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사왔더니 남편이 대뜸 하는 말,
"음... 이제는 아이스크림 나 안먹으려구..."
"그래 그럼, 이건 내가 다 먹지뭐."
"아니, 이번까지만 먹겠다고... 다음번에는 아이스크림 안사도 돼."
왠일이지...?
일단 뱃살을 빼겠다는 단단한 각오가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 이유는 아이스크림보다는 좀 더 건강한 디저트로 남편이 갈아탔기 때문이다.
바로 이 스물오레- 남편은 스물갸또라고도 부르지만- 스물푸딩이라고 해도 될듯하다.
요거트 메이커로 간편하게 만들수 있게 돼서 내가 종종 만들어 먹고 있었는데 어느날 배고픈 남편이 딱 하나 맛보고 나서는 그때부터 아주 단단히 꽂혀버린 것이다.
그리고 시댁에서 만들어주시는 다양한 수제 잼이나 콩포트들의 공도 컸다. 빌베리, 블랙커런트(꺄시스), 미라벨, 무화과, 휘바브, 심지어 토마토잼까지- 과일을 안좋아 하는 자서방도 스물오레 바닥에 깔아주는 이 과일들만은 너무 좋아한다. (사실은 푸른색 잼 위주로만 좋아함)
왼쪽은 무화과 오른쪽은 꺄시스-
남편은 무화과는 별로라고해서 내가 먹었다. 시어머니께서 시댁 무화과 나무에서 열매를 직접 따다가 만들어주신 콩포트다. 맛만 좋구만...!
남편이 하루에 2-3개씩을 먹어서 2-3일마다 만들어야 하는데 일부러 설탕의 양을 눈치 못채게 조금씩 조금씩 줄이고 있다.
그리고 잼 두껑이 잘 안열릴때마다 나는 남편에게 가져가서 부담을 팍팍 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힘을 보여줘. 이거 못열면 먹을 자격없어."
그럼 남편은 긴장된 표정으로 용을 쓰면서 잼두껑을 열어주는데 지금까지 딱 두번 못열었다.
"괜찮아. 이리줘. 무화과나 넣어야지뭐."
"안돼...엉엉...!"
그리고 나는 부엌에서 조용히 칼을 이용해서 잼두껑을 이렇게 연다.
병을 반대로 뒤집어 놓고, 칼로 저 부분에 살짝 찔러 넣으면 공기가 슉- 빠지는 소리가 난다.
남편은 아직도 내가 힘으로 연줄 알고있는데 절대로 비밀은 말해주지 않을거다.
'잼 두껑도 못열면 먹을 자격 없지만 그래도 내가 힘도 더 세고 친절하니까 만들어 주는거다' 하면서 큰소리 치는 재미를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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