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크리스마스 달력을 뜯었더니 안먹은 잼들이 쌓였다.
한 5-6가지 종류를 예상했지만 무려 12일까지 매일 다른 잼이 나왔다. 빌베리, 라즈베리, 구아바, 망고&패션푸룻, 살구, 휘바브, 오렌지, 무화과, 배, 딸기, 체리, 그리고 크리스마스 쨈 (오렌지 & 사과등등..)
시어머니의 브리오슈와 먹으니 모든 잼들이 맛있었다.


아무튼 크리스마스 달력이 하나씩 뜯어지는걸 보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걸 실감할 수가 있었다. 아... 올해도 곧 끝나는구나... ㅠ.ㅠ
며칠전 시댁에 갔을때 시누이의 선물을 고민하시던 시어머니께 나는 이렇게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명절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다양한 선물세트를 팔거든요. 그래서 어렵지 않게 고를 수가 있어요."
"아! 중국처럼! 티비에서 봤어!"
그 대답을 듣고는 괜히 말씀드렸다고 후회했다. 태국에서 바구니에 영양제나 각종세제가 담겨진 선물세트를 파는걸 보고 자서방이 얼마나 웃었던가... 한국에서 명절 선물로 스팸이나 소고기 세트를 주는게 시어머니께서 듣기에 이상하실 것 같았다.
자서방도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로 고민이 많았다.
시부모님과 시동생부부에게 줄 선물로 무얼 고를지 며칠동안 나와 상의를 했다. 상의를 하면서 나는 여러번 말했다.
"우리는 서로 크리스마스 선물 생략하는걸로 하자. 올해는 돈도 많이 썼고 앞으로도 쓸일이 많잖아."
그래도 자서방은 내 선물을 해 주고 싶다고 했다. 얼마전 남편은 투잡으로 양봉을 하는 동료로부터 전나무 꿀을 사다 주었는데 나는 그걸로 크리스마스 선물이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해주고 싶으면 요가매트 사줘. 두개. 하나는 내꺼 하나는 남편꺼- 우리 둘이 요가하는게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 같아."
남편은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어제. 집으로 택배상자가 여러개 도착했다. 남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문한 물건들이 도착한 것이다.
나는 남편이 부탁한대로 슈퍼에 가서 포장지를 하나 사왔다.

시아버지 선물은 무선키보드.
시어머니 선물은 수비드 컨테이너. 항상 냄비에 수비드요리를 하시는데 남편은 항상 컨테이너를 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시동생 부부에게는 아마존 바우쳐를 준비했다. 직접 원하는걸 골라서 살 수 있도록 말이다.

예전에는 나도 따로 선물을 준비하곤 했는데 자서방이 이번에는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이 선물들은 우리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거라고 말이다. 이제는 내가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의지를 하게 되었기때문에 따로 준비를 하기에 부담이 되기도 하고...
자서방은 상자들을 풀어보다말고 내 양손을 잡고 말했다.
"저기 세번째 상자는 와이프꺼야. 다른 선물을 주문했는데 그건 배송이 늦어서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도착할거래. 그걸 듣고 어찌나 슬프던지... 미안해."
"뭐가 미안해? 저거도 내 선물이라며."
"저건 작은 선물이야. 나를 위해 프랑스에 함께 와주었고 쉽지 않았을텐데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해 주어서 고마워. 정말 태어나서 요즘만큼 행복했던 적은 없었어."
이 말만큼 더 감동적인 선물은 없을것 같았다.
근데 저 상자는 요가매트겠지... 뻔한데도 자서방은 내가 보는 앞에서는 상자개봉을 거부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