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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눈덮힌 예쁜 숲공원에서 춥다던 남편의 도발.gif

by 낭시댁 2021. 1. 17.

자서방과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공원으로 길을 나섰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공원이라 항상 시내보다 눈이 많이 쌓이는 곳이다. 하지만 눈길운전이 걱정된 나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동네 공원으로 가자고 했건만 자서방은 괜찮을것 같다고 했다.

 밤새 눈을 퍼부었으면서 하늘은 거짓말같이 청명하다. 눈이 부실정도로 새파란 하늘-  

 

 

 

 

 

다행히 큰 도로들은 제설작업이 이뤄져서 운전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공원이 다가올 수록 나무들이 점점 많아졌다. 봄에 벚꽃이 활짝 핀 모습같다고도 생각했다. 

 

 

 

 

 

도착~~

늦가을에 이곳에 오기로 자서방과 약속했었는데 코로나 봉쇄령때문에 못왔었는데 이렇게 한겨울에서야 다시 찾았다. 그러고보니 이 공원은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장소중 한 곳이구나. 하지만 나는 아직 공원이름도 모름;;

 

 

 

 

 

꼭 설탕시럽이 잔뜩 묻은 과자 같다.

 

 

 

 

 

들어가자마자 펼쳐지는 평화로운 모습! 

파란하늘에 해가 방긋 솟았다. 어쩜 이리 사진이 잘나왔누... 실제로는 눈이 부셔서 사진찍을때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이쯤에서 나는 깨달았다. 

차에서 장갑을 두고 내렸다는 것을... 아... 나는 멍충이 ㅠ.ㅠ

주차장으로 다시 가기에는 너무 멀리왔다... 

"남편... 나 바보 짓 했어..." 

자서방은 내가 장갑을 두고 내렸다는걸 듣더니 옳거니 싶었던지 눈사람은 못만들겠다며 은근히 반겼다. 안그래도 춥다고 혼자서 덜덜 떨고 있었던 것이다. 기온이 영하도 아닌 0도였고 바람도 한점 없이 해가 이렇게 쨍한데도 춥다니... 집에서 나올때도 혼자만 꽤 중무장을 하고 나왔음에도 말이다. 

자서방은 자기 장갑을 나에게 주며 이걸로 아주 작은 눈사람을 만들으라고 했다. 지금 당장...

후딱 만들고 집에 가자는 소리임 ㅡㅡ;  

나는 못들은척 팔짱을 끼고 앞으로 전진 전진!

 

 

 

 

다정히 걷던 자서방은 눈이 쌓인 나뭇가지 아래에서 큰 키로 손을 뻗어 가지를 흔들며 나만 밀어넣으려고 했다! 다행히 나는 재빨리 도망쳤다. 

 

 

 

태국살때 비온 직후에 내 머리위 나무가지를 쳐서 물 벼락도 내가 여러번 맞았다.  하아...

그래도 나도 틈만 나면 되갚아주려고 항상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있다. 

 

 

 

 

 

"그렇게 추우면 저 남자처럼 뛰어봐!"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남편은 주차장이 있는 반대방향으로 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ㅡㅡ; 

돌아와... 착하지... 

아이고 팔자야... 그래도 다시 돌아오는게 어디냐...

 

 

 

 

 

남편... 힘드니까 여기 가지밑에서 잠시 쉬어... 

내가 가지를 흔들려고 여러번 남편을 유인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눈치는 빨라갖고..

 

 

 

 

 

 

"내가 요렇게 나무 흔들때 요 밑에서 화끈하게 눈 한번 맞아주면 바로 집에 가는걸로 하자! 어때?" 

그건 또 싫단다.

 

 

 

 

 

아직 방학이 아니라서 썰매를 타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누군가 스키를 타고 지나간 듯한 자국을 발견했다. 

 

 

 

 

내리막이 많아서 재미났을것 같다. 

 

 

 

추워서 정신이 나간 남편의 도발-

죽을래!?

눈이 뒤집혀서 바로 뒤쫒아갔지만 이럴때는 또 매우 잽싸게 도망가는 남편.

눈싸움, 아니 전쟁을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나도 너무 귀찮...

대신 너는 이따 집에가서 보자...

 

 

 

 

쪼그만 고드름들이 대롱대롱 맺혔다. 

가을에 이곳에 온게 얼마 안된것 같은데 어느새 꽁꽁 얼어붙었네...

나니아연대기가 떠올랐다. 그정도로 모든게 아름다웠다. 남편이 투덜거리건 말건 나는 팔짱을 끼고 전진하며 "오~ 예쁘다"를 연발했다. 

 

 

인위적으로 만든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보이는 예쁜 나무!

 

 

나무들이 원래도 예뻤는데 눈옷을 입으니 두배로 더 예뻐졌다! 대신 나무 밑으로는 가면 안됨...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우수수 떨어진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서로 나무아래로 유인하느라 바빴다. 

 

 

 

 

개들과 산책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형견들이 아니라 다들 대형견들이었는데 목줄 없이 자유롭게 눈밭위를 뛰어노는 모습이 동물을 좋아하는 내 눈에는 그저 보기 좋았다. 목줄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곳에서는 다들 개들이 당연히 잘 훈련돼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오늘 내가 만난 모든 개들은 잘 훈련돼 있는 듯 했다. 짖는것도 한번도 못들었고 타인에게 일단 아무 관심이 없음... 서글프게도... 내가 불렀잖아... (물론 길에서 산책시킬때는 다들 목줄을 하고 다닌다.)

 

 

 

발밑에 시원하게 펼쳐진 낭시 시내의 전경

 

눈길을 걷는건 생각보다 꽤 피곤한 일이었다. 남편이 춥다고 덜덜떨때 나는 땀이 났다. 눈때문에 앉아서 쉴 벤치도 없고 결국 눈사람은 그냥 패스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 남편, 이제 집에 가자... 이만하면 충분히 즐겼다. 

 

 

 

 

투덜거리면서도 내가 끄는대로 다 따라다닌 우리 남편, 그만하면 대견하다... 코도 계속 훌쩍거리면서. 

비록 눈사람은 못만들었지만...

 
그리고 저녁에 우리는 깨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눈사람이 집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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