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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체류증 수령기 (주인공은 시엄니)

by 낭시댁 2021. 6. 12.

임시체류증을 받은지 얼마 안됐는데 왠일로 체류증이 빨리 나왔다. 이번에도 세월아 네월아 기다려야 하는 줄 알고 그냥 체념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헝데부(예약)의 나라답게 프랑스에서는 체류증을 신청하는 것 뿐만 아니라 수령하는데도 예약이 필요하다. 가장 빠른 날짜로 자서방이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 주었고 비용 225유로는 온라인 스템프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자서방이 처리해 주었다. 하지만 일때문에 함께 가주지는 못했다.

꽁보꺄시옹 (소환장)에는 수령하는데 5분이 소요된다고 써 있는걸로 봐선 혼자가도 별 문제가 없을것 같았다.

아침 10시 55분이 헝데부였는데 시어머니께서 산책삼아 경시청에 같이 걸어가자고 하셨다. 20분이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다고 하셨다. 사실 트램을 타도 그정도 소요된다. 시어머니께서 같이 가 주신다면 나야 더 든든하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자서방은 같이 못가줘서 마음에 걸렸던지 내 아침식사를 위해 프렌치토스트 (빵뻬흐뒤)를 만들어 주었다. 우유와 달걀을 한데 풀어서 빵을 아주 푸욱 적신 후에 구웠다. 보기엔 별룬데 ㅎㅎ 엄청 촉촉하고 맛있었다.

내사랑 가염(드미셀)버터를 식감이 느껴지도록 큼직한 큐빅으로 잘라서 같이 먹는게 포인트다. 옆에 노란건 꿀인데 온도가 낮아서 굳어있었다. 그래도 맛만 좋다요~

마지막 한조각까지 든든하게 먹었다. 시어머니와 경시청까지 걸어가기위한 대비 ㅎㅎ

거리에는 모든 상점들이 문을 열었고 꽤 이른 시각이었음에도 테라스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서 브런치나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의 활기가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경시청은 스타니슬라스 광장 바로 옆에 있기때문에 광장을 가로질러서 걸어갔다. 이곳 테라스에도 손님들이 많이 앉아있었다. 경시청 볼일을 다 보고나면 저기가서 음료수 한잔씩 마시자고 시어머니와 약속했다.

헝데부보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입구에 긴 줄이 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나는 곧장 건물 입구에 있는 담당자에게 인쇄해 온 내 소환장을 보여주었는데 줄 맨 뒤로 가서 기다리란다;; 역시나... 이 사람들 모두다 나처럼 미리 예약을 하고 온 사람들이었고 경시청에서 같은 시간대에 예약을 너무 많이 받은 것이다.
허탈한 마음에 돌아보니 센스쟁이 우리 시어머니께서 미리 줄을 서서 나에게 손을 흔들고 계셨다. 그새 뒤에 두팀이나 더 생겼다.

꽤 오래 기다렸다. 날씨가 좀만 더 더웠으면 힘들었을뻔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들어가기만 하고 나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서 의아하다고 내가 말했더니 시어머니께서 다들 저기 안에서 붙잡혀 있다고 농담을 하셨다. 그런데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이 왜 아무도 안나오는지에 대한 가설(?)을 농담처럼 한마디씩 거들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졌다. ㅎㅎ 역시 우리 시어머니- (누군가가 뒷문이 있을거라고 했는데 또다른 누군가가 그 뒷문앞에 트럭이 있어서 그리로 나오는 이민자들을 다 태워서 어디로 가는거라고 했다 ㅋㅋ 실제로 뒷문이 있었음)

새로 도착하는 사람들은 다들 긴 줄에 의아해 했고 줄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그때마다 우리 시어머니께서 모두 대답을 해 주셨고 ㅋㅋㅋㅋ 우리 앞에 미리 줄서 있는 사람들도 우리 시어머니께 질문을 자꾸 해왔다. 우리 시어머니 ㅋㅋ 방금 상황파악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프로페셔널하게 질문을 다 받아 주셔서 나는 상황이 너무 웃겼다.

"여기 있는 사람 다 헝데부 있는 사람들이라오. 그래도 다들 목적은 다를테니 정 궁금하면 저기 담당자에게 소환장을 보여주는게 좋을듯 하네요."

"헝데부가 없다면 저기 입장도 못해요. 신사분은 아무래도 그냥 돌아가시는게 좋을것 같네요."

"나 그건 모르겠는데, 저기 담당자 나오면 가서 물어보시구려."

이때만큼은 우리 시어머니가 주인공이셨다.

오래오래 기다려서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는데 담당자가 나이드신 할아버지 세분이 힘들어 보인다며 먼저 들어가시게 했다. 할아버지 세분이 내 앞으로 지나가는데 맨 뒤에 젊은 남자가 한명 따라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 시어머니께서 "저 사람은 젊은데~" 라고 했다가 주변 사람들이 또 웃었다. 그 남자는 버럭하며 "난 동반인이오!" 라고 말한 뒤 들어갔는데 그때 분위기가 워낙 화기애애해서 그 말에도 다들 웃었다.

나는 슬쩍 담당자 아주머니께 제 동반인도 연장자신데요... 라고 말했다가 우리 시어머니께서 잔소리를 들었다. 내가 어디가 연장자냐면서.

혼자 갔다면 지루하고 지쳤을것 같은데 시어머니와 함께 있으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든든함은 덤이고-

곧 내 순서가 돼서 들어갔고 빈 창구로 가서 여권, 스템프 그리고 임시체류증을 제출한 후 바로 체류증을 수령받을 수가 있었다. 5분도 안걸림. 그런데 먼저 들어갔던 젊은 남자는 내 뒤에 줄을 서 있었다. 아이러니~

비록 10년 짜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2년간은 지긋지긋한 경시청을 안가도 된다고 생각하니 좋긴 하다. 시어머니께서는 스타니슬라스 광장 테라스에 가서 목도 축이고 내 체류증도 축하하자고 말씀하셨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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