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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세일 득템하고도 괜히 시무룩…

by 낭시댁 2023. 2. 3.

학교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날, 신입학생들 보다 일찍 마친 우리는 늦지않게 학식을 먹기위해 달려갔다.
원래 점심은 오후 1시반까지인데 우리는 간당간당하게 겨우 도착했다. (3.30유로의 따뜻한 풀코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생선요리와 토마토 샐러드 그리고 후식으로 갈레트 데 호아를 골랐다.

친구들은 볼로네즈, 케밥 등 골고루 선택했다. 이 가격에 이정도면 만찬이다!

푸짐하게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시내로 나갔다.

겨울세일 막바지 기간이라 대부분의 가게들은 기존 할인 금액에다 추가할인을 실시하고 있었다.

낭시에는 쇼핑몰이 두개가 있는데, 그중 이곳 프헝떵은 비싼 브랜드들이 있어서 백화점 분위기가 난다.

우선 우리는 서점에 들렀다.

노벨문학상 서적들이 있는 코너에서 두 친구는 쭈그려 앉아서 책을 열심히 골랐다. 하지만 나는 지금 갖고 있는 책도 버겁다...

"두사람, 내가 빌려 준 책 읽어봤어?"

알마의 말에 에리카는 이미 다 읽었다고 했다. 나는... 너무 어렵던데...

"나는 시간이 좀 걸릴것 같아 ㅠ.ㅠ 어려워... 그래도 매일 조금씩 꾸준히 읽고 있어. 에리카는 대단하다... 사전도 없이 벌써 다 읽었다니..."

내가 울상을 짓자 알마가 말했다.

"그 책은 사실 나한테도 어려웠어. 사전으로 해석해 가면서 읽은거야. 나한테 좀 더 쉬운책이 있으니까 월요일날 갖다줄게. 그걸 먼저 읽어봐. 넌 자신감을 되찾을 필요가 있겠어."

아... 정말 천사같은 친구다. 😭😭

속옷매장들을 지나고 있을때 알마가 우리를 한 가게로 이끌었다.

"나 그저께 이거샀어! 이쁘지? 프랑스 와서 브레지어 처음 사본건데 50% 세일이었는데 완전 잘샀어!"

오잉 50%!!

사이즈만 맞으면 뭐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내손이 바빠졌다.

"얘들아, 75B를 찾아줘!"

친구들은 까르르 웃으면서 속옷이 수북한 매대에 매달렸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찾으라는 사이즈는 안찾고 서로 요상한 속옷만 찾아내서는 나한테 내밀었다. (프랑스는 속옷 디자인에도 창의력이 대단한것 같다.)

"나를 위해 사는거야. 내 남편을 위한게 아니라..."

내 말에 세명의 친구들은 까르르 웃으며 다시 뒤적거렸다. 한번씩 친구들이 딴데 한눈을 팔때마다 나는 "75B!" 하며 집중을 요구했다.

"야, 여기 있는 사람들 니 사이즈 다 알겠다ㅋㅋㅋ"

"B컵은 다 나갔나봐. 이거 75A인데... 너무 괜찮지 않아?"

음... 난 B컵인데... 참 예쁜 브라구나...

"일단 한번 입어나 볼까... 분명 작겠지만."

별 기대없이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나한테 꼭 맞네. 😳😳😳😳😳😳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득템하고도 시무룩해 하는 내 표정을 보며 친구들이 여러번 웃었다.

내가 A라니...
내가 A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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