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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태국

태국의 폭우.. 우버의 요금폭탄.. 조심하세요

by 요용 🌈 2018. 2. 14.

방콕에서 4년째 거주중이지만 폭우때문에 이렇게까지 고생을 했던적이 없었다. 비가 한시간정도만 와도 여기는 도로가 금방 침수가 돼 버린다. 왜 배수시설을 개선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자서방말대로 쓸대없이 보도블럭이나 갈고말이지... (그렇다 여기서도..;;) 

 

이날에도 밤부터 비가오더니 아침까지 폭우가 그치지를 않았다. 사실 크게 걱정은 안했다. 평소 지하철(BTS)를 타고 다니니 비가 온다해도 길에서 고생할 일이 없었으니까.. 

 

이날 남편은 차에 문제가 있어서 시아버지와 함께 정비소에 차를 맡기기로 했고 그사이 나와 시어머니는 쇼핑몰에 먼저 가서 옷구경도 하고 차도 마시고 있다가 남편과 시아버지와 합류해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하는 계획을 세웠다. 시아버지와 남편은 차로 출발하고 나는 시어머니와 콘도 로비에 앉아서 우버를 불렀다. 쇼핑몰은 집에서 꽤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처음에는 그랩택시를 부르려고 했는데 십분이 넘도록 드라이버를 찾지를 못했다. 비가오면 길에서도 택시를 잡는게 어렵다. 우버로 시도했더니 단번에 드라이버가 검색이 되었고 신속하게 차가 콘도에 도착했다. 우버가 그랩에 비해서 드라이버가 많은가보다 싶었다. 비올때는 우버구나... 명심하자.. 

큰길로 접어드는데 도로 상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미 침수가 심각했다. 나와 시어머니는 어리둥절해서 사진찍고 동영상찍으면서 어이구야.. 야단났네... 여기도 저기도..  아주 강이 되었네... 등을 연발했다. 

드라이버는 아주 친절했고 이런일은 여사라는듯 침착해 보였다. 

문제는 평소 십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한시간이 지나도 반밖에 못갔다는거다...ㅠ.ㅠ 

나중에는 아예 도로에 멈춰서서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옆에 차들은 잘만 우리 앞으로 추월해 가는데 우리 택시는 가만히 다른 차들이 끼어드는걸 구경만 하고 있는거였다. 급기야 우리 시어머니는 젊고 친절한 그 드라이버에게 애써 웃으면서 빨리 가자고 재촉을 했고 맘좋게 생긴 그 드라이버는 같이 웃기만 하면서 여전히 답답하게 운전을 했다.

그때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우리와 반대방향에 있는 정비소에다 차를 맡기고 택시를 잡아타서는 이미 쇼핑몰에 도착해 있다는것이었다. 우리가 가고있는 바로 이 도로를 거쳐서 우리보다 한참 빨리 도착한 것이다... 

 

 

 

남편과 시아버지는 이미 시아버지 신도 한켤레 사고 커피숍에 앉아 커피도 마시며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가 쇼핑몰 입구에 진입하고서야 택시가 살짝 속력을 높였을때 재치있는 우리 시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에 나와 드라이버는 빵터졌드랬다. 
 
"오우 갑자기 너무 빨리 달려서 어지럽구나. 적응이 안돼~"  
 
두시간을 엉금엉금 거북이 택시안에서 보냈으니 그정도 농담도 무리가 아니었다. 
 
남편이 더 멀리서 출발해서 30분만에 도착한 거리를 우리는 두시간 이상이 걸려서 겨우 도착했다. 
 
요금 계산을 위해 시어머니께서 지갑을 열며 드라이버에게 물었다.
 
"얼마가 나왔지요? 오래 걸렸으니 많이 나왔겠지요?"
 
그래서 내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아니예요 어머니, 우버는 요금이 정해져있어요. 처음 예약할때 금액이 88-100바트라고 써져있었어요. 이미 도로 상황 포함해서 평소보다 더 많이 측정됐던 요금이예요 "
 
기사는 머뭇머뭇거리더니 급기야 본인의 앱을 두드리면서 요금을 보여주는데 글쎄... 
세상에나..  998바트가 나온것이다. 
말도 안돼!!! 아무리 비가와도 그렇지.. 어떻게 요금이 열배가 되는게 어딨어!! 
현지 물가를 잘 모르셔서 바로 요금을 바로 지불하시려는 시어머니를 일단 멈추고 내 휴대폰에 있는 우버 앱을 바로 확인했다. 
 
거기에는 최종 요금이 99.78바트라고 정확히 명시돼 있었다. 
 
 
"지금 제 앱으로는 최종 요금이 99바트라고 써져있네요. 여기 백바트 드리면 되겠네요." 
 
내 앱 화면을 보여주면서 백바트를 줬더니 드라이버가 받지를 않는다. 우버 본사에 전화해서 확인해 봐야 한다는게 변명인데 웃긴게 이양반이 전화도 안하고있다. 
 
