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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에서 분리수거하기

by 낭시댁 2023. 10. 17.

새로 이사온 아파트에는 쓰레기통이 여러개있다. 

잡지나 신문을 버리는 통과 유리병을 버리는 통은 따로있다.  

 

그리고 길게 늘어선 초록색 쓰레기통은 모두 일반 쓰레기다. 이전 집에서는 복도에서 바로 쓰레기를 버리는 통로가 있어서 아주 편했는데;; 여기서는 밑에까지 들고내려가야하는구나...

 

그리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통은 노란색 두껑이다.  

 

이사포장에 썼던 종이 쓰레기가 산더미같이 있어서 한번에 버리려고 했는데 두껑이 안열리네? 양쪽에 연습장만한 작은 두껑이 두개 달려있는데 그것만 열린다. 모두 낱개로 버려야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우리처럼 한번에 많은 양은 버리지를 못하는 것이다. 

 

종이, 플라스팅, 알루미늄을 분리하기 위함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다. 안에는 그 세가지 쓰레기가 뒤섞여있었다. 

 

하아... 그러니까 재활용쓰레기들은 따로 하나하나 저 구멍속으로 넣어야 된다는 말이지... 그런데 저 구멍보다 더 큰 쓰레기도 많은데 그건 어쩌라고...?

 

갑자기 내 필리핀 친구가 분리수거따위는 귀찮아서 안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일반쓰레기는 얼마든지 부피가 커도 한번에 버릴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편한것이다. 

 

이전 집에 살때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때는 이런 봉지를 사용했다. (에코삭이라고 부른다.)

 

분기마다 시에서 두묶음씩 나눠주는데 종이, 플라스틱, 알루미늄은 여기다가 넣어서 매주 정해진 요일에 집앞에 내놓으면 트럭이 와서 수거를 해 갔다. 그래서 나는 습관적으로 저 봉지에다가 모든 재활용품을 다 구겨넣었고, 세봉지나 버려야 하는데 안에 내용물을 하나하나씩 작은 구멍으로 버리기는 불가능했다. 입구보다 큰 사이즈의 쓰레기도 많았고... 

 

아침에 리들에 가다가 경비아저씨와 마침 마주쳤다. 

 

"봉쥬 무슈, 저 지난주에 이사왔는데요..." 

 

"봉쥬 마담, 네 알고있습니다."

 

친절한 분이셨다. 

 

"이사이후에 재활용 쓰레기가 많이 쌓여있거든요. 그런데 저 쓰레기통은 입구가 너무 작아서 한번에 못버리겠더라구요. 이전 동네에서는 노란색 에코삭에 담아서 정해진 요일에 집앞에 내놨었거든요."

 

"아 여기는 오늘이랍니다. 저한테 말씀해주시면 제가 열쇠로 두껑을 열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매번 부탁을 드려야하나요? 한번에 버리는게 습관이 돼있어서요." 

 

"네, 언제든지 말씀해주시면 열쇠로 열어드릴게요." 

 

아... 왜 때문에... 어차피 아무때나 번거롭게 열어줄거면 왜 두껑을 잠궈놓는걸까... 

 

일단 웃으며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돌아섰다. 그리고 자서방에게 바로 메세지를 보내서 대화내용을 알려줬더니 자서방은 내가 자랑스럽단다. 뭐가? 내가 프랑스어로 경비아저씨랑 대화를 해서 이런 정보를 직접 알아낸 것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ㅡㅡ; 내가 말 하고자 한 요점은 그게 아닌데...... 뭐 자랑스럽다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

 

그날 저녁 우리는 쌓여있던 재활용쓰레기들을 몽땅들고 경비실로 내려갔다. 그리고 아저씨의 도움으로 쓰레기통 두껑을 열고 한번에 투척하는데 성공했다. (봉지안에 플라스틱, 종이들이 한데 섞여있다고 한번더 여쭤봤는데 괜찮다고 그냥 봉지채 버려도 된다고 하셨다.) 

 

 

잠시 후 창밖을 보니 수거트럭이 와서 재활용쓰레기통들을 비워가는게 보였다. 트럭이 자동으로 통을 뒤집어서 쓰레기를 비우는데 이번에는 노란 두껑이 활짝 열리네? 

 

"매번 이렇게 부탁할바에야, 그냥 매주 쓰레기 수거하는 수요일날 저녁에 쓰레기통 옆에다 에코삭을 두겠다고 말씀드리는게 어떨까? 아저씨는 어차피 수요일저녁마다 쓰레기통을 길가로 옮겨야하잖아. 그럼 그때 우리 쓰레기도 통안에 넣어주시면 되지. 일일이 찾으러 다니는것 보단 그게 편하지 않아?" 

 

내 말에 자서방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방법이 있을것 같아." 

 

엥......? 

 

며칠 후 자서방은 경비아저씨가 갖고 계신 열쇠와 똑같은 열쇠를 사왔다!! ㅇ.,0

 

이 똑같은걸 판다고? 

 

"혹시나 싶어서 한번 검색해봤는데 다 똑같은 모양인것 같더라고." 

 

실제로 이웃 동네 쓰레기통도 보니까 다 똑같은 모양이다. 그럼 왜 잠그는거지? ㅡㅡ; 

우리 자서방 당당하게 열쇠로 두껑을 열고 재활용쓰레기를 투척했다. 어찌나 뿌듯해하던지... 저날도 커다란 박스가 있어서 작은 구멍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이래도 되나 싶지만 자서방 말로는 문제될게 뭐가 있냐고 한다. 어차피 부탁할때마다 열어준다고 하지 않았냐면서... 음... 나도 모르겠다. (애초에 저 두껑을 왜 잠그는건지가 가장 궁금하다.) 

이제 이 박스들도 좀 치우지그래...

 

무식아, 박스들은 이렇게 쌓아놨다가 창고로 옮겨놓을거야. 조금만 참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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