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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와 여름에 만드는 크리스마스 케잌

by 낭시댁 2021. 7. 7.

시어머니와 벌써 작년 크리스마스때 함께 만들기로 했었던 롤케잌을 이제서야 만들게 되었다. 정확한 이름은 bûche de Noël façon forêt-noire, 크리스마스 장작케잌이다.

시어머니께서는 이번에도 모든 재료들을 준비해 놓으신 후 몸만 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 만들고나면 케잌은 통채로 다 가져가라고 처음부터 신신당부 하셨다. 먹어도 살 안찌는 내가 다 먹는게 모두를 위한거라며...

계란 흰자로 머랭을 치신후 자랑스럽게 머리위로 번쩍 거꾸로 들어보이셨다.

"이거봐라, 완벽하지!!?"

의기양양한 시어머니의 표정에 나는 또 박장대소를했다.

진한 다크초코 반죽에 머랭을 조심스레 섞고 유산지위에 얇게 반죽을 펼친 후에 구웠다.

다 구워졌을때는 깨끗한 주방수건을 꺼내오시더니 물에 적셔서 그 위에다 갓구운 초코빵(?)을 올리셨다.

그리고 뜨거울때 말아야 한다며 젖은 수건을 감싼채로 조심조심 돌돌 말아서 식히셨다.

그리고 잠시후 직접 담으신 채리 조림을 한병 가져오셨다. (재작년 마리필립아주머니께서 마당에 있는 체리를 따다 주신걸로 담으신건데 통조림 체리 맛이었다.) 거기에 들어있는 체리쥬스와 체리술을 섞어서 빵 표면에 솔로 골고루 촉촉하게 발라주었고, 그후에 생크림을 바르고 체리도 얹었다.

막상 만들고 보니 꽤 컸다. 

채리를 너무 많이 넣으셔서 삐져나온것들은 내가 따로 챙겼다. 맨 꼭대기에 데코할때 쓰려고...

시어머니께서는 양 꼭따리부분만 조금씩 잘라내시더니 그것만 시부모님이 드실거고 나머지는 통채로 모두 가져가라고 하셨다. 우기고 우겨서 겨우 두조각을 더 잘라드릴수가 있었다.

원래는 생크림을 겉에도 충분히 발라야 하는데 생크림을 충분히 만들지를 않아서 시어머니께서 맨 위에 슈가파우더를 뿌려주셨다.

남은 생크림은 따로 싸주셔서 집에와서 짤주머니에 넣어서 장식을 대충 마쳤다.

집에 가져오느라 생크림이 좀 녹은 상태였던지 모양이 제대로 안잡혔다. 그래도 나는 만족! 자서방의 탄성을 자아내는데 충분했기 때문이다.

살다보니 이런것도 내가 다 해보고... 맨날 찌게나 한식요리쯤은 어느정도 자신있었지만 베이킹은 딴세상 일이라고 (그런건 사먹는걸로) 여기며 살아왔는데 말이다. 물론 이케잌도 혼자서는 절대 못만들었을거고, 지금도 솔직히 혼자 만들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레시피도 아직 머릿속에 꼬여서... 일단 한번 더 스스로 만들어보고나서 정리가 좀 되면 나중에 레시피도 포스팅 해야겠다.)

시어머니께도 데코를 마친 케잌을 찍어서 보내드렸다. 그랬더니 시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메리크리스마스!"

"네 남편도 보여줬니? 케잌보고 놀래든?"

"네, 매우 좋아했어요. 저녁먹고 후식으로 맛볼거예요. 감사합니다."

"걔는 능력있는 부인을 만났어! 자랑스러울거야."

"그리고 능력있는 어머니두요!"

"나는 걔가 선택해서 엄마가 된게 아니잖니."

"남편과 저는 어머님이 계셔서 행운이예요!"

"친절하구나."

그리고 몇시간 후에는 시어머니께서 케잌 사진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하셨다.

"네 케잌을 내 페이스북에 올렸단다."

마치 시어머니께서는 나 혼자 케잌을 다 만든것 처럼 말씀하신다. 거의 어머니 혼자 하신건데도 말이다.

"저희 케잌 맛봤는데 정말 맛있어요!"

시부모님께서도 저녁 식사후에 테라스에서 내가 남기고 온 꼬투리 짜투리 케잌들을 드셨다며 맛있다고 하셨다. 체리술을 듬뿍듬뿍 발랐더니 촉촉한것이 신의한수였다.

케잌이 너무 커서 아무래도 자서방과 3일이상은 먹어야할것 같다. 그래도 너무 맛있어서 남편과 나는 전혀 불만이 없다.

다만... 케잌을 좋아하는 친정식구들이 떠오르넹...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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