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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이유있는 자부심, 시어머니표 감자 갈레트

by 낭시댁 2021. 2. 12.

 

저녁에는 무얼 먹을까... 

리들에서 행사하길래 사다놓은 소고기가 이틀째 수비드 머신에서 53도로 한창 요리되고 있었다. 

그럼 오늘 저녁에는 그 소고기랑 샐러드랑 먹으면 되겠다! 

이런 결심을 하고 얼마 후 자서방이 나에게 말했다. 

"엄마가 감자 갈레트 만드셨다고 가지러 오라고 하셨어. 와이프가 다녀와 줄 수 있어~~?" 

"그럼 당신더러 오라고 하신거네. 왜 나더러 가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는 이미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자서방은 쪼르르 나와서 나를 배웅해 주며 사탕발린 입으로 말했다. 

"당신은 내 인생의 여자야. 어제보다 더 사랑해. 매일매일 점점 더 많이많이 사랑해." 

나는 피식 웃고는 시댁으로 갔다. 어차피 나도 바람을 좀 쐬고 싶었다. 자서방은 병가로 집에서 쉬고 있으니 확실하게 쉬게 해 주고 싶기도 했고...

 

시댁 현관문을 열어주신 시어머니께서는 나더러 혼자왔냐고 물으셨다. 

"이참에 마스크 끼고 나와서 엉덩이좀 움직이라고 했더니 너를 보냈구나! 좀 움직여야 되는데..."

그러게나말입니다...

 

 

 

예쁘게 만들어진 감자갈레트. 만들때 온도를 유지하는게 꽤 까다로워서 아직 나는 못 배우고 있다. 자서방이 엄청 좋아해서 언젠가는 배우긴 배워야 할 레시피 중 한가지다. 

"이건 우리 집안 레시피란다. 내 고향 부르주에서 유명한 음식이었는데 이제는 옛날식으로 맛있게 하는 가게가 거기에도 다 사라졌어. 이제 세상에 남은 가장 맛있는 감자 갈레트는 바로 이 집, 마리엘의 집 뿐이란다."

"저희가 정말 행운이네요!"

 

이전 관련 포스팅: 부르주식 감자갈레트와 시어머니

부르주식 감자갈레트와 시어머니

몇주전 시부모님께서는 부르주에 시어머니 사촌언니의 장례식에 다녀오시면서 부르주에만 판다는 감자 갈레트(galette de pomme de terre)라는 음식을 사오셨다. 특이한것이 부르주 내 세군데의 서로

mok0nolg0.tistory.com

커다란 갈레트에서 반을 딱 잘라서 우리에게 나눠주셨고 나머지 반은 바로 오븐으로 넣으시면서 시어머니께서 계속 말씀하셨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거라 아직 차갑단다. 집에 가자마자 바로 오븐에 넣으렴. 200도로 예열되면 갈레트를 넣고 185도로 낮춰. 35분 정도 익히면 돼."

더 필요한건 없는지 물으시던 시어머니께서는 냉장고에서 손질해서 굴소스에 살짝 볶아둔 야채를 한통 담아주셨다. 면을 삶아서 볶음면을 하거나 덮밥종류를 요리할때 간편하게 사용하도록 이렇게 잔뜩 볶아 두곤 하신다.



"집에가서 네 남편에게 말하렴. 엉덩이좀 들고 움직이라고!!" 

"저더러 다녀와 달라고 하면서 그러더라구요. 제가 인생의 여자라구요."

"어후 그거 참 퍽이나 부럽구나!!" 

대문까지 배웅해 주시는 시어머니와 자서방의 험담을 하며 우리는 큰소리로 웃었다. 

 

집에 왔을때 자서방은 내가 시키지 않아도 감자 갈레트를 보자마자 좋아서 엉덩이를 씰룩 거렸다. 

"안그래도 어머니께서 당신은 엉덩이를 좀 움직여야 된다셨어. 그러니까 거기 서서 계속 흔들고 있어. 더... 더...... 더...!"

프랑스어로 "" 혹은 ""는 encore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앵코르.

나는 자서방의 엉덩이 춤에 대고 앵콜을 계속 주문한 것이다.  앵콜! 앵콜!

자서방은 감자갈레트를 위해 영혼을 판듯이 최선을 다해서 흔들고 또 흔들었다. 

 

 

시어머니께서 시키신 대로 잘 구워진 감자갈레트! 

으흠~~~!! 냄새가...!! 

예전에는 저녁시간이 다돼서 이런 버터 냄새를 맡으면 속이 느끼했다. 찌개가 그리웠는데 이제는 와인과 함께 먹으면 하나도 안느끼하고 이런 귀한 음식들에게 감사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갈레트는 6조각으로 잘라서 나는 한조각, 자서방 접시에는 두조각을 담아주었다. 나중에 자서방은 두조각을 더 갖다 먹었다.

이틀간 수비드로 잘 익힌 소고기!

좀 저렴해서 맛없을가봐 걱정했지만 이틀간 수비드로 익혔더니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리고 그저께 먹다 남은 감자구이도 한번더 구워서 클리어했다. 사진에는 없지만 마요네즈를 조금 곁들였다. 감자구이에는 마요네즈가 끝장... 

 

 

시어머니께서 사다 주신 접시와 감자 갈레트! 우리의 저녁상을 업그레이드 해 주셨다! 

와인잔도 언젠가는 사야하는데...ㅋㅋ 

 

 

저녁에는 넷플릭스에서 한국영화 [승리호]를 보았다. 

어느새 내 다리위로 올라온 무스카델도 영화에 빠져들었다. 

 

 

솔직히 기사를 봐서 그런지 이 영화에 대한 내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너무 오랫만에 본 한국영화인데 개인적으로 오글거리는 장면이 너무나 많아서 몸둘바를 몰랐다. 그래도 무스카델은 재미있게 본것 같다. 그리고 김태리의 목소리가 나는 참 좋다! 

 

 

나중에 심각한 장면이 나올때는 무스카델은 화면앞으로 달려가서 심각하게 감상했고 우리는 무스카델의 그런 모습을 감상했다. ㅋㅋㅋ

 

 

우리 자서방은 내일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한다.

부디 우리 자서방, 엉덩이 춤이랑 시어머니표 감자갈레트로 충분히 충전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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