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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은 우리 시댁 테라스

by 낭시댁 2023. 7. 14.

시어머니께서 피자를 구워주신다고 해서 자서방과 저녁식사를 위해 시댁으로 갔다. 
 
시댁 테라스에서는 베르나르 아저씨께서 와 계셨고 시부모님과 함께 샴페인을 드시는 중이셨다. 
 
오랜만에 만난 나를 반겨주시던 아저씨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 아는 지인의 아들이 한국에서 수년째 근무중인데 그곳의 삶이 그렇게나 만족스럽다고 하더라구요. 배우자도 한국인을 만나고 싶다고 하더래요. 앞으로도 한국에서 계속 살고싶다고 하면서요." 
 
"저랑 같네요.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서 프랑스에서 정착해서 지내고있으니까요." 
 
대화를 하다보니 샴페인을 두잔이나 마셨다. 벌써 알딸딸... 
 
빈속이라 더 빨리 취하는것 같아서 부지런히 앞에 놓은 빠떼를 발라먹었는데 이게 원래 이렇게나 맛있었던가??

나랑 자서방이랑 서로 앞다투어 남은 빠떼를 모조리 긁어먹었다.

자서방 얼굴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모웬. 
 
우리를 반기며 달려와준 모웬과 이스탄불과 달리 탈린은 여전히 혼자 정원에서 놀고 있다.

오, 틱스 오랜만이다!? 잘 지냈니?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나를 기억하는 모양이다. 얼굴을 쓰다듬었더니 얌전하게 손길을 받아들인다. 
 

잠시 후 탈린은 예의없이 테이블위로 뛰어올라왔고, 모웬은 그런 탈린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역시 우리 모웬이 최고다. 오구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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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베르나르 아저씨께서는 떠나셨고 아버님께서는 테라스에 있는 가스 화덕을 점화하셨다. 
 
나는 피자를 만드시는 어머님을 도와드렸다.

 
치즈가 안들어가는 자서방의 피자를 먼저 만드시는 어머님. 
 
특이하게도 피자소스 대신에 수제 파프리카소스를 바른 후 그 위에 익힌 파프리카를 얹으셨다. (그러고보니 토마토는 하나도 안들어갔네?)  

그 위에 버섯과 슬라이스 정봉을 얹고 맨 마지막에 초리소와 크림을 얹었다. 
 

가스 화덕이 무려 400도라고 하셨다.
 
그래서 금방 익는데 끄트머리가 조금씩 까맣게 타게된다.
자서방이 온도를 좀 낮추면 안되냐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님은 단호하셨다. 원래 불맛으로 먹는거라면서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가 먹을 피자를 만드셨는데, 파프리카와 함께 이번에는 버섯대신 가지를 얹으셨다. (야채는 구워서 껍질을 벗긴 후 기름에 진공보관해 두셨던 것들이다.)

 
불 온도가 너무 높으니 치즈는 피자위에 미리 얹지를 못하고, 화덕에서 굽고 난 후에 얹었는데 워낙 뜨거워서 금새 녹았다. 
 
"마실거는 뭘로 줄까? 맥주? 로제와인? 화이트와인?" 
 
"저 로제와인이요!" 
 

아버님께서 시원한 로제와인을 꺼내오셨다. 
 

 

화덕에서 갓 구워나온 뜨끈하고 담백한 피자는 정말 일품이었다. 
 
특히 피자 도우가 너무 맛있었다. 
 
"이탈리아 여행갔을때 직접 사온 밀가루란다. 피자용인데 곡물 조각이 들어있어. 너무 맛있어서 10kg나 사왔단다. 갈때 좀 싸줄게."
 
"아니예요, 이건 화덕에 구워서 맛있는것 같아요. 오븐에서 구우면 이 맛이 안날것 같아요."
 

토마토가 들어가지 않은 파프리카 피자. 달콤함이 좀더 가미되고 풍미가 좋았다.

  언제 왔는지 이스탄불이 옆에 앉아서 목이 빠져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부르고 있었다는데 소리가 작아서 잘 안들렸다. 
 
"걔 목소리가 꼭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같잖니." 
 
어머님의 비유가 찰떡이다! 이스탄불의 소심하고 갈라지는 목소리는 정말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랑 비슷하다 ㅋㅋㅋ 

피자 끄트머리에 탄 부분을 나는 열심히 잘라내고 먹었는데, 나만빼고 다들 시커멓게 재가 된 부분을 맛있게들 먹고 있었다.  
 
자서방 피자의 까만 부분을 내가 틈틈히 잘라냈지만 자서방은 괜찮다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고 했다...;; 
 

 
1인 1피자는 도저히 못먹을것 같았는데 피자 도우가 얇고 담백해서 너무 맛있게 한판 (4조각)을 먹어치웠다. 느끼함도 없고 모두 건강한 재료들에 샐러드, 로제와인까지 곁들이니 더없이 완벽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부럽지않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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