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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 시골집 테라스에서 밤늦도록 수다가 이어졌다.

by 낭시댁 2023.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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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가을 시골길을 산책하다.
 
제법 길었던 마을 산책을 끝낸 후 우리는 야외에서 디저트를 먹기위해 테이블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스테판이 어디론가 급하게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알마가 웃으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웃집에 닭똥샘플을 가지러가는거야.하하" 
 
"엥... 닭이라면 너네도 4마리나 있잖아..." 
 
알마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찌그러진 불량 달걀들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바로 이렇게 달걀껍질이 얇게 나오는 알들이 있어서, 원인을 찾으려고 닭똥을 수집하고 분석을 하고 있는데 그걸 본 이웃들이 자기네 닭똥도 주겠다고 여기저기서 말해서 그거 가지러 가는거야 하하 요즘 스테판 취미중 하나지." 
 
세상에 마상에나... 여름휴가는 11시간넘게 운전해 가서 고성을 보수하며 지내고, 평소에도 퇴근하면 가드닝에 몰두하는 사람인데 이제는 닭똥까지 분석하겠다며 기꺼이 이웃집 닭똥까지 가지러 달려가는 것이다. 우리 자서방과는 태생적으로 정 반대의 유형임에 틀림없다.
 

알마가 준비한 디저트는 아이스크림이다. 커피맛 아이스크림과 샤베트 그리고 생크림- 
 
알마는 카자흐스탄에서 먹던 말고기가 그립다고 말하며, 그건 양고기보다 훨씬 고급식재료라고 했다. 각자 고국에서 먹어본 특이한 식재료에 대한 주제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흘러갔는데 에리카가 필리핀에서는 커다란 비단뱀을 먹는다고 말해서 모두를 놀래켰다. 
 
"이모네집에 갔는데 커다란 비단뱀고기가 식탁에 있어서 깜짝 놀랬어. 망설이다가 결국은 엄두가 안나서 못먹겠더라고..." 
 
"나라면 호기심에 맛은 봤을것 같은데 궁금하다." 
 
"그러는 넌 개고기먹어봤어? 사실 필리핀에서도 개고기는 먹는데 난 그것도 못먹겠더라." 
 
"역시 개고기 물어볼 줄알았지ㅋ. 나도 먹어본적 없어. 사실 한국에서 개고기가 막 그렇게 흔하게 먹는 식재료는 아니거든. 예전에 못살던 시절 고기가 귀할때 개고기를 즐기던 일부 어르신들이 지금까지도 보양식이라고 즐기는 것 같아."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의 친구이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예요. 대화가 이처럼 풍성하잖아요?" 
 
스테판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우리의 대화주제는 항상 정말이지 다양하고 풍성하다. 
아, 내가 6살때 뱀을 잡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여러분 제가 혹시 이 이야기를 들려드린 적이 있던가요...?ㅋ 

 

 
"네스마도 왔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네스마는 우리와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시리아인 친구이다. 
 
"휴가가느라 못온다고 했는데 사실 우리도 이제는 알잖아. 무슬림친구들은 비무슬림 가정에 초대받으면 꺼려하는거... " 
 
"나도 전에 무슬림 친구 초대하느라 모든 식재료를 비싼 할랄로 사놨는데 막상 말도 없이 안와서 서운하더라." 
 
"카자흐스탄에 내 막내동생이 엄격한 무슬림으로 살겠다고 스스로 선언해서 식구들을 놀래켰었다고 말했지? 걔가 나한테 그러더라. 할랄으로 재료를 준비했다고 말했음에도 안오는 이유는 수저랑 식기때문일거라고 말이야. 비무슬림인이 할랄이 아닌 음식들을 먹을때 사용했던 수저나 식기류를 꺼리리기도 한대. 그래서 이제는 무슬림친구들은 식사초대말고 그냥 티파티정도로만 초대하는게 나을것 같아." 
 
"맞아. 생각해보면 그녀가 누군가의 초대에 응했을때는 모로코인 무슬림 친구네 집 딱 한번 뿐이었어. 그녀는 학생 식당에도 절대 안가잖아." 
 
