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완치 후 재검사 또 양성...

우리집에는 식량이 많이 쟁여져있어서 격리생활에 참 유용했다.

코가 건조하니 국물이 있는게 자꾸 땡겨서 낮에는 만두국을 주구장창 끓여먹었다. 냉동실에는 내가 만들었던 수제만두도 아직 남아있지만 시어머니께서 사다주셨던 냉동만두도 많이 있었다.

저녁을 하기가 귀찮았던 날에는 찬장을 뒤져봤더니 시댁에서 얻어온 카술레 통조림이 있네?

비상식량으로 아껴뒀던건데, 요리하기 귀찮은것도 비상은 비상이니...

오리 카술레... 뚝배기에 담아서 전자렌지에 간단히 데웠다.

별 기대 안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이래서 좀비세상이 오면 다들 통조림에 목숨을 거는건가보다. 오리고기 한덩이랑 맛난 소시지도 한덩이씩 들어있었다. (프랑스 여행오시면 카술레 통조림 기념으로 하나씩 구매해보세요. 추천합니다! )

증상도 완치되었고 양성 확진 받은 후 7일이 경과되어 격리기간도 해제가 되었지만...

남편과 PCR 재검사를 다녀왔는데 또 양성이 나와버려서 등교를 못하고 있었다. (남편은 여전히 음성)

그래.. 기왕 쉬는거니까 맛있는거 왕창먹고 맘편히 놀자...
냉장고에 소시지를 빨리 처리해야 해서 핫도그를 만들기 위해 빵을 구웠다.

햄버거용 4개는 둥글게, 핫도그빵 4개는 길쭉하게 모양을 예쁘게 잡았는데 구워지면서 핫도그빵이 뚱뚱하게 부풀었다ㅋㅋ 더 맛있어보이는구만!

핫도그소시지는 전자렌지에 돌리고 상추랑 토마토를 넣고 소스는 있는대로 (마요네즈, 머스타드, 바베큐, 케찹) 왕창 뿌려서 콜라(무설탕,무카페인) 한잔 이랑 같이 먹어주니 세상 맛있다!!

다음날에는 소고기 패티를 두툼하게 수비드로 익혀서 햄버거를 만들어 먹었다. 단면사진 좀 찍을걸...

수비드 닭고기를 먹을땐 껍질은 남편에게 몰아주고... 파슬리 뿌려서 40분간 구워낸 감자는 케찹+마요네즈에 푸욱 찍어먹었다.

8일차에 자가키트로 남편이 검사를 해 주었는데 또 두줄.. 양성이었다. 또르륵...

그러던 차에 나는 낯선 누군가로 부터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학교에서 프랑스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들이 1대1로 만나 언어 교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사실 나는 이 나이에 어린 대학생들과 과연 1대1로 만나면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려나 싶어서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대충 시키는대로 온라인으로 프로필을 작성해서 보냈었는데... 한동아 잊고 있었는데 한달만에 내 짝꿍이라며 누군가가 인사를 보내 온 것이었다!

[안녕? 나 카린이라고 해. 한국어에 관심이 많은데 배운지는 몇달 안되었고 도움이 필요해. 그리고 나는 너의 프랑스어 공부를 도와줄 수 있을거야. 오늘 저녁 단체모임에 나올거니? 아니면 다음주는?]

적극적인 성격이 엿보이는 메세지였다.

나는 답장으로 내 상황을 말해주고, 아직 재검사 결과가 양성이라서 등교를 한동안 계속 못하게 될것 같다고 보냈다. 그랬더니 그녀가 바로 답장을 보냈다.

[내가 학교 코로나 관련 규정을 찾아봤는데, 백신을 3차까지 맞은 상태라면 증상 발현 후 7일이 경과되면 더이상 전파의 우려가 없으므로 다시 등교를 할수 있대. (백신 미 접종자면 10일) 재검사도 요구되지 않고, 재검사시 양성이든 음성이든 상관없대. 혹시 그래도 불안하다면 내가 지금 너희 건물에 찾아가서 담당자더러 너한테 전화주라고 전해줄까? 넌 수업에 아무때나 다시 돌아올 수 있어.]

올? 시원시원한 추진력 무엇? 완전 내 스타일이다... 뭔가 학생회장 포스가...

나는 당장 담당자에게 카린이 알려준 규정부분을 첨부해서 이메일로 확인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담당자는 5분만에 답장을 보내서 문제없으니 바로 등교를 하라고 말했다.

여전히 찜찜한 마음이 들어서 검색을 해 보니, 다들 오미크론 완치 후 한달정도는 계속해서 양성으로 결과가 나오는게 보통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파의 우려가 없는 한마디로 죽은 바이러스가 검사결과에 영향을 끼치는거라고...

그렇게 나의 배부르고 등따신 격리생활은 끝이나고 학교로 등교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프랑스인 짝꿍도 곧 만나기로 했다. 설레는 일이 또 하나가 생긴 것이다.

내 껌딱지 무식아... 나는 다시 학교간다... 티비는 인제 너 혼자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