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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우리 시어머니 옷 쇼핑 하시는 방법

by 낭시댁 2021. 6. 28.

토요일인 오늘 오전, 시어머니로부터 메세지를 받았다.

"나 오늘 머리자르러 미용실 갈건데 같이 시내에서 바람 쐴까?"

"언제 나가시는데요?"

"난 미용실 헝데부때문에 곧 나갈거구, 넌 이따가 오후 2시쯤에 나오면 돼. 어떠니? 블로그도 더 재미있게 쓰려면 외출도 필요하지 않겠니?"

"하하 사실이에요. 그럼 이따 2시에 나갈게요."

"오늘은 토요일이라 트램이나 버스가 무료란다! 티켓 찍지말고 그냥 타거라. 2시 10분에 까페 Hulot앞에서 만나자!"

"정말요?! 네, 이따봬요."

주말에 대중교통이 무료라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나중에 물어보니 자서방도 몰랐단다...

느긋하게 점심으로 만두국을 끓여먹고나서 여유있게 집을 나섰다. 기온이 22도를 가르키고 있었는데 일부러 운동삼아 걸어가려고 걷기 편한 운동화를 신었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덥거나 혹은 비가 오거나 변덕이 심해서 아침 조깅을 너무 띄엄띄엄하고 있어서 운동이 필요했다. 아, 오늘 아침에는 그냥 늦잠자서 땡땡이..... 초심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ㅡㅡ;;

걷기에 날씨가 딱! 좋았다. 그리고 야외 마스크의무가 해제되었기때문에 기분좋게 마스크 없이 한적한 거리를 맘껏 걸었다. 그래도 시내 번화가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기로 다짐했다.

미용실에서 시원하게 커트를 하고 오신 시어머니께서는 시원한 줄무늬 원피스를 입고 계셨다. 우선 옷가게에 먼저 들르자고 하셨다.

"스페인에서 스커트를 하나 사왔는데 맞춰입을 윗도리가 마땅찮아서 하나 사려구..."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가방에서 천 조각을 꺼내서 가게안에 있는 옷들에 일일이 맞춰보시는게 아닌가?!

"그 천조각은 뭐에요? 설마 새 스커트에서 잘라오신거예요??"

내가 눈이 휘둥그레지자 시어머니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응. 너무 길어서 내가 미싱으로 직접 수선 좀 했지."

아... 그렇구나...

시어머니께서 시원한 파란색 셔츠를 하나 골라서 탈의실에 들어가신 사이, 나는 넘겨받은 천조각을 여기저기 대 보며 옷을 골라드렸다. 직원분도 나중에 합세해서 천조각을 가지고 다니면서 우리처럼 옷을 몇개 더 골라주셨는데 결국 시어머니께서 맨 처음 고르신 파란색 셔츠로 사셨다.

하필 신상이라 세일이 안되는 품목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계산할때 보니 멤버쉽으로 15%정도 할인이 적용 되었다. 직원도 웃고 시어머니도 웃고 나도 웃고 ㅎㅎ 우리는 기분좋게 가게를 나왔다.

화창한 주말이라 그런지 시내는 유독 붐볐다. 그래서 마스크를 꼭꼭 착용하고 다녔다. 아직 백신도 1차밖에 안맞았는데...

"그래도 가게들은 오랫만에 장사가 좀 되겠네요."

"그렇지. 옷가게도 레스토랑도 오랫만에 손님들이 몰려와서 좋겠구나. 벌써 폐업한 가게들도 많더라구... 다음주에 썸머세일인데 벌써 옷가게들이 자체세일을 이렇게나 많이 하잖니..."

우리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쉴수 있는 테라스를 찾기위해 스타니슬라스 광장으로 갔다.

파란하늘에 낮게뜬 뭉게구름이 너무너무 예쁘다!!
시어머니께서는 광장에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을 반기셨다. 스페인에서 이미 충분히 쬐고 오셨는데도 말이다.

"내 피부가 초콜렛색이 될 때까지 그을릴거야."

"이미 초콜렛색이신데요?"

"아냐, 밀크초코잖니. 아직 진짜 초코가 아니야..."

귀에 쏙쏙들어오는 비유시다. 시어머니 밀크초코색 팔에 내 팔을 대보니 내가 더 백인같았다.

아름다운 광장 한쪽에서 커다른 음악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괴상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많은 사람들 처럼 우리도 궁금해서 음악과 비명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가보았다.

결혼식이었다. 우리 시동생도 바로 이곳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했다.
옷차림을 보니 무슬림 가족인가보다.

신랑신부가 인파들과 악단들과 함께 춤을 추면서 행진을 하고 있었다. 마치 인도 영화의 한장면 처럼 다들 어찌나 흥이 넘치는지 옆에서 보는것 만으로도 씰룩씰룩 내 엉덩이가 비트를 타기 시작했다.

한동안 구경을 한 후에 우리는 좀더 평화로운(?) 장소를 찾기위해 공원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공원을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녹음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너 아이스크림 먹을래, 와플먹을래?"

"전 그냥 음료수 마실래요."

"난 음료수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와플도 먹을거야."

우리는 뭘 먹을건지 상의를 하며 공원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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