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방과 주말에 영화 로켓맨을 보고 있었다.
주인공이 어린시절 피아노를 배우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걸 보고 자서방이 말했다.
"너도 어릴적에 피아노 배웠어?"
"응. 10살땐가.. 몇달밖에 안했어. 지금은 다 까먹었네"
"어릴때는 예술은 꼭 배울 필요가 있는거같애.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거 말이야. 수학이나 외국어는 학교가면 배우니까 그런거 말고.. 어릴적 배우는 예술은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고 창의력도 키워주고 꼭 필요한거같아 "
"그럼 남편도 어릴때 그런거 배웠어?"
"아, 난 운좋게도 안배웠지ㅎㅎ"
내가 방금 뭘 들은거지..
"무슨 소리야 운이 좋아서 안 배웠다니? 어릴때 그런거 배워야되다며"
"ㅎㅎㅎ일반적으로 그렇다는거지"
"그럼 누가 운이 안좋았는데?"
"내동생ㅎㅎ"
자서방은 정신없이 웃느라 잠시 영화를 멈추었다. 웃음을 진정시킨 후에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말했나? 우리가 어릴적에 우리엄마는 피아노를 자주 치셨어. 난 어렸지만 눈치가 빨랐지. 엄마가 우리한테도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어하신다는거를 말이야. 그래서 엄마가 피아노를 치실때마다 나는 최대한 관심없는 척을 하고 피했거든. 근데 어느날 보니까 바보같은 내동생이 꼼짝없이 앉아서 피아노를 배우더라고. 걘 뭐가 뭔지 몰랐던거야. ㅎㅎ 걔도 나처럼 음악에는 소질도 없고 흥미도 없는앤데ㅎㅎ 싫은데 싫다고도 못하고ㅎㅎㅎ 근데 꽤 오래 배우더라? 난 피아노 소리만 나면 밖으로 나갔더니 엄마가 포기하시더라고ㅎㅎㅎ 내동생은 딴에 또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나봐. 억지로 앉아서 배우던게 눈에 선하다 ㅋㅋㅋ우리엄마 또 엄청 무섭고 엄하셨거든. 난 지금도 피아노를 보면 내동생이 떠올라. 인상쓰고 앉아있던 그 모습이 ㅋㅋㅋㅋ"
왜저렇게 좋아하는거지.. 동생의 불행이 남편에게는 행복인가보다.
우리언니도 어렸을때 딴에 나보다 몇년 더 살았다고 눈치가 빤했음.. 싫은건 나한테 떠넘기고 오빠랑 미리 빠져나가는걸 한두번 본게 아님...
"전에 파티마네 집에 갔던거 기억나지? 그 시골집말이야. 그 집에 피아노 기억나? 거실에 있었는데. 그게 바로 그 피아노야. 처음에 그 집에 초대받아서 엄마랑 놀러갔다가 내가 그 낡은 피아노 의자를 먼저 알아보고는 엄마한테 물어봤지. 혹시 우리꺼 아니냐고. 엄마가 깜짝 놀래더라. 그걸 여태 기억하냐고 말이야. 파티마가 몇년전에 중고 피아노를 알아보고 있길래 엄마가 싸게 팔았다고 하시더라고. 맨날 브루노가 억지로 앉아있던 그 의자를 내가 어떻게 잊어 ㅋㅋㅋㅋ"
자서방은 눈물을 흘리면서 웃었다.
남편... 너 좋은 형 맞지...
로켓맨-
전반적으로 영화는 재미있었다. 음악 영화는 다 재미있음
근데 저렇게 살뜰이 챙겨주던 할머니가 계셨는데도 불구하고 다 큰 앨튼존은 여전히 가진것보다 못가진것에 상처받고 삐뚤어졌음.. 나는 계속 할머니밖에 안보이더라.. 우리 할머니도 생각나고..ㅠ.ㅠ 결국 정신차려서 다행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 장면-
뭐든 가능할때 했어야 한다는거지...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갈지 정말 몰랐다. 불과 2년전만 해도 내가 나이가 많은것도 모르고 살았다.
가만있자.. 지금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내년에 후회할 게 뭐가 있나..
살부터 빼자.. 아이스크림 초콜렛도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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