그래서 내가 우버에다 확인할거면 지금 빨리 전화해봐라. 지금 남편은 더 멀리서 택시를 탔는데 30분안에 도착해서 우리를 한시간이상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가야 한다고 말했는데도 아직 우물쩡거리면서 앉아있다.

 

 
급기야 나는 짜증이나서 전화 안할거면 내 앱에 나온대로 나는 백바트를 내겠다고 다그쳤다. 내 앱 최종요금을 스크린샷 해 놨으니 문제되면 이거 본사에다가 보낼거라고 덧붙였더니 드라이버는 알았다고 백바트를 받아들었다. 
그걸 지켜보시던 시어머니는 드라이버가 안돼 보이셨는지 얼마를 팁으로 더 주시고는 따라 내리셨다. 
 
자서방을 만나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자서방도 터무니없는 요금이 펄쩍 뛰었다. 
 
"아무리 요금이 많이 나와도 거기서 여기 오는데 택시비 천바트가 말이 돼? 시스템 오류였다고 해도 그 기사는 그 요금이 터무니 없다는걸 잘 알텐데? 외국인들이라 만만하게 본 게 틀림없어. 만일 다른 관광객들이었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그 요금 다 냈을거 아니야. 그냥 넘어가지 말고 우버 본사에 꼭 리포트해. 다른 사람들 또 피해볼거아니야" 
 
솔직히 나는 그때도 시스템 에러였을거고 그 드라이버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리포트 할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온 바람에 돌아갈때도 택시가 필요해서 우버를 켜봤더니 추가 요금을 내라는 메세지가 뜨는게 아닌가!!??

추가 요금 795.44바트!?? 다음 우버 이용할때 이 요금을 추가로 내라는거였다. 

황당해서 일단 우버 고객센터로 최종 요금 스크린샷과 함께 문의를 보냈다. 

 

 

더 웃긴건 잠시후에 우버앱에서 요금을 다시 확인해 보니 금액이 1,720.88바트로 또한번 껑충 뛰어있었다. 

우버... 정말 안되겠네...

이런식으로 금액이 고무줄로 늘어나면 현지 물가 잘 모르는 순진한 관광객들 다 낭패보겠네... 

한번더 우버 고객센터로 스크린샷과 함께 보냈다. 시스템 문제면 당장 고치라고.. 승객앱의 최종요금이랑 드라이버 앱의 최종요금이 다른것도 황당한데 요금이 또 한번 두배로 껑충 뛰는게 말이 되냐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에게 더 큰 문제는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쇼핑몰 직원에게 택시를 잡아달라고 부탁을 해 보았지만 직원은 30분정도 시도를 하더니 결국 택시가 안잡힌다고 포기를 했고 나와 남편은 우버와 그랩을 번갈아가며 같이 물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우버는 말고 그랩만..  

이날 우리는 바닥 청소용 대걸레 세트(?)를 구매를 하는 바람에 짐도 꽤 많았다. 

카트를 앞에 세워두고 네식구가 차갑고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일렬로 앉아 그렇게 두시간이상을 보내야만 했다. ㅠ.ㅠ  드라이버가 근처에서 검색이 되어도 도착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서 쉽지가 않았다. 집에 있는 편안한 소파가 너무 그리웠다. 내잘못도 아닌데 시부모님께 너무도 죄송했다.  

결국 남편이 부른 그랩택시가 가장 빨리 도착했다. 비는 사실 낮에 이미 그쳤는데 여전히 도로 곳곳에 침수가 심한데다 퇴근시간까지 겹쳐서 교통상황이 더 아수라장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편안하고 큰 SUV가 와서 짐도 다 싣고서 밤늦게라도 집에 돌아올 수가 있었다.. 

 

오는길은 일부러 큰도로로 가지 않고 남편이 드라이버에게 차가 많이 안다니는 골목길을 안내해서 그나마 더 빨리 올 수 있었다. 

비가 그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침수상황은 낮보다 더 심해 보였다. 많은 행인들이 강으로 변해버린 도로를 어기적거리며 걷고있었다. 우리는 늦게라도 택시를 잡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시부모님은 이 모든상황을 충격적으로 보고 계신듯 했다. 내눈에도 이렇게 빨리 침수가 되고 늦게 배수가 되는건 여전히 충격이다.. 

아무튼 정말 비오는날은 개고생이구나.. 지하철만 타고 다녀서 이런 낭패는 상상도 못해봤는데.. 시부모님이 너무 고생하셨다..ㅠ.ㅠ 

이날부터 남편은 차를 SUV로 당장 바꾸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ㅎㅎ 

아참, 우버에서는 자정이 다돼서 고객센터로 부터 짧은 답변을 받았다. 

사실 별 내용은 없고 그냥 간단한 사과와 함께, 엑스트라 차지는 없었던걸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꽤 성의없는 답변이었지만 뭐 해외 고객센터에서 이 이상 바라지도 않는다.

 

어차피 나는 우버보다는 그랩택시를 주로 쓰지만... 정말이지 피해보는 관광객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태국에서 우버 이용하실때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