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언니가 막내아들 친구들이랑 엄마들 저녁모임이 있다며 나영이를 저녁에 맡아달라고 했다.
우리 이쁜조카 나영이는 혼자서도 너무 잘노는 아이라 사실 나영이가 이모와 놀아준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영이랑 저녁도 먹고 재밌게 놀려면 어디가 좋을까 하고 고민하는데 언니가 만화까페에 가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유는.. 나영이가 거기 만두를 잘 먹는단다 ㅡㅡ;;
잠시후 학교에서 돌아온 나영이에게 내일 만화방에 가자고 했더니 나영이가 좋아하며 말했다.
"신난다~!! 이모 나 거기 만두 좋아해"
ㅡㅡ;; 어 들었어.
두시간에 성인 6천원, 아동은 5천원 거기에 음료 하나씩 포함
내부가 굉장히 깔끔하고 조용하다.
하도 조용해서 손님의 얼마 없는지 알았는데 알고보니 구석구석에 손님이 굉장히 많았다. 모두 만화책에 조용히 심취한 상태-
만화책.. 뭘보나.. 고민 고민..
도서 검색을 위한 컴퓨터도 있었는데 이건 나중에 봤다.
만화책 뿐 아니라 그냥 환타지/ 무협소설도 있다.
조그만 방들이 많았는데 나영이가 방을 세번이나 바꿨다;;
처음에는 파란색 1층으로 정해놨는데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주문한 아이스티를 가지고 오셨을때 나영이가 달려가더니 2층 방으로 알려드리더라 ㅎㅎ 그래 니가 좋다면.. 나.. 나도...
다른방에 있던 곰돌이랑 팬더인형을 두마리나 데려왔다.
일단 책먼저 고르자-
나는 강풀의 "무빙" 으로 골랐다. 총 5권 짜린데 2시간만에 3권밖에 못읽었다.
나영이는 로마그리스신화를 골랐는데 총 7권을 읽었다.
나는 방이 2층이라 오르내리기 귀찮아서 5권을 한번에 가져갔는데 나영이는 쉴세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책도 바꿔오고 티슈도 가져오고 담요도 가져오고 창밖에도 보고오고 ㅎㅎ 그래도 혼자서 조용히 어찌나 잘 노는지..
나영이가 갖다준 담요
"이모이모 담요가져왔어~ 근데 이거 프랑스국기같이 생겨서 내가 특별히 가져온거야"
펼쳐보니 미국 국기였다. 아무렴 어때 ㅎㅎ
잠시후 집중모드 몰입
배고파서 먹을거 시키려다가 집중한 모습을 보고는 저거 한권 마치고나서 주문해야지 다짐했다. 어떻게 집중한건데 ㅎㅎ
강풀 만화 참 오랫만이다.
하긴 만화책 자체가 오랫만이다.
학교다닐때 언니친구중에 만화책을 좋아하던 언니가 있었는데 비올때 그언니랑 만화책 잔뜩 빌려놓고 읽던 생각이 참 많이 났다.
아주 어렸을때는 동네 만화가게 하시던 이웃이 만화책을 수백권 주셔서 그걸 옥상에 정리해놓고는 몇날며칠동안 온가족이 읽었던 적도 있었다. 독서를 좋아하시던 아빠를 닮아 나와 우리언니도 이웃집마다 놀러가서 책을 많이 빌려서 읽곤했다.
어릴적 향수가 느껴져서 참 좋았다.
나영이랑 별다른 노력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것도 좋고 ㅎㅎ
나영이가 첫 한권을 마쳤을때 방을 기어내려가서 (?) 음식을 주문했다.
라면은 내꺼
나영이는 새우볶음밥이랑 그렇게나 좋아한다던 김치만두를 시켜줬다.
난 안먹는다는데ㅎㅎ 새우가 크다고 볶음밥을 한숟가락 내입에 밀어 넣더니 이내 마지막 만두라고 또 한번 굳이 내입으로 넣어준다.
자서방은 내가 라면을 먹는걸 안좋아해서 라면 사진빼고 사진을 여러장을 보내줬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조용하고 재미있겠다. 나도 거기 같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응 나두~ 근데 여기 다 한국어책뿐이야"
"책은 안볼거야. 그냥 거기서 너랑 나영이랑 있고싶은거지"
"한국오면 또 한번 오자 여기. 조용하고, 음식도 시켜먹을수 있어. 두시간이 후딱가네"
"내가 가면 만화까페말고 고양이까페 가자. 거기가 더 좋아"
"그래 둘다 가지뭐~ 원하시는대로~"
두시간 조금 넘겨서 추가 비용이 붙었고 음식이랑 다 해서 2만원 조금 넘게 나왔다.
두시간이 정말 눈깜짝할 사이 지나가버렸다. 너무 아늑해서 집에서 만화책 읽는 기분이랄까
구석구석 책꽂이 뒤쪽에도 숨은 공간들이 많았는데 커플들이 꽤 많았다. 정말 데이트장소로도 딱이구나~
나오는길에 나영이가 문구점에 들르자고 했다. 주머니에 용돈 천원이 있는데 동생한테 뭔가 사주고 싶단다. 오늘 같이 만화까페 못와서 불쌍하단다. 하는짓이 가끔 얄밉기도 한데 이런거 사주면 좋아서 웃는게 귀엽단다. 으구으구 착한거...
나중에 이모랑 또 놀아줘~ 만화방에 또 가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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