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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조카가 자서방에게 보낸 생축송

by 낭시댁 2019. 10. 4.

얼마전 자서방의 생일이 있었다. 

사실 며칠전부터 생일선물로 뭘 원하는지 몇번 물어봤는데 자서방은 매번 아무것도 필요없으니 아무것도 하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예전에는 저렇게 말하는게 빈말인줄로 이해하고는 자서방 생일날 아침에 내가 일찍 나가서 케잌이랑 양초를 사와서 자서방이 일어났을때 서프라이즈로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준 준적이 있었는데 난 정말 자서방이 좋아할 줄 알았다. 

그날 자서방은 노래가 끝날때 까지 어쩔줄을 몰라하는 표정으로 있었다. 진심 고맙거나 행복한 표정이 아니었음 ㅠ.ㅠ

단둘이 있는데도 누가 노래를 불러주는게 그렇게 불편하다나 어쨌다나 암튼 참 특이한 사람도 다 있구나 싶었다. 

다음부터는 절대 하지 말라길래 진짜 아무것도 안했지. 

물론 자서방은 값비싼 선물 좋아한다ㅎㅎ 근데 내가 지금 백수라 돈은 없고 그저 선물은 내년을 기약했음 ㅎㅎ 

그런데 자서방 생일날 오후 우리언니가 조카 나영이가 자서방에게 생축송을 녹음해서 보내줬더라는 소식을 들었다. ​

역시 우리나영이가 최고다. 


전에 한국에서 태국으로 돌아올때 자서방은 나더러 다른건 필요없고 나영이한테 자기를 위한 작은 선물 한가지만 받아와 달라는 희한한 부탁을 했다. 

이를 들은 나영이는 클레이를 여러개 만들었고, 더불어서 손편지도 영어로 꼭꼭 눌러써서 선물로 전해 주었다. 

당시 자서방은 그걸 받고 어마어마하게 행복해 했고 편지는 내 앞에서 뜯어보지도 않고 출근할때 회사로 가져가서 혼자서 뜯어 봤는데 그걸 읽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영어로 서툴게 I miss you어쩌고 썼는데 그게 그렇게 감동이었다나.. 

클레이들은 사무실 책상에 고이 모셔두고 혼자 보고 있음..  

 

저녁에 자서방이 돌아왔을때 먼저 말할 줄 알았는데 아무말이 없길래 내가 먼저 물어보았다.

"남편, 나영이가 생일축하 노래 보내줬어? 낮에 나영이가 노래 녹음하고 있더라고 언니가 메세지 보냈더라고" 

"당연하지. 나영이는 누구처럼 내 생일 그냥 넘어가는 사람 아니야. 나영이는 내가 다니엘 헤니보다 잘생겼대."

"오늘은 안울었어?"

"아 이제는 안울어. 감동적이기는 했어"

잠자리에 들면서 자서방은 나를 놀리는 말투로 말했다. 

"내 생일 이제 끝나가네. 내 와이프가 아무것도 안해줬어"

"내가 외식하자고 했는데 싫다며! 선물은 내년에 좋은거 사줄게" 

 "ㅋㅋ농담이야. 내 생일날 와이프랑 같이 있는것만으로도 충분해." 

진심이겠지..?

진심이라고 믿고 싶다 ㅎㅎ 

내년에 돈벌어서 선물 사줄게.. 남편 좋아하는 비싼 손목시계나 자동차는 아무래도 다음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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