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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치즈 못먹는 프랑스 남편과 삽니다.

by 낭시댁 2021. 11. 4.

한때는 자서방이 열심히 나를 위해 만들어 주던 피자를 이제는 나도 능숙하게 만들수 있게 되었다. 내가 내 손으로 도우를 만들어서 피자를 만들어 먹고 살 줄이야...

자서방표 피자도우 레시피

 

자서방표 피자도우 레시피

요리를 좋아하는 자서방은 방콕에 살때 부터 홈메이드 피자나 햄버거를 만들어 주곤 했다. 피자 도우는 생각보다 만드는게 어렵지 않아서 이제는 나도 곧잘 만들고 있다. 기본 피자 한판을 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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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피자는 특이하게 치즈 대신에 생크림을 뿌린다. 치즈를 안먹는 남편이 개발한 레시피인데 개인적으로 모짜렐라 피자보다 더 맛있다.

피자를 만들면 자서방꺼 큰거 하나, 내꺼 작은거 하나 이렇게 두개를 따로 만드는데 프랑스에서 맛있고 저렴한 치즈가 많길래 내 피자에는 다양한 치즈를 시도를 해 보기도 한다.

이날에는 리들에 갔다가 라끌렛 치즈라는게 있길래 무심코 사와서 내 피자위에 올리게 되었다. 라끌렛... 프랑스 발음으로는 하끌렛-

사실 들어만 봤지 먹어본 적은 없어서 그냥 호기심에 시도해 보기로 한 것이다.

치즈가 오븐속에서 녹는 모습이 다른 치즈들과는 다르게 뭔가,,, 입자가 더 곱고 부드러운 느낌이랄까...

근데 냄새가 왜 이렇게 꼬릿꼬릿한거지.... 허허...

잠깐 만졌는데 손에서 발냄새가 아주 지독하게 나서 언능 비누로 뽀드득 씻었다.

그런데 이걸 먹는데 자서방이 옆에서 자꾸 킁킁거렸다.

처음에는 두조각만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한조각 더 먹고, 그리고 또 한조각을 더 먹었더니 그제서야 자서방이 한숨을 크게 쉬면서 말했다.

"이제... 그만 먹어..."

난 또 내 건강을 걱정하는건줄 알았는데,

"냄새가... 너무 지독해..."

치즈 냄새 때문이었구만.

"이거 라끌렛이야. 그냥 한번 사봤는데 내가 그동안 먹어본 피자중에 제일 맛있다!!!!"

"아... 라끌렛... 정말 미안한데... 다음부터는 그냥 모짜렐라 쓰면 안될까?"

내가 표정이 싸악 굳는걸 본 자서방은 서둘러서 변명(?) 비슷한걸 덧붙이기 시작했다.

"나 어릴적에도 우리 엄마가 라끌렛을 가끔 만드셨는데, 그럴때마다 나는 내 방으로 도망가거나 심지어 집을 나가기도 했어. 지금 내가 이렇게 옆에 앉아있는것만 해도 엄청 큰 발전이라구."

기분이 썩 좋지않아서 저녁식사 후 시어머니께 메세지로 고자질을 했다.

"저 오늘 치즈 피자 먹었는데 자서방이 치즈 냄새 독하다고 불평했어요."

"오, 그러면 안되지! 너 먹고싶은건 다 먹고 살아야지. 근데 무슨 치즈였니?"

"라끌렛이요."

"아... 그건... 좀 심한데... 걔 어릴적에 우리가 라끌렛을 먹는 날이면 걔는 혼자 집 나가서 한참후에 돌아오고 그랬거든... 라끌렛은 내가 다음에 맛있게 만들어서 너 부를테니 우리집에서 맘껏 먹으렴..."


자서방은 몇번이나 말했었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많은 부분을 스스로 변화시키고 또 양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라끌렛은 유난히 난이도가 높은가보다.


자서방이 먹다가 남긴 두조각의 피자는 내가 다음날 낮에 라끌렛을 올려서 데워먹었다.

아, 참고로 바로 자기 코앞에서 먹는것만 아니면 된다고 하길래 자서방이 거실 소파에서 티비볼때 뒤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다. 시어머니 말씀으론 이것도 아주 큰 발전이라고....

입안에 라끌렛 피자를 가득 물고 오물오물 씹으면서 자서방에게 물었다.

"튀맴?" (나 사랑해?)

자서방이 "당연하지!" 라고 대답했을때 자서방 얼굴에다 피자를 오물거리던 입을 쭉내밀고 뽀뽀를 강요했더니 의외로 순순히 입을 맞춰 주었다. 어라? 안피하네?! 또 한번 내밀었더니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라끌렛을 물고 있는 입에 뽀뽀를 하는 자서방.

이정도면 라끌렛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이게 냄새는 지독해도 막상 먹어보면 진짜 맛있는뎅... 안타깝구만...

무식아, 이거 발냄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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