야 한다. 
 
뿌리를 자르고 잎이 갈라지는 곳 까지 절단 한 후, 잎은 한장한장 떼서 씻어야 한다. 구석구석 흙이 많기때문이다. 

푸른잎은 따로 담아서 국끓일때 대파대신 사용할거다. 이것도 파 친척이라고 써느데 눈물이 앞을 가리네 흑흑... 

따로 담은 뿌아호 두봉지는 냉동실에 넣었다. 이 정도 양이면 키쉬를 두 번 해먹을 수 있다. 

남편아, 곧 키쉬 만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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