비무슬림인들이 사용하는 수저나 식기가 문제가 되리라곤 상상을 못해봤는데 또 한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 
 
반면 이란인친구중에는 무슬림이면서도 술담배와 돼지바베큐를 즐기는 이들이 있기도 하다.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네스마와 함께 어울리지 못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아쉽다. 나중에 이사하면 집으로 차마시러 오라고 초대해야겠다. 식사는 말고...;;
 

디저트와 커피까지 다 먹고났을때 스테판이 소화를 돕는다며 독주를 몇병 들고 나왔다. 
 
미라벨, 꺄시스, 럼 등등... 
 

그나마 가장 순한게 꺄시스라길래 나는 꺄시스로 한잔을 받았다. 
 
기온이 제법 쌀쌀했는데 독주가 한모금 들어가니 온몸이 금방 후끈해졌다. 이거 정말 순한거 맞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더니 알마가 자신의 미라벨주를 내밀었다. 그걸 마셔보니 확실히 다르다. 목만 타는 느낌과 온몸이 타는 느낌의 차이랄까... (내 기억이 맞다면 꺄시스는 40도 미라벨은 50도라고 했다.)
 
"이걸 마시니 북한에서 한겨울에 압록강을 건널때 왜 독주가 필수인지 이해가 가네." 
 
"그렇지. 러시아에서 보드카를 마시는것도 같은 이유일거고." 
 

얼마전 마이크네 아버지께서 동네에서 생일잔치를 하다가 소음때문에 이웃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찾아왔다고 한다. 에리카말로는 소음이 엄청나게 커서 자기도 조마조마 했단다. 
 
"아파트살면서 자정에 거리낌없이 가라오케를 하는 네가 그런말을 할 정도면 엄청 시끄러웠나보다.ㅋㅋㅋ" 
 
"응 필리피노 기준에 시끄러운거면 정말 말 다한거지." 
 
"그래서 벌금 물었어?"
 
"아니, 처음 한번은 경고로 넘어가는데 만일 소음을 줄이지않고 계속 시끄러워서 신고가 두번째 접수되면 그때는 벌금이래. 그래서 경찰이 가자마자 스피커 다 뽑고 조용조용 놀았지뭐 ㅋㅋㅋ" 
 
"만일 벌금을 내야한다면 얼마정도야? 난 항상 궁금했어. 우리 윗집에 부부싸움이 장난아니거든;;"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안나는데, 초대받은 인원수에 따라 다르대. 예를 들며 만일 벌금이 60유로라고 치고, 거기에 초대받은 사람이 10명이라면 60유로를 인원수에 곱해서 600유로가 벌금이 되는거래. 그건 집 주인이 혼자 다 부담하는거고. 우리 아빠 생신때는 총 손님이 60명 정도였거든. 그 인원수만큼 벌금을 냈다면 어마어마했을거야." 
 
"아 ㅋㅋㅋ 60명이라니ㅋㅋ 난 또 이웃에서 야박하다고 생각했는데 시끄러울만 했네. 엄청났겠어!" 
 
마이크는 프랑스 태생이지만 그의 아버지는 필리핀 출신이시다. 역시 필리핀사람들은 파티에 진심이다. 그나저나 소음에 대한 벌금은 인원수를 곱한 금액이라는 사실은 또 새로이 알게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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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에 초대를 받았는데 해가 질때까지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저녁까지 해결한 셈이다. 

어두워졌을때 스테판이 테라스 여기저기에 램프와 초를 켜고 뜨거운 차를 리필해 주었다. 

와... 이거 치우려면 보통이 아니겠는데... 
 
치우는걸 돕겠다고 했지만 너그러운 백작부부(ㅋ)는 우리를 만류하며 신경쓰지말라고 했다. 
 
입구에서 헤어지는 인사도 길게길게 나누었다. 다음번엔 우리집에서 식사를 기약하고 또 그 다음에는 알마네 영주성에서 여름휴가를 꼭 보내기로 다짐하며...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역시 나는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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