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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에 가면 힐링이 된다.

by 낭시댁 2021. 4. 23.

남편과 내 체류증을 위해 경시청에 갔다가, 은행에 헛걸음 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어쩜 이렇게 항상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알고 계신걸까 ㅎㅎ 

"어떻게 됐니? 임시체류증 안주면 증명서라도 달라고 해야 하는데..." 

"다 끝났어요. 저 2년 받았어요. ㅠ.ㅠ" 

"집에 들러서 차 마시고 갈래?" 

기분이 좀 쳐지려던 참인데 시댁을 떠올리니 뭔가 위로받는 기분이 벌써 들었다. 

 

 

나를 바라 보지 않아도 좋다 ㅎㅎㅎ 이 녀석들의 뒷통수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나 좀 봐줄래...?

 

 

캡슐 티를 뽑으려고 머신이 있는 다이닝 룸에 갔더니 모웬이 쪼르르 따라 왔다. 그리고는 시어머니께서 곱게 새로 식탁보를 깔아두신 식탁위로 뻔뻔하게 올라가서 나를 바라보았다. 

너 정말 고양이 맞니...? 아무리 봐도 강아지같은데...

 

 

시어머니께서 차와 마시라며 주신 하트모양 과자! 생강쿠키맛인데 너무 맛있었다! 

 

 

자서방 주변으로 이스탄불과 모웬이 모여들자 시어머니께서 자서방에게 고양이 간식을 내미셨다. 그러자 자서방 왈:

"나 이거 안먹어..." 

ㅋㅋㅋ 그말에 나와 시어머니는 빵터짐. 우리 남편 농담할 때 매우 능청스러워서 진짜 같이 말하는데 이제는 좀 적응이 되었다. 

 

시아버지께서도 내려오셔서 4식구가 둘러 앉아 차나 커피를 함께 마시며 경시청 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걱정말거라. 넌 1년안에 이미 프랑스어를 엄청 많이 배웠잖니. 2년안에는 얼마나 더 많이 늘겠니?" 

시어머니의 말씀에 자서방도 한마디 거들었다. 

"작년 12월에 TCF시험을 봤을때도 성적표에서 한 항목만 A2를 받았고 나머지는 3항목은 모두 한단계 높은 B1으로 받았잖아. 걱정할 거 없어. 정 걱정되면 B1말고 그냥 A2로 다시 봐도 상관없고."

 시어머니께서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끄덕하셨다. 나더러 항상 국적을 취득하라고 하시면서 ㅎㅎ 국적취득에는 B1이 요구된다는걸 모르시는게 분명하다 ㅎㅎ

 

 

나보다 자서방이 먼저 발견한 시어머니의 새 요리책!

무려!! 한국 요리책이다. 시어머니의 두번째 한국 요리책-

자서방이 이 책을 흥미롭게 넘겨보고 있을때 시어머니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두 이런책 낼 수 있잖니? 네가 만든 한국 음식들을 우리가 맛보고, 우리가 좋아하는 요리들을 추려서 말이야. 넌 분명 더 좋은 책을 낼 수 있을거야!" 

아... 설마요...ㅎㅎㅎ

 


내가 김밥 페이지를 보고 있었더니 자서방이 시아버지께 미심쩍은(?) 표정으로 여쭈었다.

"아빠, 전에 엄마랑 요용이 김밥 만든거요, 그거 정말 드셨어요?"

"응, 먹었지! 맛있었어!"

그말을 듣고 나는 한번 더 여쭤보았다.

"정말 맛있으셨어요?"

"그래 정말!"

내 얼굴에 화색이 심하게 돌자 자서방은 크게 웃으며 시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빠 대답 신중하게 하셔야 해요. 그거 또 드셔야 할 지도 몰라요 ㅋㅋ"

"제가 또 만들어 드릴까요? 저 집에 재료 다 있어서 지금 당장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아버님 좋아하시는 참치루요!"

맛있었다고 하시더니... 왜 그냥 웃기만 하시나요.... 

 

김이 해외에 얼마나 많이 수출되고 인기가 높은지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우리 시부모님께는 여전히 두려운 식재료일 뿐이다.  안타까워라...

 

 

시어머니께서 싸주신 샐러드를 가지고 자서방 팔짱을 끼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댁에 가기전에는 10년짜리를 못받아서 기분이 좀 우울했는데 역시 시댁이 내 힐링 장소인가 보다.

기분 좋아 져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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