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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자서방이 들려준 시어머니의 피아노 이야기 (feat 영화 로켓맨)

by 낭시댁 2019. 9. 20.


자서방과 주말에 영화 로켓맨을 보고 있었다.

주인공이 어린시절 피아노를 배우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걸 보고 자서방이 말했다. 

 

"너도 어릴적에 피아노 배웠어?"

"응. 10살땐가.. 몇달밖에 안했어. 지금은 다 까먹었네"  

"어릴때는 예술은 꼭 배울 필요가 있는거같애.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거 말이야. 수학이나 외국어는 학교가면 배우니까 그런거 말고.. 어릴적 배우는 예술은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고 창의력도 키워주고 꼭 필요한거같아 " 

"그럼 남편도 어릴때 그런거 배웠어?"

"아, 난 운좋게도 안배웠지ㅎㅎ"

내가 방금 뭘 들은거지.. 

"무슨 소리야 운이 좋아서 안 배웠다니? 어릴때 그런거 배워야되다며"

"ㅎㅎㅎ일반적으로 그렇다는거지"

"그럼 누가 운이 안좋았는데?"

"내동생ㅎㅎ"

자서방은 정신없이 웃느라 잠시 영화를 멈추었다. 웃음을 진정시킨 후에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말했나? 우리가 어릴적에 우리엄마는 피아노를 자주 치셨어. 난 어렸지만 눈치가 빨랐지. 엄마가 우리한테도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어하신다는거를 말이야. 그래서 엄마가 피아노를 치실때마다 나는 최대한 관심없는 척을 하고 피했거든. 근데 어느날 보니까 바보같은 내동생이 꼼짝없이 앉아서 피아노를 배우더라고. 걘 뭐가 뭔지 몰랐던거야. ㅎㅎ 걔도 나처럼 음악에는 소질도 없고 흥미도 없는앤데ㅎㅎ 싫은데 싫다고도 못하고ㅎㅎㅎ 근데 꽤 오래 배우더라? 난 피아노 소리만 나면 밖으로 나갔더니 엄마가 포기하시더라고ㅎㅎㅎ 내동생은 딴에 또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나봐. 억지로 앉아서 배우던게 눈에 선하다 ㅋㅋㅋ우리엄마 또 엄청 무섭고 엄하셨거든. 난 지금도 피아노를 보면 내동생이 떠올라. 인상쓰고 앉아있던 그 모습이 ㅋㅋㅋㅋ"

왜저렇게 좋아하는거지.. 동생의 불행이 남편에게는 행복인가보다. 

우리언니도 어렸을때 딴에 나보다 몇년 더 살았다고 눈치가 빤했음.. 싫은건 나한테 떠넘기고 오빠랑 미리 빠져나가는걸 한두번 본게 아님...  

"전에 파티마네 집에 갔던거 기억나지? 그 시골집말이야. 그 집에 피아노 기억나? 거실에 있었는데. 그게 바로 그 피아노야. 처음에 그 집에 초대받아서 엄마랑 놀러갔다가 내가 그 낡은 피아노 의자를 먼저 알아보고는 엄마한테 물어봤지. 혹시 우리꺼 아니냐고. 엄마가 깜짝 놀래더라. 그걸 여태 기억하냐고 말이야. 파티마가 몇년전에 중고 피아노를 알아보고 있길래 엄마가 싸게 팔았다고 하시더라고. 맨날 브루노가 억지로 앉아있던 그 의자를 내가 어떻게 잊어 ㅋㅋㅋㅋ"

자서방은 눈물을 흘리면서 웃었다.

남편... 너 좋은 형 맞지... 

 

 


로켓맨

 

전반적으로 영화는 재미있었다. 음악 영화는 다 재미있음

근데 저렇게 살뜰이 챙겨주던 할머니가 계셨는데도 불구하고 다 큰 앨튼존은 여전히 가진것보다 못가진것에 상처받고 삐뚤어졌음.. 나는 계속 할머니밖에 안보이더라.. 우리 할머니도 생각나고..ㅠ.ㅠ 결국 정신차려서 다행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 장면- 

뭐든 가능할때 했어야 한다는거지...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갈지 정말 몰랐다. 불과 2년전만 해도 내가 나이가 많은것도 모르고 살았다. 

가만있자.. 지금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내년에 후회할 게 뭐가 있나.. 

살부터 빼자.. 아이스크림 초콜렛도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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