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매일 저녁 7시 45분 이 골목 주민들은 다같이 노래한다

by 낭시댁 2020. 4. 19.

저녁 식사 전 자서방과 맥주를 마시며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시어머니께서 내이름을 크게 부르시길래 또 요리 수업인가 싶어서 ㅎㅎ 부엌으로 달려갔더니 부엌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부모님이 대문밖에서 다시 한번 내 이름을 부르시길래 궁금증을 가지고 밖으로 빼꼼히 나가 보았다. 

집앞 골목의 평소 모습은 바로 이렇게 텅 비어있다. 

 

 

그런데 시부모님이 계신 대문 밖으로 나가 보았더니 영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창문으로 다들 나와서 인사를 나누고 떠들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처럼 대문앞에 서 있기도 했다. 하나같이 화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말이다.

"무슨 일이에요?" 

"매일 저녁 7시 45분에 이렇게 다같이 나와서 노래를 한단다. 오 시작한다!!" 

 

 

총 3곡의 노래를 우렁차게 다같이 불렀다. 

중간에 자서방이 나와서 동영상을 찍었는데 시어머니께서 가사를 모르시면서 큰소리로 흥얼흥얼하셔서 ㅋㅋ 자서방이 동영상을 찍기를 포기하고 들어감 ㅎㅎㅎㅎ 

곡명은 sns를 통해서 골목 사람들끼리 사전에 다같이 정하고 공유한다고 하셨다. 

우리집 맞은편 2층 중년 부부는 가사를 인쇄한 종이를 함께 보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좀더 멀리에는 기타를 치는 사람도 있었으며 누군가의 피리 소리가 나기도 했다.

춤을 추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우리 시엄니 포함)

 

 

코로나바이러스를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의미라고 하셨다. 

멋지다....

마치 지루한 하루 일과 중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사람들처럼 다같이 힘차게 노래를 부르고 춤 추고 손뼉을 쳤다.

 

 

세곡이 모두 끝나고 나서 다같이 환호하면서 꽤 오래 박수를 쳤다. 

그리고 나서 서로 큰소리로 인사나 농담을 나누었다.

옆집 아니 아주머니와도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감동이 가시지 않은 상태인 나에게 자서방이 말했다. 

"내일은 우리 둘이 나가자. 엄마 없이 우리만. 내가 비디오 다시 잘 찍어 줄게..." 

내가 비디오에 큰 실망을 했다고 생각하나보다. ㅎㅎㅎ
솔직히 시어머니의 흥넘치는 목소리와 자서방이 한숨쉬면서 쉿쉬하는 소리, 거기에 내가 큭큭거리는 그 모든 소리들이 들어간 그 비디오가 나는 오히려 더 좋은데 말이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시어머니께서는 나에게 테라스로 나가보라고 하셨다. 

꽃향기가 너무 진하다며 놓치면 안된다고-

자서방은 장난감을 이용해서 모웬의 검거를 성공한 후 테라스 문을 닫고서 나를 따라 나와서 테라스에 서 있는 내 옆에 나란히 섰다. 

꽃향기가 정말 미친듯이 진했다. 

어쩜 이렇게 진할 수가 있지...? 
조금전에 부슬비가 내려서 그런가

아주 살짝 적셔진 대지가 온통 싱그러움을 발산하고있었다.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렸다. 

아직 검거하지 못한 이스탄불을 눈으로 살피던 자서방이 말해주었다. 

"오늘 유명한 프랑스가수 한명이 코로나로 사망했거든. 원래 폐가 안좋았고 나이도 많았어. 아무튼 그를 추모하고 있는거야..."

 

미국에선 요양원에서 수천명이 사망 했고 가족들에게 소식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가족을 잃은 세상 모든이들의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향기로운 꽃향기와 싱그러운 공기가 조금은 무거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처럼 아름다운 곳에 있는 자신에 대해 감사하기도 하고.. 

어서빨리 이 상황이 끝나서 사랑하는 이들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잃게되는 일이 하루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