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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내가 만든 디저트에 중독된 남편.(ft.스물오레)

by 낭시댁 2021. 10. 31.

나는 행복을 위한 요소중에서 먹는것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우울해도 먹는건 잘 거르지 않고, 배가 불러도 내가 좋아하는건 또 먹을수 있다. 먹는건 나를 행복하게 만는다

그렇기때문에 내가 만들어주는 디저트인 스물오레(Smoule au lait)에 중독되다시피한 남편에게 나는 꽤 관대한 편(?)이다.

아침마다 냉장고를 확인해서 남은 스물오레의 갯수를 확인하고 또 충분히 만들어서 채워둔다.

요거트 머신으로 만드는거라 한번에 6개를 만들수 있는데 기존에 있던 4개까지 어제 아침에 총 10개를 냉장고에 채워놓았다. 든든쓰...

시댁 지하실에 쌓여있는 빌베리잼, 블랙커런트잼 등 시어머니의 홈메이드 잼들이 자서방 덕분에 푹푹 줄어들고 있다. 아, 자서방은 유독 푸른색 계통의 잼만 좋아한다 ㅡㅡ; 다른거는 그 맛이 안난다나...

덕분에 시어머니께서는 내년에는 더 많은 빌베리와 블랙커런트를 구매할거라고 하셨다. 야생열매라 향도 더 진하고 영양가도 더 높을것 같다. (물론 적당히 먹어야 하지만...)

아침에 자서방은 스물오레 10개가 냉장고에 꽉차 있는걸 보더니 매우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항상 고마워.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만 만들어도 돼... "

"난 괜찮아. 요즘 스트레스 많은데 이거 먹고 남편이 기분 좋으면 나도 좋아."

"나 때문에 이거 매일 만드느라 고생하는것 같아 미안해서 그러지..."

"나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냉장고에 꽉꽉 채워둘테니까 남편이 스스로 먹는 걸 줄여보는건 어떨까? 그럼 자연히 나도 덜 만들게 되겠지?"

"오, 노... 그건 불가능해. 난 중독이라 스스로는 못줄여."



저녁에 나는 오랜만에 병아리콩 시금치 카레를 만들었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뜨끈한 흰밥위에 얹어서 먹는 부드러운 이 맛이 생각났던 것이다.

전날 먹다 남은 수비드 닭고기도 위에 얹어서 우리 둘은 든든하고 맛있게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면 남편은 항상 먹고난 빈그릇들을 부엌에 갖다놓는데 부엌에서 돌아올때면 어김없이 스물오레를 한두개씩 들고 온다.

그런데 오늘은 글쎄 3개나 들고 오는게 아닌가?

하나는 내껀가 싶어서 나는 안먹는다고 했더니 세개 다 자기꺼란다.
내가 만든거지만 저렇게나 중독성이 심한가 싶어서 나도 하나를 먹겠다고 했더니 자기꺼 뺏어먹을까봐 냉장고에 가서 하나를 새로 갖다주는 남편.

남편은 세개 나는 한개...

처음에는 위에 하얀 스물만 부드럽게 음미하다가 중간쯤 먹었을때 바닥에 있는 빌베리 잼을 뒤집어서 함께 먹어주면 상큼한 맛이 추가된다.

아, 맛있다! (근데 나는 하나면 충분한데?)

자서방은 3개를 다 먹고나서 그새 또 하나를 갖고왔다. 😳 이러다 너 곰된다...

그렇게 4개를 먹고나서도 여전히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는 남편에게 내가 말했다. 더 먹고싶으면 먹어보라고. 몇개까지 먹는지 나도 궁금하다고. ㅡㅡ;

그랬더니 이미 4개도 많이 먹어서 이제는 그만 먹어야된단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다행이다.
(저녁이 부족했냐니 그것도 아니란다;)

하지만 한시간쯤 후 남편은 결국 2개를 더 꺼내먹었다. 빈 두껑 두개가 싱크대에 놓여진걸 보고 냉장고를 열어봤더니... 3개만 덩그러니...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남편에게 가서 말했다.

"나 이제부터는 이걸 이틀에 한번씩만 만들게. 그럼 당신은 이틀에 몇개를 먹을수 있는거지?"

"6개..."

"응 그러니까 하루에 3개씩 먹던가 아니면 6개 먹고 다음날은 0개 먹든가..."

"....안돼."

"아침에는 나더러 미안하니까 조금씩만 만들라며?"

"생각이 바꼈어. 나 이거 없음 못살아."

남편 표정이 너무나 심각해서 웃음이 피식났다.

난 시어머니께 바로 메세지로 고자질했다. (우리 시어머니는 항상 스물오레는 아기들이 먹는 디저트라 자서방이 매일 먹어도 괜찮다고 하셨다. 그건 어디까지나 하나만 먹을때잖아요...)

[이게 오늘 아침이고요.]
[그리고 지금이요.]
[하나는 제가 먹었어요.]
[그는 곰이에요.]

내가 보낸 4문장에 시어머니께서 많이 놀라신 것 같다. ㅋ


그리고 어젯 밤-

나보다 먼저 잠이 들었던 자서방은 자다말고 덥다며 중얼거렸다.

"왜 더운줄 알아? 스물오레 6개를 소화시키느라 남편의 위가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야."

"아닐걸..."

"맞아."

"아니야."

"맞아.”

맞는것같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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