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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외치는 프랑스인

by 낭시댁 2023. 8. 9.

이전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프랑스인들과의 삼겹살 파티 (feat.깻잎)
 
발코니까지 빗줄기가 세차게 떨어지고 있을때 우리의 삼겹살 파티도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동생의 프랑스인 남친은 한국에서 화투를 사 왔다며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화투를 서로 돌려가며 구경하다가 누군가가 실수로 불판위에 화투장 하나를 떨어트렸는데 동생의 남친 표정이 좋질 알았다ㅋㅋㅋ 그 표정을 보고 또다시 다들 빵터지며 놀려댔다ㅋㅋㅋ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고스톱을 칠 줄을 안다고 한다!! 대체 여러분은 한국에 대해 모르는게 뭐지요? 
 
"저희집은 명절날 모여서 밤새 돈내기 고스톱을 쳐요. 맥주를 마시면서요."
 
내말을 들은 그들은 한국에서 추석을 보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추석때 마침 한국여행중이었는데 한 한국인 친구의 부모님이 우리를 초대해 주었어요. 다같이 음식을 만들고 명절을 지냈고, 제가 설거지를 했어요!" 
 
"와... 명절 설거지 양이 엄청났을텐데! 한국은 식기세척기도 잘 없거든요." 
 
 "맞아요. 손으로 다 했어요. 그래도 호의에 그 정도 보답을 하고 싶었기때문에 뿌듯했어요. 제가 설거지를 하면 옆에서 그집 식구들이 마른행주로 그릇을 닦는걸 도와주었지요. 재미있었어요." 
 
그들의 한국 경험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부산에도 갔어요. 대학교수인 한국인 친구가 우리를 안내해 주었는데 나중에는 노래방에도 갔어요. 노래방에서 우리는 오래된 한국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옛날노래라면 어떤 노래인가요? 뭐 강남스타일 이런거?" 
 
"아니요, 남진 나훈아 노래요. 저는 남진 나훈아 노래를 참 좋아해요." 
 
본의 아니게 내가 미친듯이 크게 웃어버렸다ㅋㅋㅋㅋㅋ 
 
"너무 옛날인데요?" 
 
"제가 나이가 좀 많거든요." 
 
나이를 물었더니 그래봐야 그녀는 내 또래였다 ㅋㅋㅋ 남진 나훈아는 우리 할머니가 좋아하시는디ㅋㅋㅋ 
 
옆에 회장님이 아는체를 하며 끼어들었다. 
 
"나훈아보다는 남진이 좀더 고급스럽다고 생각해요." 
 
"노노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잘은 몰라도 나훈아는 할머니들께 여전히 bts예요. 콘서트에 들어갈땐 지팡이 짚고 갔다가 나올땐 허리가 꼿꼿해져서 나온다는 말이 있지요." 
 
그들도 그런 말을 들어본적이 있다고 한다 ㅋㅋ 나훈아 콘서트표 구하는게 그렇게 어렵다더라며. (내가 지금 한국인들과 대화를 하는건지 프랑스인들과 대화를 하는건지 헷갈릴 지경이다ㅋ) 
 


잠시 후 동생이 고추장을 더 넣은 어른용(?) 떡볶이를 가져왔는데, 아무 생각없이 맛을 본 프랑스인들이 떡볶이 맛이 더 매워진것 같다며 수근거렸다. 우리는 그냥 아무말 하지 않고 우리끼리 맛있게 먹었다ㅋㅋㅋ 
 
 

 
그들의 한국 여행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한국에 처음 갔을때는 2012년이었어요. 그땐 서울에서만 3주를 지냈는데 너무 좋았어요. 두번째 여행은 버스로 지방 여러 도시를 3주간 다녔지요. 지금까지 정말 많은 도시들을 가 보았어요. 광주, 경주, 공주, 천안, 부여... 안산도 대학교에 들르느라 잠깐 가봤고요... 아 dmz도 가봤어요. 그중 저는 부산이 가장 좋았어요." 
 
"저는 지리산에도 가봤어요! 그래서 드라마 지리산이 나왔을때 반갑더라구요.
 
"저는 심지어 독도에도 가봤는걸요?!"
 
역시 러닝맨 티셔츠를 입은 회장님은 남달랐다. 

"독도에요?? 혼자갔어요?" 
 
"처음엔 다같이 울릉도까지 갔는데 날씨가 안좋아서 하룻밤을 더 기다려야했고 배멀미때문에 다들 상태가 안좋았어요. 나 혼자라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왜요?" 
 
내 물음에 다들 크게 웃었지만 그는 진지하게 큰소리로 대답했다. 

"왜라니요! 독도는 한국 땅이니까! 당연히 가야지요!" 

"아, 제가 이말을 듣고싶었던거거든요! 브라보! 박수!" 
 
다들 웃을때 나는 진심을 다해 박수를 쳐 주었다. 정말로 멋진 발언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아는 지식을 모두에게 들려주었다.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공식 문서는 뭐더라 … 그거랑... 또.. "
 
프랑스어로 말해서 내가 잘 못알아들었지만 삼국사기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 하필 제가 생각없이 후지산이 그려진 일제가방을 메고 있어서 어찌나 부끄럽던지요! 그걸 메고 독도에 오르다니!! 다들 저만 쳐다보는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외국인인데 일제가방이 부끄러웠다니 ㅋㅋ 당신을 내 마음대로 명예한국인으로 임명합니다ㅋ

"근데 그거 알아요? 독도에는 일본인들은 못들어간대요." 

"아, 일본에도 한국인들이 못들어가는 관광지가 있어요. 그 군함도를 뭐라도 해야하지 왜 그… 큰 배모양의 섬인데 2차 대전때 한국인들이 노예처럼 일하며 갇혀있던… 일본은 그런 역사는 감춘채 그곳을 유네스코로 지정하려했어요." 

"아! 그거 알아요!" 
 
또다른 프랑스인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군함도에 대해서 프랑스어로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오 이런 감동스러운..!

우리는 역사 이야기만 나눈 것이 아니다. 
 
"우리 남편이 한국에 우리 부모님을 처음 만나러 갈때, 한국여성과 결혼한 프랑스인 친구가 남편에게 들려준 첫번째 조언이 뭔지 아세요? 맞춰보세요." 
 
"한국 예절?" 
 
"존댓말?" 
 
"아니예요. 첫 술자리에서 술을 잘마신다는걸 제대로 보여줘야한다는 것이었어요. 첫 술자리에서 쉽게 보이면 그 다음부터 계속해서 술을 권하기 때문에 첫날 제대로 증명해 보이지 않으면 나중에 고달파진대요. 그래서 우리 남편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2차때까지 오빠, 형부, 삼촌이 주는술을 한번도 거절하지 않고 다 받아 마셨어요. 그리고 끝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안 취한척 했지요. 다음날 아침이 되었을때 모두들 숙취로 못일어나고 있었는데 남편은 혼자 초인적으로 일어나서 가족들에게 얼굴을 비추며 돌아다녔어요. 나 아직 멀쩡하다는 걸 증명하느라구요. 그리고 나서 조용히 방에 들어가서 다시 잤지요. 저는 아침일찍 약국에 가서 온가족들을 위해 숙취해소제를 사와야했고요. 아무튼 그 이후로 오빠랑 형부는 우리 남편이 술이 제일 세다고 인정했어요." 
 
다들 웃고 있을때 동생의 남친은 혼자만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중에 한국에 인사갈때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요."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너무나 즐거운 저녁 식사였다. 웃고 떠드느라고 집에 올때는 배터지게 먹은 삼겹살이 금세 다 소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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