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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남편이 준 이른 생일 선물

by 낭시댁 2017. 4. 30.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의 손에는 장봐온 물건들이 바리바리 들려있었다. 

현관에서 부터 낑낑거리며 들어와 테이블에 물건을 내려놓길래 나는 계란이며 고기며 냉장고에 넣어야 되는 것들 먼저 정리를 도와주려고 이것저것 안에 뭐가 들었나 살펴 보기시작했다. 그런 나를 보더니 남편이 갑자기 정색을 하며 그걸 왜 열어 보냐며 다그치는 것이었다. 이 양반이 어디서 뭘 잘못먹고 왔나 싶어서, 그럼 니가 혼자 다 정리해라 하고는 방에 들어가 버렸다. 

뭘 잘못 먹은게 분명해... 

 

잠시후 남편이 쭈삣쭈삣 방에 들어오더니 말했다. 

"생일 축하해~"

"뭐야 나 생일 다음주야"

"그러니까... 날짜 맞춰서 주려고 했는데 너가 아까 열어봐서... " 

"나 아무것도 안봤어. 그리고 선물을 이렇게 포장도 안하고 주냐.." 

"어쩔수가 없어. 난 또 너가 벌써 본 줄알고... 나도 놀랬어. 그냥 받아" 

​보스 이어폰이다. 

사실 나는 이런거에 별 욕심이 없는데 이건 좀 반갑다. 

남편은 얼마전에 커다란 보스 헤드셋을 사서 자랑을 했었는데 난 이게 왜 좋은지 몰라서 처음에는 시큰둥했을 뿐이었다. 마침 한국에 혼자 휴가를 가게 되었고 비행기에서 쓰라고 내 가방에 남편이 챙겨준 헤드셋을 직접 써보게되었는데 정말 비행기 소음이 하나도 안들리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요건 비행기에서 남편의 헤드셋을 처음 열어보고 찍은 사진. 

부피도 너무 크고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다. 근데 이걸로 기내 영화를 봤더니 정말이지 느낌이 다르다. 비행기 엔진소리가 하나도 안들린다. 화장실가느라 잠깐 헤드셋을 벗었다가 기내 엔진이 너무 시끄러워서 못견딜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덕분에 잠도 잘잤다. 자면서도 계속 끼고 있었으니까~ 

사용후 전원 끄는걸 깜빡해서 돌아올때는 건전지가 다 닳아버린 상태였다. 다행히 예비용으로 새건전지가 하나더 들어있던 상태라서 돌아올때도 기내에서 잘 사용할 수있었다. 

집에 돌아왔을때 남편이 물었다. 

"헤드셋 써보니까 어때? 좋아? 너도 하나 갖고 싶지?" 

"어 완전 좋아. 기내에 꽂는 잭도 있어서 이걸로 영화도 봤어. 근데 부피가 너무 커서 난 있으면 잘 갖고 다닐지 모르겠네" 

그말에 남편이 작은 헤드셋으로 찾아보다가 이어폰을 발견했나보다. 마침 내 생일도 다가오니 조용히 사놨다가 포장해서 생일날 짠하고 주려고 했는데 결국 산통이 깨졌네- ㅎㅎㅎ 
 
"남편아 내가 말했지. 생일날 난 바라는게 없어. 그냥 너가 직접 구운 케잌에 생일축하노래만 불러주면 돼"
"케잌은 도전해 볼 수 있어. 근데 노래는 정말 너도 알잖아 내가 노래하는걸 얼마나 끔찍하게 싫어하는지" 
"ㅎㅎㅎ 내가 왜 맨날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일년에 딱한번 짧게나마 너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기다리는거야" 
"직원들이 생일축하노래 불러주는 식당으로 저녁을 예약하지" 
"안돼!" 
남편이 시키는대로 사이트에 들어가서 제품번호도 등록했다. 

이어폰 상자에 들어있던 파우치에 넣으니 사이즈가 완전 작아졌다. 옆에 남편 헤드셋 파우치와 비교하니 크기 차이가 ㅎㅎ 

테스트 삼아 음악도 들어보고 노이즈 캔슬링이 얼마나 잘되나 들어봤는데 완전 최고다. 

남편이 흐뭇하게 보고있다가 한마디 한다. 

"와이프 이제는 내가 밤에 코골면 거실가서 소파에 자지말고 이거 써. 잘때 항상 옆에 두고" 

내 표정은 열배 더 밝아졌다. 사실 평소 남편이 코골아서 잠을 설치는 날이 종종있는데 남편은 항상 그럴때마다 자기를 깨우라고 했다. 그러면 자기가 거실에 가서 자겠다고. 보통은 자는 남편을 깨우기가 싫어서 내가 조용히 거실가서 자는데 그럴때마다 꼭 남편은 어느새 일어나 나를 침실로 보내고 자기는 거실에서 자곤한다. (가끔 아침에 일어나보면 옆에 돌아와있기도 한다) 

"아.. 그거 참 좋다!! 지금 바로 테스트를 해보자. 지금 이거 낄테니까 코좀 골아봐" 

"싫어" 

헤드셋보다 크기도 작고 성능은 똑같이 좋은것 같다. 그리고 이건 충전식이라 건전지를 살 필요가 없는건 좋다.   

​"남편 근데 이건 기내용 잭이 안들어있네"

"어 맞아. 근데 내꺼 써. 어차피 나는 기내에서 타블렛으로 영화보니까 그건 안쓸거야" 

 

아 출장이 기다려지기는 처음이다. 비행기에서 빨리 써보고 싶다~!! 자서방 센스짱 

그나저나 자서방 생일에는 나는 뭘 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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