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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수줍은 세네갈 친구의 한마디에 온종일 기분 좋음

by 낭시댁 2023. 5. 8.

거리에 초록빛이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봄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는데 슬슬 여름 빛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늘이 맑게 개었길래 걸어서 등교를 하기로 했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신선한 아침공기를 마시니 정신이 맑아진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기다리고 서 있을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돌아봤더니 우리반 세네갈 청년이 수줍지만 환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아프리카 학생들 중에서 가장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지만 가장 성실하게 출석하는 학생이 아닌가 싶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뭘 할건지 물었더니 대학원에 들어가기전에 레스토랑 파트타임 일을 하기위해 파리로 갈거라고 했다.

 

"낭시에도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자리는 어렵지않게 구할수 있을텐데?"

 

"그런긴한데... 여러군데 지원해 봤지만 잘 안됐어..." 

 

성실하고 외모도 훤칠하고 착한데 왜 그럴까...? 한가지 짚이는게 있다면 이 친구는 말을 심하게 더듬는다는 점. 아마 그 이유때문에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짐작해보았다. 아마 그 때문에 성격도 더 내성적으로 변한게 아닐까도 싶고. 

 

등교길을 함께 걸으며 처음으로 길게 대화를 나눠보니 생각보다 더 착한 친구라는 걸 느꼈다. 

 

"아참, 오늘 내 생일이라서 수업마치고 우리반 몇명이랑 맥주 마시러 갈건데 너도 같이 갈래? 아참, 넌 무슬림이라 바 같은데는 가면 안되는건가?" 

 

"아냐, 나도 갈 수 있어! 음료수 마시면 돼!" 

 

너무나 기뻐하며 초대에 응하는 친구. 역시 말을 꺼내길 잘했다. 

"너 그럼 몇살됐어?"

"42"

 

"뭐???!" 

"왜? 나 몇살로 봤는데?"  

 

"스믈여섯..?" 

"ㅋㅋㅋ넌 몇살인데?"

"나 스믈일곱" 

"하하하 넌 내가 너보다 어릴거라 생각했다는거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끄덕끄덕하는 친구.

이 친구는 아마 동양인들을 많이 못만나봤나보다. 

 

뛸뜻이 기뻤는데 실제로도 내가 방방 뛰었던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너무나 큰 생일 선물을 주는구나! 나 오늘 온종일 행복할거야. 고마워!"

 



우리가 강의실앞에 도착했을때 우리반 친구들이 여러명 모여있는게 보였다.

평소라면 한쪽에서 혼자 어색하게 서 있곤 하던 세네갈친구의 팔을 자연스럽게 이끌며 나는 친구들에게 외쳤다.  

 

"얘들아! 나 오늘 얘한테서 큰 생일선물을 받았어! 나더러 26살인줄 알았대 자기는 심지어 27살인데!!🤣🤣🤣 나 오늘 하루종일 모든 사람들한테 말해줄거야." 

 

친구들이 크게 웃으며 이 친구에게 농담을 건네기 시작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26은 심했다."

 

"예의가 바르구나." 

 

"생일이라서 그렇게 말해준거라고 내일 다시 말하면 돼." 

 

우리반 친구들 진짜 유쾌하다.🤣  

 

 

그나저나 이 청년은 내 나이를 알게돼서 그런건지 나를 이전보다 더 편하게 대하는 느낌이다. 이모같은 느낌인건가. 더 잘 챙겨줘야겠다. 

 

 

 

아, 그리고 나는 정말로 온종일 온 동네방네 자랑을 했다. 자서방 포함. 

 

"진짜로 나를 26살로 보는 사람이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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