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연애결혼

가을은 내 남편이 살찌는 계절

by 낭시댁 2022. 11. 21.

요즘은 아침마다 안개가 자욱해서 제법 운치있다. 

안개를 헤치고 리들에 가는 길. 가을은 별로지만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은 예쁘다.  

상추값이 한동안 올라서 다신 안떨어질줄 알았는데, 어느새 원래 가격으로 돌아왔다. 반갑다 상추야, 내가 더 열심히 먹어줄게! 

자서방 말로는 리들은 다른 마트 체인들보다 저렴한데, 애초에 가격이 많이 오르는 상품들은 진열에서 빼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리들에는 진열 상품들이 항상 바뀐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초콜렛들이 많이 들어왔다. 한국에 식구들한테 보내주려고 몇개 사왔다. 갈때마다 조금씩 쟁여놔야지. 어릴적에 과자 선물세트(아 언제적...ㅋ)를 받으면 열어보는 설레임이 있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양한 종류를 넣어주고 싶었다. 

봉지초콜렛은 개별포장에 폭죽소리가 나는건줄 알고 샀는데 자서방이 저거는 아니란다 ㅡㅡ; 프로모션이라고 좋다고 세봉지나 샀는뎅... 

 

"이거 한국에 부치려고 산거니까 먹으면 안돼." 

 

"알았어. 배송료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리고 초콜렛도 내가 더 맛있는 초콜렛 사올게. 저건 별로야..." 

 

우리 남편 든든하구나. 

 

 

그런데 !!

 

다음날 보니 견과류 초콜렛은 누가 다 까먹고 없네 ㅡㅡ; 숨겨놓는다고 숨겨놨는데 내가 치밀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무스카델이 먹었다고 발뺌하던 자서방... 

 

"내가 더 좋은걸로 새로 사다주려고 먹었지.ㅋㅋ" 

 

말이라도 못하면... 

 

다음날 나는 오트밀 쿠키를 또 구웠다. 이번에는 크렌베리는 빼고 다크 초콜렛조각을 두배로 넣었다. 

쿠키를 먹을때마다 초콜렛 많은걸로 이리저리 살피고 골라먹던 자서방은 막상 초콜렛대신에 크렌베리가 씹힐때면 시무룩했었다. (어릴적 우리언니가 된장찌게에서 된장 덩어리를 잽싸게 건져먹고 울상 짓던게 생각나네... 고긴줄 알았단다...)  

 

이번에는 크렌베리가 없어서 오트밀과 견과류 다크 초코의 비중을 높이고, 밀가루랑 버터는 더 줄여서 구워보았다. (군것질은 아예 안하는게 제일 좋지만 그래도 시판 과자보다는 이게 건강할테니까...) 

 

실력이 일취월장하는구나! (자화자찬도 늘고있다ㅋ)

 

자서방은 내 쿠키를 맛보고는 매우 좋아했다. 하루에 두조각만 먹겠다고 약속은 했는데 지키려나... 

 

"나는 정말 행운아야. 최고의 고양이와 최고의 와이프를 가졌어!" 

 

"나도 인정. 근데 나는 뭘 가졌지?" 

 

"최고의 고양이랑 최고의 남편!" 

 

어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저리 헤맑게 대답하는지. 

 

"최고의 남편? 어디있는데?" 

 

"여기 있잖아." 

 

이제는 동그래진 남편의 배를 비비며 내가 말했다. 

 

"내 남편 당신이 잡아먹었니? 그 사람 지금 이 속에 있는거야?" 

 

"무스카델, 엄마 진짜 메샹이다, 그치.." 

그래서 난 뭘 가졌냥...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