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를 끝내고 나는 카린과 가브리엘을 따라 에피날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곳의 정확한 이름은 [Imagerie d'Epinal].
imagerie는 판화라는 뜻이라는데, 이곳에서는 판화뿐아니라 다양한 출판, 인쇄물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 미술관의 컨셉을 내가 제대로 이해한것인지는 확실히 잘 모르겠다;;)
가브리엘은 이미 몇번 와봤던곳이라 흥미를 전혀 못느끼고 있었다. 그저 엄마가 가자고해서 따라나온거다. 엄밀히는 나를 위해서 이 두사람이 함께 가 준것이다.
입장권은 카린이 가족요금으로 요청을 해서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세명이서 10유로. 내가 얼른 계산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발견한 에피날 옛 지도.
"저기 꼭대기에 있는 성, 혹시 오늘 오전에 우리가 올라갔던 거기 맞아?"
"응 맞아. 지금은 무너져있긴하지만. 그리고 여기 밑에 강 사이에 섬 보이지? 예전에는 이렇게 섬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쪽을 메웠지."
낮에 직접 돌아다녔던 곳들이라 옛날 모습이 담긴 지도를 보며 비교하는게 재미있었다.
1800년대 신문인데 컬러로 인쇄가 돼 있다.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은...? 한참 혼란하던 시기였겠지... (특히 유럽 여행중에는 자꾸만 동시대의 우리나라 모습과 비교를 해 보게 된다.)
1896년 8월 30일/ 주간 5센트/ 자전거 검거
그러던 중에 발견한 반가운 종이인형! 끼야!!!
이걸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하는 나를 보며 카린과 가브리엘은 갸우뚱하며 나를 쳐다봤다.
"어릴적에 이거 안가지고 놀았어??"
내 말에 카린의 대답:
"음... 전혀... 우리 세대는 아니고 우리 엄마가 어릴적에 가지고 놀던거..."
아... ㅡㅡ;
옆에 가브리엘이 카린에게 나직하게 물었다.
"엄마, 이걸 왜 가지고 놀아요?"
"그냥 가위로 오리고, 옷이나 모자를 갈아입히고 치장하는거지. 야, 우리도 어릴적에 플라스틱 인형 있었다. 근데 친구들이랑 종이인형도 많이 갖고 놀았지. 맨날 파티한다고 파티복 입히고 커피마시는 설정으로ㅋㅋㅋ"
솔직히 나는 플라스틱 인형 없었는데 자존심이 상해서 나도 모르게... 또르르...
그래도 학교끝나고 100원짜리 종이인형 한장 사와서 친구랑 가위로 오리고 가지고 놀다보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행복했었다.
추억은 방울방울...
판화로 유명한 에피날 예술가에 대한 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희소성을 위해 딱 15장씩만 찍고 판화는 폐기했다고 한다.
이날 미술관에는 멕시칸 예술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가브리엘이 생기를 찾았다.
미술관 한켠에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코너가 있었는데 어린이 들이 직접 수수께끼를 적은 종이들이 걸려있었다. 가브리엘은 모든 수수께끼를 다 풀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그 후에는 다른 어린이들을 위해 직접 종이에다 수수께끼를 몇장이나 남겼다.
아쉽게도 내 프랑스 실력으로는 수수께끼는 이해하기 어려워서 함께 웃지를 못했다. 😐 카린이 열심히 영어로 설명해주지만.. 어린이들 수준의 언어유희가 많았다.
급기야 카린이 이제 가자고 하는데도 가브리엘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아이디어뱅크를 굴리는 중이다ㅎㅎㅎ 역시 어린이는 어린이였다. 귀엽 ㅋㅋ
벽에 많은 어린이들이 수수께끼를 남겨놓았다ㅎㅎ
관람내내 지루해하다가 마지막에 흥을 되찾아서 다행이다. 귀여운 가브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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