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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인들과의 삼겹살 파티 (feat.깻잎)

by 낭시댁 2023. 8. 8.

며칠 전 친한 한국인 동생으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그녀의 프랑스인 남자친구는 K54라고 하는 낭시 한국문화 교류모임의 간부인데 또다른 간부 몇명을 삼겹살 파티에 초대를 했다며 나도 함께 초대를 해 준 것이었다. 

 

[언니까지 총 9명인데 괜찮을까요?]

 

[삼겹살 무조건 콜이지! 깻잎 있는대로 따서 갈게!] 

 

[저 떡볶이도 할거예요!]

 

[오! 그럼 튀김대신에 내가 집에서 직접 만든 넴(스프링롤튀김)도 가져갈게!] 

 

시댁에 가서 깻잎을 60장 넘게 땄다ㅋ 

아버님... 올해는 깻잎이 너무 작아요.. 내년에는 좀더 크게 키워주세요... (라고 마음속으로만 말씀드렸다.)

 

깻잎과 넴뿐만 아니라 김치도 한통 꾹꾹 눌러담아서 들고 갔다. 

 

김치찌개를 끓여먹으려고 상온에 이틀을 뒀더니 맛이 금세 시어졌는데 구워먹으면 또 맛있을것 같다. 전날 저녁에 내가 김치담은 통을 신문지에 꼼꼼하게 포장하는 모습을 본 자서방이 아는체하며 말했다. 

 

"음 김치냄새를 보니, 삼겹살이랑 같이 구워먹으면 정말 맛있겠네."

 

참내 누가 들으면 한식 전문간줄 알겠네... 

 

역시나 약속시간에 맞춰갔더니 내가 일등으로 왔다고 한다. 

 

이 한프커플은 예쁘게 삼겹살 상차림을 준비해 두었다. 

 

내가 가져간 깻잎을 보며 동생이 자신들이 준비한 깻잎이 상대적으로 너무 초라해보인다며 웃었다. 어디 한번 볼까? 

 

깻잎이 이렇게 아기자기할수가 ㅋㅋㅋ

이 커플은 내가 준 들깨씨를 너무 늦게 심어서... 나름 깻잎은 최선을 다해 자랐을 것이다.

 

동생이 한국에 다녀올 동안 그녀의 프랑스인 남친은 매일 잊지 않고 물을 주기 위해 회사에 화분을 갖다놓고 길렀다고 한다. 그런데 관심을 보이는 동료들이 많아서 한뿌리씩 나눠주기도 했단다. 

 

잠시 후, 러닝맨 티셔츠를 입은 K54 회장님이 도착했다. 그런데 이분도 깻잎농사를 지었다며 호일에 싼 열장 남짓한 깻잎을 소중하게 내밀어서 내가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  

내가 가져온 깻잎을 보여주며 괜히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ㅋㅋㅋ 

 

차례로 다른 인원들도 도착했다. 20대-40대까지 연령과 성별도 다양했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다들 한국문화에 친숙한데다 친절한 사람들이라 어색함없이 금세 분위기가 편안해졌다. 

 

 

이 소주와 소주잔들 너무 반갑고 친숙하다.

그런데 탄산청하는 또 처음 보네? 그냥 마셔도 맛있는 청하... 탄산으로 만들거면 병 크기를 좀 키워주시징... 

 

프랑스인들이 자기네끼리 두손으로 소주를 따르는 모습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한번은 동생이 혼자 술을 직접 따라마시길래 내가 맞은편에 있는 내또래 여성에게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런이런... 한국에선 누군가가 직접 술을 따라마시면 맞은 편에 있는 사람에게 불운이 온다고 말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한국에선 누군가 잔이 비었을땐 빠르게 서로 채워준답니다." 

 

"아니! 이럴수가!" 

 

그녀는 과장된 표정을 지었고 나는 해결책을 바로 알려주었다. 

 

"지금 빨리 자작해서 한잔 드세요. 그래야 공평하지요!" 

 

그들은 한국에 관련된 모든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들어주며 여러번 크게 웃었다. 

 

"음.. 떡볶이가 너무 하얀데?" 

 

"이 사람들은 매운걸 잘 못먹으니 아기용 떡볶이가 되어버렸어요. 아직 떡볶이 많으니까, 이따가 우리 먹게 좀 더 빨갛게 만들어볼게요ㅋ" 

 

우리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 프랑스인들은 이 떡볶이가 맵지만 맛있다며 맵부심을 서로 뽐내고 있었다. 

 

삼겹살 드디어 개시! 

 

비가 세차게 오고 있었는데 발코니 문이 활짝 열려있어서 삼겹살익어가는 소리와 빗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내가 집에서 가져온 김치라고 했더니 다들, 그럼 꼭 맛 봐야 한다며 불판위에다 신김치를 척척 올렸다. 프랑스인들 맞나요? ㅋ 

보통 외국인들과 삼겹살을 먹을땐 쌈싸는 시범을 꼭 보여주곤했는데,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다들 익숙하게, 구운김치까지 얹어져 잘도 싸먹었다. 소주로 건배하는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러닝맨 셔츠를 입은 회장님(?)은 한글로 써진 소주병을 들고 한글을 읽어 보이는 모습도 보여주었는데 다들 한국어를 제법 했고, 한국여행과 역사에 대해서도 빠삭했다. 

 

재미있는 대화가 너무 많이 오갔으므로, 다음 에피소드에서 이야기를 이어가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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