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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한국어 공부중인 프랑스인 시동생 때문에 웃은 사연

by 낭시댁 2023. 1. 8.

내일 아침에 스웨덴으로 돌아간다는 시동생은 오늘 잠깐 우리집에 인사를 왔다.

시동생이 낯설지는 않지만 딱히 흥미는 없는 표정

자서방과 무스카델까지 함께 거실에 모여 맥주나 차를 마셨다.

한국인 동생이 준 한국 과자를 꺼내서 맛보여줬더니 시동생이 포장지에 써진 한글을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다.

"오리...오...ㄴ?"

오! 브라보!

"한글은 정말 쉽고 간단한것 같아요. 물론 말은 어렵겠지만 듀어링고에서 일주일 공부해 보니까 한글 읽는거는 어느정도 익숙해졌어요. 조만간 한국 여행을 가야겠네!"

텔레비젼, 라디오, 오렌지, 바나나, 필라델피아 등등 영어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서방에게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한글 까막눈인 자서방은 스스로도 부끄러운걸 아는지 화제를 다른데로 돌리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짐은 다쌌어?"

"아, 오늘 대형마트에 가서 과자, 치즈, 버터, 소시지같은거 잔뜩 사왔어. 캐리어도 하나 더 샀다니까! 먹을거 더 많이 가져가려고!"

"엥? 스웨덴도 유럽인데 식재료가 많이 다른가봐요?"

"완전 달라요! 프랑스에서 흔하게 먹는 음식들중에 구하기 어려운게 많죠. 그래서 올때마다 잔뜩 사갖고가요."

또한 나는 스웨덴에서 유로가 아닌 다른 화폐를 사용한다는것을 처음 알았다! 유럽연합이면 모두 유로를 사용하는지 알았는데-

 


잠시후 시동생은 떠나면서 내 귀를 의심하게 하는 한국어 인사말을 나에게 건넸다.

"뽀뽀!"

음? 잘못 들은줄 알았다.

내가 할말을 못찾고 시동생 얼굴을 빤해 바라봤더니 시동생이 분명한 발음으로 다시 한번 말했다.

"뽀뽀!"

아...

비쥬(볼키스)를 직접하는 대신 헤어지는 인사로 "비쥬"라고 말하는데, 시동생은 뽀뽀랑 비쥬를 똑같은 개념으로 이해한 것이다. 같은 의미가 맞기는 하지.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땐 또 만나요 뽀뽀뽀니까... 하지만 문화가 다른 걸... 나는 형수인걸...

와중에 자서방은 시동생이 현관앞에 서서 또 잘난척을 하는구나 하는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네 맞아요! 비쥬! 내일 여행 잘해요!"

시동생은 배웅해 주느라 따라 나가는 형에게 열심히 설명을 해 주고 있었다.

"비쥬가 한국어로 뽀뽀거든. 재미있지!? 뽀뽀 뽀뽀..."

음... 그래도 형수한테 뽀뽀라니...

오늘은 일단 보내고... 내년에... 차근차근 설명해줘야겠군.

무식아, 너도 들었지? ㅋㅋㅋㅋ

시동생이 나가고 나는 혼자 몇번이나 피식거리고 웃었다ㅋㅋ

뽀뽀라니... 

 

 

[덧붙임]

 

다음날 스웨덴에 도착한 시동생은 프랑스에서 사간 식량(?)들을 한데 늘어놓고 영상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이걸 가져가느라 캐리어를 하나더 샀다고는 했지만 이 정도일줄은...

바게트가 단연 눈에 띈다. 역시 프랑스인.

고국에 갈때마다 먹거리를 산더미처럼 가져오는건 만국공통인가보다.

나도 한국가고싶어지네. 저만큼 가져올 엄두는 안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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