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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내 여권을 숨겼다는 남편과 시어머니

by 낭시댁 2020. 4. 29.


시어머니의 열정적인 요리수업은 오늘도 계속 되었다

어제는 대파를 잔뜩 넣은 키쉬를 만들었다.


“아주많아. 우린 그래서 너의 여권을 숨길거란다. 도망가지 못하게. 자, 이 반죽위에 햄을 얹거라. 그 다음에는 파. 자자! 빨리 움직여.”

 

 

 

자서방도 어느새 놀리기에 동참해서 나더러 빨리 빨리 움직이라며 시누이처럼 잔소리를 하고 서있었다.

난 시키는대로 하면서 말했다.

“근데요... 제 여권이 어딨는지는 아시는 분?”

자서방이 낄낄거리며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니 여권이 아직도 거기에 있다고 믿는거야? 이집에 도착하는 순간 내가 숨겼지. 엄마가 시켰거든”

ㅎㅎ 물론 내 여권은 내가 잘 가지고 있고 그게 어디있는지 이 사람들은 모름-

 

 

 


키쉬는 너무 성공적으로 만들어졌고 저녁에 그걸 먹으면서 시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내가 준 써모믹스랑 키쉬사진 한국 가족들에게 보내주었니?”

“아니요. 저 여기서 여권 뺏기고 일만 한다고 말해도 돼요? “

“하하 네 자유지. 옆집에다 sos 하는것도 포기하렴 모두들 내 친구들이니”

“옆집 남자 좋은 사람이라면서요”

“그집 와이프가 질투가 심해서 널 도와주진 못할게다 하하하”


또 어느날은 시어머니께서 점심 후식으로 먹을 딸기 꼭지를 따고 계시길래 내가 하겠다고 했더니 시어머니께서 불어로 말씀 하셨다.

“따면서 다 먹지는 말거라”

불어가 서툰 나는 2초간 눈을 굴리다가 그제서야 말뜻을 이해하고는 네.. 했더니 시어머니가 깔깔 웃으셨다.

“맘껏 먹으렴... 아, 여기 못생건거 하나 봤어. 그거 먹어. 호호”

딸기 손질을 끝내고서 소파에 가서 앉았더니 자서방이 부엌에서 나를 큰소리로 다시 불렀다. 가보니 자서방이 싱크대에 딸기 꼭지들을 치우면서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도 같이 치웠어야지”

“그래... 내 여권이 어딨지...”

자서방과 시어머니는 크게 웃으시며 시아버지께 상황을 설명을 해 드렸고 시아버지도 웃으셨다.  

저 없었다면 다들 심심해서 어쩔뻔하셨습니까ㅎㅎㅎ



 

 

**추가


방금 자서방과 티비를 보다가 시어머니께서 요리를 하시는 소리가 나서 도와드리려고 달려갔더니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오늘 수업은 다 했으니 넌 티비나 보러 돌아가거라”

“정말요? 그럼 여권 돌려받을 수 있어요?”

“아니”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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