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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호숫가 노천 펍에서의 시원한 여름 저녁

by 낭시댁 2023. 8. 5.

며칠째 비가 오더니 오늘은 웬일로 비가 안오길래 필리핀 친구 에리카와 함께 오랜만에 맥주를 마시러 나갔다. 
 
그녀는 여름에만 열린다는, 강변에 위치한 야외 펍을 추천했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끼었지만 세찬 강바람과 함께 색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처음 와보는 곳이었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다! 

테이블이 많고 바깥쪽에는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그 무대에서는 밤에 살사공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꽤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더 좋았다.

 

 

 

각자 원하는 맥주를 주문한 후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랐다. 

우리가 고른 자리는, 강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외떨어진 곳에 있는 널찍한 테이블이었다. 거위들이 한가롭게 강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발로 서서 자는거 너무 불편해 보이는데... 
 

의자에 커다란 쿠션이 깔려있어서 각자 다리를 펴고 편하게 기대 앉았다. (물놀이 하던 사람들이 젖은 그대로 앉아 있었던것 같기도 했다.) 

나는 그냥 맥주대신에 아이스티를 섞은 빠나셰를 주문했는데 달콤한 맥주, 딱 내 스타일이다! 상쾌하고 시원하고 강바람 좋고 잔잔한 팝음악도 좋고!
 
요즘 한국에서는 맥주 500cc에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마신게 2,000원 할때였는데... 이건 7.50유로... 만원이 넘넹... 
 
해피아워가 없어 두잔 마시는데 2만원을 지출했지만 그래도 이곳 분위기가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워서 그 값어치는 충분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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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군무.gif

하늘에서 새들이 한참동안이나 군무를 추며 날고 있었다. 반대편 하늘에 저만한 무리가 한무리 더 있었는데 카메라에 제대로 담지 못해서 아쉬웠다. 친구와 달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동안 시선은 계속 저 새들을 쫒고있었다. 
 

난데없이 요란한 비명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강가에 한 여자가 친구들의 장난으로 물에 빠졌다가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떠난후에도 비명소리가 계속 나길래 유심히 살펴보니, 그 비명을 지르는 주인공은 물에 빠졌던 여자가 아니라 거위였다ㅋㅋ 유독 한마리가 혼자 소리를 꽥꽥 지르고 있었는데 너무 웃겨서 나랑 친구랑 빵 터졌다ㅎㅎ 

 

두번째 맥주는 에리카가 서빙을 해 주었다. 

 

여름저녁 강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 (아니 두잔)에 기분 전환을 제대로 했다.

 

일상에 여유 한스푼을 가미하는 것이 이렇게나쉬운거였다. 한국에선 어렵기만 했는데... 

 

달마시안 한마리가 점잖게 지나가는데 거위들이 또 뭐가 불만인지 꽥꽥 소리를 지르며 또 항의를 해서 개가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개야, 넌 잘못한게 없단다... 쟤들이 이상한거야. (개 주인의 마음도 나와 같은 듯 하다.) 

 

맥주 두 잔을 마신 후 우리는 근처 또다른 펍으로 장소를 옮겼다. 

 

노천펍이 좋긴했지만 화장실이 따로 없어서 공중화장실을 사용해야만 했던것이다. 방광을 비울겸해서 화장실이 깨끗한 이곳으로 결국 장소를 아예 옮겨왔다.  

 

방광을 비운 후 기분이 한결 더 가벼워(?)진 우리는 다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에리카가 좋아하는 코로나 맥주를 두병 더 마시며 밤 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나와 함께 3학기동안의 어학연수를 함께 한 그녀는 겨울에 프랑스어 달프 C1을 치기 위해 혼자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고 내년 여름에는 국제기업 메니지먼트 전공으로 두번째 석사에 도전할 계획을 하고 있다. 목표가 자꾸 바뀌고 있는 나로서는 이 친구를 만날때마다 좋은 자극을 받게 되어서 참 좋다. 

 

낭시에서도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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