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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우리 시어머니의 매운맛 농담

by 낭시댁 2023. 9. 10.

어제 어머님께서 익은 무화과가 많다며 따러 오라고 메세지를 보내셨는데, 알마네집에 가 있을때라 못간다고 답장을 드렸었다. 그리고 나서 오늘 무화과를 따러 시댁으로 갔는데 글쎄 나무에 익은 무화과가 몇개없네? 딱 4개를 따서 시댁으로 들어갔더니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아 어제 옆집에서 놀러왔길래 내가 무화과를 따가라고 했단다. 장대로 높은데꺼까지 알뜰하게 따가서 남은게 없을텐데... 그래도 4개나 있네?" 

 

"아하, 그랬군요. 잘하셨어요." 

 

"대신에 옆집에서 그 무화과로 타르트를 만들어왔단다. 너 맛보라고 남겨놨지. 오늘은 날이 쌀쌀하니까 냉차보다는 뜨거운 차가 더 좋겠지?"

 

어머님께서 나를 위해 녹차를 준비하시는 동안 나는 정원에 내려가서 부추를 뜯어왔다. 부추전 부쳐먹어야징... 

 

부추를 들고 들어왔더니 어머님께서 옆집에서 가져온 무화과 타르트와 함께 레몬치즈케잌도 한조각 잘라서 내주셨다.

 

 

"아버님도 갸또 드실래요?' 

 

거실에서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계시던 아버님께 슬쩍 여쭤보았다. 

 

"아니다, 우린 좀전에 먹었단다."

무화과 타르트를 먼저 맛보았다. 

 

"와  맛있네요! 역시 옆집 남자 요리 잘하네요." 

내 말에 아버님께서 고개를 들고 말씀하셨다.

 

"그 부인이 한게 아닐까?" 

 

"어제 그녀가 말하길 남편이 다 만들고 자긴 무화과를 얹는거만 도왔다고 했어요. 그녀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아요." 

엄밀히는 옆집 커플은 결혼한 사이는 아니고, 많은 프랑스 커플들이 그렇듯 동거만 하는 사이라고 한다. 

레몬치즈케잌도 너무 맛있다. 이 맛에 내가 시댁온다ㅋ

 

 

 

"무화과대신 오늘은 이거라도 가져가렴." 

 

"헤이즐넛은 옆집에서 준거고 호두는 며칠전에 과일가게에 갔더니 작년 호두라면서 공짜로 가져가라고 잔뜩 내놨더라구. 거기서 집어온거야." 

"공짜로 줬다고요??" 


"응 곧 햇호두가 나오니까 묵은 호두를 처분할겸 인심 쓰는거지 뭐."

 

인심도 참 좋다. 묵은 호두도 맛있는데!  

"아 근데 말이야 호호호" 

 

어머님께서 갑자기 혼자 웃음보를 터트리시며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미슈한테 내가 저기가서 호두 좀 담아오라고 했더니 글쎄 한손에 요만큼 가져온거있지." 

 

우리 아버님은 한손밖에 못쓰시는데...

 

사실 아버님의 장애는 식구들이 대화 중 쉬쉬하는 소재가 아니다. 울 어머님의 매운맛 농담에 아버님도 나도 같이 웃었다.


"결국 내가 다시가서 두손으로 푹 퍼담아왔지."

이런 농담으로도 다같이 웃을수 있다니ㅎㅎ

몇년전의 나였다면 아마 혼자 멀뚱거리고 눈치를 봤을것 같은데 이제는 같이 까르르 웃고있네 ㅎㅎㅎ 이런 며느리도 다 있다 ㅎㅎ

 

시댁을 나올때 어머님께서 현관까지 배웅해 주시며 드디어 가구의 리폼을 끝내셨다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아버님께서 기계 사포로 표면을 모두 정리하셨고 어머님께서 검은색 페인트를 칠하고 손잡이도 모두 바꾸셨다. 그리고 거울도 중고사이트에서 새로 구입하신건데 리폼한 가구와 잘 어울린다. 역시 부지런하신 두분이시다. 

 

 

 

 

덧붙임: 집에와서 부추전을 하려고 보니 새끼 달팽이가 한마리 딸려왔네... 집 뒤에 있는 숲에다 방생해주었다. 우리 시댁 정원보다 여기가 더 살기 좋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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