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친구들과 파타야갔을때 들렀던 중국식당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게되었다.
특히 중국인 친구 에바와 함께가니 맛있는 음식을 고르거나 주문할때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한참 배부르고 만족스럽게 중국음식을 먹었다.
고향 음식을 먹으니 가족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에바가 중국에 계신 자기 아버지께 화상전화를 걸었다. 밥먹다말고 가요코와 나는 에바네 아버지께 인사를 드렸다. 우리 둘이 동시에 "니 하오 마~" 하고 외쳐서 아버지께서 껄껄 웃으셨다. 일흔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너무 젊고 유쾌하게 사시는 분이다. 간단한 일어와 한국어로 우리에게 인사를 친근하게 해 주셨다.
잠시후 출입문에 잘못 써진 한글이 내 눈에 띄었다.
"오잉, 여기 중국 식당인데 한글로 중국 호텔이라고 써져있네"
가요코가 한마디 거들었다.
"일본어로도 중국 호텔이라고 써져있네 호호"
에바가 바로 사장님을 불러서 우리가 한 말을 전해주었더니 인상좋으신 중국인 사장님 말씀이, 구글 번역기로 찾은거라고 어색하게 웃으셨다. 오래전부터 저렇게 있었는데 그간 한국인 손님이 거의 없었다고 ㅎㅎㅎ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표정이 안타까웠다.;;
사장님께서는 금방 종이와 볼펜을 가지고 오셔서 나와 가요코에게 한글과 일어로 제대로 된 단어를 써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나는 "중국 식당" 과 "중국 음식" 두가지로 써 드렸고 가요코도 나와 마찬가지로 두 단어를 일어로 쓴후 옆에 영어로 의미를 붙여 드렸다.
사장님께선 매우 좋아하셨고 에바는 여기 일부러 두번째 찾아온거라고도 말씀드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바로 그때 구석에 앉은 가요코가 작게 신음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가요코?"
"아.. 이거.. 이거... 으.... 다행히 큰건 아닌데... 으..."
테이블 아래 작은 바퀴벌레가 고개를 내밀었다가 숨었다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장님은 여전히 에바와 훈훈한 대화를 하는 중이라 가요코는 크게 반응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하필 이럴때;;
우리는 눈치는 보며 사장님께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저 분위기 어쩔거야... 하고 있었고 바퀴벌레가 기어코 테이블 위로 온전히 등장한 순간 가요코는 참았던 비명을 질렀다. ㅎㅎㅎ
아.. 이 민망한 상황...
사장님은 너무 당황하셔서 휴지를 말아쥐고 잡으려고 애쓰는데 바퀴벌레는 엄청 빠르게 요리조리 잘도 피한다. 결국 그렇게 바퀴벌레도 사장님도 소리없이 사라졌다..
우리는 모두 입맛이 사라져버려서 음료만 홀짝 거리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ㅋㅋㅋㅋ
"나.. 이제 여기 다시 올것 같지는 않아.."
"나두.."
"맛있었는데..."
"그래도 다음에 파타야 오면 여기 문에 글씨 고쳐졌는지만 지나는 길에 보고싶기는 해"
다시 웃음을 찾은 우리는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섰다.ㅎㅎ 사장님은 보이지않았다.
뭐... 태국 식당에서 바퀴벌레가 한두번이어야 말이지.. 이렇게 우리는 좋아하던 식당 한곳을 목록에서 지웠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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