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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행복이 지금 여기에 있다.

by 낭시댁 2021. 6. 15.

며칠전 시어머니께서는 우리 부부를 식사에 초대를 하셨고 일요일인 오늘 남편과 나는 시댁에서 점심을 먹고왔다.

한낮 온도가 24도였는데 해는 뜨겁지만 바람은 찬 느낌이었다. 시어머니께서는 일광욕을 하고 계셨다며 아주 시원한 옷차림으로 우리를 맞아 주셨다.

테라스 테이블에 깨끗한 식탁보가 깔려있고 접시와 와인이 준비돼 있었다. 그리고 고양이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반겨주었다.

며칠사이 장미들이 만개했구나...

작년 이맘때 프랑스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때 시댁에서 지내며 이 장미들을 감상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벌써 한해가 지났구나...

츤대레 이스탄불은 아닌척 하면서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내가 돌아보자 배를 드러내며 누워버렸는데 시어머니께선 그걸 보시더니 이스탄불이 갑자기 피곤했나보다고 하시며 웃으셨다.


곧 테라스에 파라솔이 드리워졌고 테이블 위로 시원하고 아늑한 그늘이 만들어졌다.

아뻬리티브로 샴페인을 마셨고 스페인에서 사오신 모르콘 (Morcón)을 먹었다. 자서방은 샴페인을 마다하고 혼자서 레드와인을 마셨다.

모르콘도 신기하지만 시아버지께서 내 오신 대나무 집게가 더 신기했다.

모르콘은 마치 초리소와 하몽을 섞은듯한 맛이었다. 도토리를 먹으며 방목으로 길러지는 돼지로 만든거라고 하셨다.

대나무 집게로 집어먹으니 재미가 두배-

시어머니께서 모르콘 덩어리를 통채 가져오셔서 구경시켜주셨다. 그리고는 "내가 왜 양쪽을 다 잘랐을까...?" 라고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는데 시아버지께서는 "나는 모르지..." 라고 대답하셨다.

시어머니께서는 샴페인을 마시며 너무 행복하다고 하셨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샴페인과 식사를 하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야. 그렇지않니?"

오래전 명상원에서 현재를 살으라고, 항상 깨어있으라고 배웠던 것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한 정원 테라스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시부모님의 스페인 여행이야기도 듣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 새소리, 파란하늘, 맑은 공기... 나는 그 순간들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더 집중했다. 시각 미각 청각을 모두 활짝 열었다. 열심히 맛보고 듣고 또 크게 웃었다. 진심을 다해서-

메인메뉴로 시어머니께서 준비하신 음식은 닭고기 카레였다. 소스에는 고구마를 갈아서 넣으셨다. 시판 카레는 이것저것 첨가한게 많아서 느끼한데 이렇게 집에서 강황가루로 직접 만들면 더 건강하고 맛있다고 강조하셨다. 아무렴요~~

사이드로는 삶은 하얀콩에 모르콘 조각을 섞은 샐러드와 동남아식 당근 샐러드가 있었다.

당근 샐러드는 얼핏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린망고, 파파야, 바나나꽃, 땅콩가루에 레몬즙으로 간을 하신것이다. 원래 레시피에는 피쉬소스가 들어가지만 오래 두고 먹으려고 그건 넣지 않으셨다고 하셨는데 상쾌한 맛이었다.

자서방은 흰콩샐러드를 잘먹었고 나는 당근 샐러드를 잘먹었더니 시어머니께서 한통씩 싸주셨다. 카레까지 총 세통...

다들 식사를 끝냈을때도 나는 계속해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이제는 시댁에서 먹으면 뭐든지 다 맛있다. (작년에 시댁에 얹혀살때는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똑같은 음식도 싸와서 집에서 먹으면 그맛이 안난다. 우리 시어머니의 농담이 빠져서 그런가...

배불리 먹고나서 시어머니께서 자서방과 함께 디저트를 가지러 가신 사이 나는 소화를 좀 시킬요량으로 정원을 잠깐 걸었다. 구석구석 피어있는 꽃들을 구경하면서-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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