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델프 시험 첫날이 다가왔다.
나는 첫날에 15분간 말하기 테스트를 보게 되었고 둘째날에는 듣기, 독해, 작문이 2시간에 걸쳐서 한꺼번에 진행이 될 예정이다.
오전 10시반부터 진행된다고 통보를 받아서 여유있게 집을 나섰건만... 버스가 안와서 늦을뻔한것을 트램을 타고 심장이 터질듯이 부지런히 달려서 딱 정각에 시험장소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
시험이 진행되는 강의실안에는 두명의 감독관이 기다리고있었다. 중년의 남녀셨는데, 여자분이 나에게 우선 책상앞에 뒤집어서 늘어놓은 종이중에 두가지를 고르라고 했다. 말하기 시험은 총 3파트로 이뤄져있는데 3번째, 혼자 발표하기의 주제를 고르는 것이었다.
내가 집은 두개의 종이를 꼼꼼히 읽고 있었더니 여자감독관께서 빨리 선택하라며 나를 자꾸 재촉하셨다. 그래도 나는 꿋꿋히 웃으며 다 읽고 나서 하나를 골랐다. [가정내 환경보호 실천]에 관한 주제였다. 가정주부인 저자가 환경보호를 위해 목욕보다는 샤워를 하고, 큰 차는 처분했고 또 샴푸나 샤워젤 보다는 비누를 사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감독관께서는 나에게 빈 종이를 하나 주시며, 교실 뒷편 구석자리에서 3번째 시험을 위한 발표를 준비하라고 하셨다. 나는 종이에다 대충 발표할 내용의 큰 구조만 한글로 띄엄띄엄 쓰고 있었는데 몇분 후 남자 감독관님이 시험을 시작하자고 부르셨다.
첫번째 시험: 자기 소개
긴장은 꽤 했지만 맨날 앵무새같이 반복하던 자기소개라 무난하게 말했다. 그 뒤에 이어진 질문-
"여가시간에는 주로 무얼하나요?"
이 질문에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는데 두분모두 소리내 웃으시며 내 답변에 흡족해 하는듯 했다.
"프랑스에 온 후로 저는 여가시간에 근처에 사시는 시부모님께 자주 놀러가요. 특히 시어머니는 저의 베프셔서 같이 프랑스어 요리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프랑스어 회화연습도 합니다. 그런 일상을 블로그에 매일 매일 일기처럼 작성하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십니다."
두번째 시험: 롤플레이
이번에도 주제를 골랐다.
[휴가차 공항에 도착했는데 짐가방이 도착하지 않았다. 공항 안내데스크에 가서 문의하시오.]
남자 감독관께서 공항 직원이 되어 롤플레이를 진행했는데 아주 짧고 어이없게, 하지만 깔끔하게, 끝났다. 😆😆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저 방금 아시아나xx xxx편으로 도착했는데요, 제 가방이 도착하지 않았어요."
"컴퓨터로 확인해 볼게요. 음... 도착하지 않은게 확실한가요? 여기 시스템에는 도착했다고 나오는데요? 5번 컨베이어 벨트 확인하신것 맞아요?"
"...... 1번 아니구요?"
"5번입니다."
"아하하하... 제가 잘못 봤나봅니다. 다시 가서 찾아볼게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셋다 어이없어서 웃었다ㅋㅋㅋ
세번째 시험: 주제에 대해 혼자 발표하기
연습한대로 이 글은 어느 사이트에 발간되었고 제목은 무엇이고 저자는 가정에서 그녀가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것들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서술했다......
"Il s'agit d'un text qui a été publié sur le site XXX, dont le titre est XXX.. l'auteure précise des chose qu'elle fait à la maison afin de préserver la nature..."
그런다음에 내 의견을 말했다.
"저 역시 프랑스에 온 후로는 좋아하던 목욕을 줄이고 샤워를 합니다. 그리고 남편의 권유로 샴푸나 샤워젤대신 비누를 사용하구요. 솔직히 환경보호보다는 물이 한국보다 비싸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비누로 머리를 감다보니 매일 감지 않아도 될 만큼 더 효과가 좋더라구요. 결과적으로 물오염도 줄이고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도 줄였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떠오르는대로 즉흥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최근 프랑스 대통령 선거때 흥미로웠던 점이 있었어요. 후보들와 유권자들 모두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책을 아주 비중있게 여기더라구요. 매번 선거관런 기사에는 후보자들의 [지구온난화] 관련 공약도 함께 따라다녔어요. 우크라이나 전쟁등 급한 사안들이 많았음에도 말이에요. 프랑스인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해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를 알수 있었고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두분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다가 한분이 웃으며 물으셨다.
"그것도 블로그에 쓰셨나요?"
솔직히 안썼지만 썼다고 했다.
"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두 나라의 선거에 대해 비교하는 내용을 썼습니다. 특히 제가 비누로 머리를 감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고 이미 실천하고 계신분들도 계시더라구요. 환경보호를 위해 이미 실천하고 있는 간단한 내용들을 댓글로 공유해 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오늘 시험 본 내용도 블로그에 작성하면 참 좋을 것 같네요. 수고 많으셨고 흥미로운 내용 공유해주셔서 저희도 즐거웠습니다."
말하면서 몇번씩이나 단어가 안 떠오르기도 했지만 마지막에 건네주신 친절한 한마디는 분명 시험 점수를 잘 주시겠다는 약속처럼 들렸다.
내가 나오자 서로 잘 모르고 지내던 옆반 사람들이 무슨 질문이 나왔는지를 물어보느라 몰려들었다. 남일이 아닌것 같아서 나는 있는대로 다 말해주고 있는데, 여자 감독관께서 달려나오시며 나에게 급하게 말씀하셨다.
"여기에 블로그 주소좀 써주실 수 있을까요? 제 친구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알려주고 싶어서요."
"한글로 작성하는 블로그인데 괜찮을까요?"
"그럼요, 제 친구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거든요."
나는 블로그 주소와함께 유튜브 정보도 함께 적어드렸다.
그리고나서 드는 생각...
저분의 친구는 아무래도 카린인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ㅋ 저녁에 카린에게서 메세지가 왔다.ㅋㅋ
[오늘 나는 한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 프랑스어를 잘하는 그녀는 블로그랑 유튜브를 운영한대. 그녀는 누구일까?]
😆😆😆 카린은 내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과연 뭐라고 대답했을까. 다음에 만나면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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