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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나라마다 너무 다른 식사초대 문화

by 낭시댁 2022. 5. 16.

우리반을 담당하셨던 세분의 선생님 중 유독 나를 살갑게 대해주신(나만 느낀걸지도ㅋ)선생님 한분이 계시다. 이번학기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직을 하실거라고 하셨다.

"정년퇴직하시기에 너무 젊으신거 아니세요?"

"아, 원래는 몇년더 일하려고 했었는데 이번에 마크롱 대통령이 정년퇴직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고싶다고 했잖니? 사람들이 반발해서 일단 보류하겠다고 했는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서둘러서 은퇴하는거야."

"우리나라는 오히려 정년퇴직을 늦게하고싶어하는데 역시 프랑스는 다르네요."

이날은 이 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업이라 토론식으로 가볍고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했다.

주제는 나라별 식사초대문화

"한국에서는 식전주를 마시지않아요. 술은 빈속에 먹지 않고요, 저녁을 먹고나서, 그때부터가 진정한 시작이지요. 1차, 2차... 취할때까지 마십니다!🤓"



나라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우선 시리아친구가 해 준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리아에서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서 식사를 할 때, 식사 후 집주인이 커피를 내 온다면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집으로 돌아갈때가 되었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여요. 디저트를 먹은 직후에 집주인이 커피를 내오면 무례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하지요."

그 말을 들은 선생님께서는 두손으로 입을 막으시며 당황해하셨다.

"허걱... 나 예전에 시리아인 가족에 초대받았을때 커피 마시면서도 눈치없이 오래오래 앉아있었는데... 그럼 만일 손님이 커피를 마시고도 나처럼 눈치없이 집에 안간다, 그럼 보통 어떻게 하지?"

이번에는 팔레스타인 친구가 대신 대답했다.

"시리아처럼 팔레스타인도 비슷한 문화가 있어요. 대신 팔레스타인에서는 처음 손님을 맞을때도 환영의 커피를 대접하고 마지막으로 떠나보낼때도 작별의 커피를 대접하지요. 그런데 만일 손님이 작별커피를 마시고도 안떠난다면 커피를 한번 더 권해요. 그건 제발 좀 빨리 떠나달라는거지요🤣"

선생님께서는 아무래도 그 날 커피를 두잔을 마시고도 한참 수다를 떨며 안일어났던것 같다며 회상을 하셨다.

페루친구는 집에 놀러온 손님들이 안떠나면 음악을 꺼버린다고 했다.ㅋㅋㅋ


선생님께서는 또 재미있는 일화 몇가지를 말씀해주셨다.

"오래전 내가 콜롬비아에서 일하던 시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어. 그때 콜롬비아 부부에게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그래서 갔더니 테이블위에 볼로네제 스파게티 한접시랑 코라콜라 한병이 딱 놓여있는거야. 그러면서 그 커플이 나더러 먹으래. 그래서 왜 당신들은 같이 안먹냐니까 본인들은 이미 먹었다는거야... 내가 스파게티를 먹는내내 그 커플은 맞은편에 앉아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 그렇게 불편한 식사는 내 생애 처음이었던 것 같아."

"미국에 있을땐, 프랑스인들끼리 오랜만에 모여서 고급 샴페인으로 아뻬리티브를 즐기던 날이었어. 우리끼리 이렇게 맛있는 샴페인은 대체 얼마만이냐며 감탄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뒤늦게 도착한 미국인 한명이 글쎄 샴페인을 한잔 따르더니만 거기에다 레몬아이스티를 붓는거야!! 모든 프랑스인들이 다 얼음이 되었지. 그 미국인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말그대로 얼어붙었어!! 근데 그 미국인은 맛있다며 엄지를 세우는데 그 순간 프랑스인들은 화가났지."

우리 남편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무 상상이가서 나는 큰소리로 웃었다🤣 일전에 독일인 동료가 자기네는 레드와인에 콜라를 섞어마신다는 소릴했던것도 기억나고…

"저는 프랑스인 가족에게 맨 처음 식사초대를 받았을때 좀 힘들었어요. 배고픈데 아무도 식사 준비를 안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뻬리티브로 배를 채우느라 미리 취해버렸어요. 본식을 먹고 한참 떠들다가 치즈를 먹고 또 떠들고 자정이 넘어서 이제는 다 끝났나 싶었을때 디저트가 나오더라구요. 저녁에는 배가 그렇게 고프더니 새벽에는 배가 터질것 같았어요. 다들 계속해서 떠들길래 저는 결국 꾸벅꾸벅 졸았지요."

내 말에 모두들 '프랑스인들은 말하는걸 정말 좋아한다'며 크게 공감했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이 남의집 식사에 초대를 받으면, 이제 가야겠다.. 하면서도 자꾸 안 일어나는거지... 앞으로는 외국인 집주인이 커피를 내 준다면 두번 생각해 봐야겠다..."

선생님께서는 개인적으로 우리반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을거라고 하셨다. 6월쯤에 다같이 모여서 커피나 맥주 한잔하자고 신신당부하셨다. 이렇게 즐거운 토론을 이제는 강의실이 아니라 테라스에 모여 이어갈 수 있다면 나야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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