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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불닭볶음탕면... 한번으로 족하다.

by 낭시댁 2023. 10. 18.

비가오더니 기온이 뚝 떨어진 날. 

뜨끈한 국물이 먹고싶긴 한데 요리하긴 좀 귀찮고... 마침내 떠오른 컵라면이 생각났다. 일전에 한국이 동생이 놀러오면서 독일마트에서 사온거라며 베트남 컵 쌀국수랑 불닭볶음탕면을 사왔는데 아껴두고 있었던 것이다. 

수비드로 익혀둔 닭가슴살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양배추피클로 섬유질을 보완했다.

 

아주 맛있었다. 컵라면 먹어본 게 진짜 오랜만인데 이런 편한맛에 먹는거구나...

 

동생이 주고간 불닭볶음탕면은 어떻게 먹는거지...? 국물이 있지만 동생 말로는 불닭볶음면보다 덜맵다고 한다. 믿어도되려나... ㅡㅡ;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순두부를 넣고 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오 순두부 먹고싶은데 얼큰한 순두부 기대된다!!

 

다음날 바로 아시아마트에 가서 두부를 사왔다. 순두부를 따로 고를 필요가 없었던것이, 내가 사는 두부마다 전부다 순두부처럼 쉽게 부서지더라... 그래서 이번에도 아무거나 골라봤는데... 이건 또 단단하네 ㅡㅡ;?? 단단한 두부를 먹고싶을땐 다 부서지더니 정작 필요할땐 단단한 두부가 걸리다니. 

 

물론 중국산을 피하기위해 제조국가는 꼭 확인하는데 이건 메이드인 프랑스라고 써져있다. 

불닭볶음탕면을 라면처럼 끓이다가 (단단한)두부를 잘라넣고 마지막에 계란을 하나 깨넣었다. 

국물을 한숟가락 떠먹어보니 달큰하고 심하게 얼큰하다. 맛있긴한데 매운맛에 정신이 번쩍 떠졌다.

 

저녁에 자서방이 티비보는데 그 옆에서 내가 이걸 울면서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본 심하게 매운맛... 이정도의 매운 음식을 내가 언제 또 먹어봤냐면... 어릴적 우리 엄마가 떡볶이를 만들어줄때마다 이랬다. 오뎅도 안넣어주셨던것 같고 집 고추장을 시뻘겋게 넣고 만드셔서 당시 어린이들이었던 우리 삼남매는 딸꾹질을 하면서 먹었다. 그래도 맛있어서 계속 먹긴 했는데 아빠가 먹지말라고 말리시면서 엄마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셨다. 본인도 매워서 못드시겠다고 하시면서 ... 

 

이 불닭볶음탕면을 먹는데 발이 자꾸 움찔거렸다ㅋㅋㅋ 매운거 먹으면서 발이 움찔거리는 경험은 생애 최초였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자서방이 나더러 왜 스스로를 고문하냐고 물었다. 그러게나말이다ㅎㅎㅎ 아까워서 버릴수가 없잖아. (미친듯 매운데 맛이 또 영 없지는 않았음)

 

인터넷에 보면 사람들이 이걸 먹고 남은 국물에다 죽까지 만들어 먹는다던데 그들의 위는 철로만들어진건가 싶다. 

 

그래도 동생아 잘 먹었다! 세상에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의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특히 내 주변에도 불닭볶음면 좋아한다는 외국인들이 꽤 있다.)

 

 

남은 반모의 두부로는 다음날 된장찌개를 끓였다. 

놀란 내 위장을 달래줄 필요가 있었다. 

우리 엄마가 자주 끓여주시던대로 무랑 배추를 듬뿍 넣었다. 

요즘 리들에 순무를 파는데, 이게 썰다가 그냥 집어먹으면 어찌나 달고 시원한지! 썰면서 엄청 집어먹었다. 

 

나는 찌개나 국을 끓일때는 일부러 국물에 비해 건더기를 많이 넣는다.  

감자볶음에 계란후라이 그리고 얼마전 새로 담아서 신선한 맛이 좋은 김치까지 담아서 발코니에서 먹었다. 

역시 된장찌개가 최고다. 

그 다음날에는 남은 된장찌개와 남은 감자볶음을 넣고 비벼먹었는데 캬... 이게 또 끝내준다. 

 

불닭볶음면 종류는 나는 앞으로 절대 못먹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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