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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댁에서 보낸 화목한 크리스마스

by 낭시댁 2022. 12. 29.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자서방과 나는 점심식사를 위해 시댁으로 건너갔다.

모웬, 너도 피곤한가보구나- 대체 뭘 했다고...


나는 어머님을 도와서 넴을 에어프라이어에 데웠다.

아, 시부모님께서는 내 크리스마스 선물로 에어프라이어를 사주셨다. 자서방은 넴을 데워먹을 생각에 이미 들떠 있었고, 어머님께서는 남은 넴을 싸줄테니 집에가서 데워보라고 하셨다.

조카들과 조카의 남친은 식전주에 합석하지 않았고, 자서방, 시동생, 시부모님과 나만 마셨다. 그렇지... 샴페인은 어른들 음료인 것이다 😆

곧 시어머니께서 "아 따블르!" 를 외치셨다. 식사를 위해 다이닝룸으로 가자는 말씀이셨다.



오늘도 식사는 푸아그라로 시작했다.

"올해에는 조류독감때문에 질좋은 푸아그라를 구하는게 어려웠어. 매년 내가 주문하던 레스토랑에서는 아예 주문을 안받았거든... 그래서 많이 준비하지는 못했단다."

대신 올해는 가족들이 많이 모이지 않은데다 스웨덴 팀들은 푸아그라 맛을 잘 몰라서 먹지를 않았다. 덕분에 우리는 부족하지 않게 먹었다ㅋ 특히 자서방은 신났음

푸아그라와 함께 먹으라고 자서방이 레드와인을 한잔 따라줬는데 곧 아버님께서 화이트와인을 한잔 주셨다.

"푸아그라 먹을때는 레드와인보다는 화이트와인이 더 맛있거든. 이 와인 네 마음에 들거다."

레드와 화이트와인 두잔을 앞에 같이놓고 내가 좋다고 환하게 웃었더니 자서방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오늘은 취하지 말라는 경고인것이다.

"화이트 와인에서 꿀맛이 느껴져요. 그냥 포도맛으로 이렇게 꿀맛이 난다는게 신기해요!"

내 말에 자서방은 내 잔을 가져가서 맛을 보았고 내 말에 공감을 했다. 그리고 조용히 콜라를 마시고 있던 조카의 스웨덴 남자친구는 내 말을 듣더니 잔을 내밀어 본인도 마셔보겠다고 말했다.

"난 워낙 레드와인을 좋아해서 그렇지 원래 푸아그라를 먹을땐 주로 화이트와인이나 샴페인을 함께 마셔."

과연 비교를 해 가며 맛보니 화이트와인이 푸아그라의 풍미를 더 살려주는듯한 느낌이 들긴 했다.



맛있게 푸아그라를 먹던 자서방이 갑자기 내 접시를 빼앗아가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넌 푸아그라 먹지마."

어머님께서 자서방에게 왜 그러냐 물으셨다.

"푸아그라를 샐러드랑 같이 먹잖아요."

"울랄라 그건 범죄야."

시어머니의 단호하신 한마디에 식구들이 다 같이 웃었다.

"아니야, 나는 샐러드 색이 예뻐서 사진만 같이 찍으려고 한거였어. 같이 먹지는 않을거야..."

그렇게 애원한(?) 끝에 나는 내 접시를 돌려받을수가 있었고 자서방은 나를 지켜보겠다는 사인을 했고 가족들은 또한번 웃었다.

프랑스인들앞에서는 절대 푸아그라먹을때 다른음식과 섞어 먹지 말 것... 명심... 😐
치사하지만 푸아그라는 포기할수가 없다.


본식으로 어머님께서 닭고기요리를 내 오셨을때까지도 자서방은 푸아그라를 포기하지 못하고 혼자 계속 먹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된 이 닭요리의 이름은 뿔레 오 방죤 에 모히으 (poulait au vin jaune et morilles), 즉 '옐로우와인 치킨 그리고 모렐버섯'이라는 뜻이다. 

크리미한 소스에 담궈진 닭고기요리의 향이 끝내줬다. 뭔가 크리스마스스러운 향이랄까 ㅎ

"이게 코코뱅이야?"

"아니, 코코뱅은 레드와인이 들어가는거고 이건 엄마가 화이트와인으로 요리하신거야."

시아버지께서 와인병을 가져와서 보여주시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엄밀히는 화이트와인이 아니라 옐로우와인이란다! 색깔이 좀더 노랗거든."

엥... ㅡㅡ; 점점 복잡해진다. 내가 어지러운 표정을 지었더니 맞은편에 앉은 조카가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그냥 화이트와인이라고 생각하자구요. 제 눈에도 똑같아요."

자서방은 코코뱅보다 이게 더 맛있다고 말했다.

"소스도 맛있지만 여기엔 모렐버섯이 들어갔거든!"

그 말을 하면서 자서방은 냄비를 가져와서 모렐버섯(곰보버섯?)만 골라서 내 접시에 덜어주었다.

모렐 버섯은 프랑스어로는 모히으( morille) 라고 부른단다. 식감도 좋고 거기다 향이 소스에 베어서 더 맛있었다. 밥과 먹으니 특히 더 맛있다!

남들은 식사를 끝내고 치즈를 먹고 있을때까지 나와 자서방은 계속 냄비를 붙잡고 꼴찌로 먹고 있었다 😆

어머님께서 우리 부부가 짠해보이셨는지 남은 요리를 싸주겠다고 몇번이나 말씀하셨는데 우리는 거절했다. 시댁에 식구가 많으니 남으면 내일 드시라고... 대신 저희는 지금 원없이 먹겠습니다ㅋ

그리고 곧 영롱한(?) 자태의 초콜렛케잌이 등장했다.

초코케잌과 함께 사과부쉬케잌도 등장-

케잌 먹을땐 커피가 필수인지라 나는 벌떡 일어나서 커피 주문을 받았다.

쌉쌀한 커피와 함께 먹는 케잌은 정말 맛있었다!

한국의 명절보다 기름진 음식은 덜먹은것 같긴 하지만 못지않게 많이 먹고, 특히 더 많이 마셨다. (술기운에 흥이 돌아서 나 혼자 계속 떠들었나보다. 목이 아프네... 이래서 자서방이 자꾸 내 술잔을 감시하고 있었나보다.)

이제 크리스마스 파뤼가 끝났다.

행복한 연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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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하지만 더 따뜻했던 크리스마스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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