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일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여중 여고생들의 잔혹한 폭행사건들은 나역시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내가 학교다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이런게 씁쓸하게도 결코 새로운 얘기들은 아니라는거다. 아마 지금도 말못하고 혼자 앓고있는 숨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이 수만명은 될 것같다.
필리핀에 살때 한인교회에 다닌적이 있었는데 그곳에 어린 청년부 학생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중 몇몇은 한때 한국 학교에서 사고를 많이치던 심각한 문제아들이었다는데 부모님과 떨어져 필리핀으로 와서 홈스테이 가정에 머물며 현지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내가 봤을땐 그중 어느누구도 과거에 문제아였다고는 믿을수가 없을 만큼 모두 단정하고 밝고 착한 아이들이었다.
그아이들 말로는 필리핀에서 다니는 새학교에 친구들이 워낙 모범생들이라 욕설을 한다거나 불량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사람취급을 못받을 분위기란다. ㅎㅎ 주변 친구들 분위기에 따라 옷도 단정히 입고 매너를 저절로 익히게 된것이다.
새삼 주변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비슷한 예로 고등학교때 입에 욕을 달고다니던 친구가 대학에 진학하고부터는 욕을 전혀 안하게 된걸 본적이 있다. 수준높은(?)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면서부터 새로운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동화된 것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오랫만에 한국에 휴가와서 시내버스를 탔다가 한국 여중생들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코앞에서 실감하게 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진한 화장을 하고 짧게 줄인 교복치마를 타이트하게 입은 여중생 두명이 버스에 올라탔는데 동전을 아무렇게나 요금통에 던져넣고는 요란하게 욕섞인 대화를 하며 뒷자리로 갔고 일제히 승객들의 시선이 그 아이들에게 집중되었다.
기사아저씨가 이번에도 속을줄 아냐며 요금이 부족하다고 큰소리로 말했는데 그 아이들은 못들은척 자기네끼리 계속 떠들었다. 기사아저씨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다음번에는 절대 안봐준다고 큰소리치자 그 예쁜입들에서 귀를 의심하게 하는 상욕을 아저씨한테 막 퍼붓더라.. 둘이서 그 예쁜입으로 대화가 쉴세없이 이어졌는데 모든 문장마다 욕이다. 주변 승객들이 자기네를 주시하는걸 느낄텐데 오히려 그 시선을 즐기는게 아닐까도 싶었다. 버스 바닥에 침도 그냥 서슴없이 뱉더라.. ㅠ. ㅜ 좋아하는 오빠얘기를 할때도 욕은 여전하다. 그오빠는 얘네 이러는거 알까;;
그런애들이 친구들사이에서 영웅으로 대접받는 우리나라 학교 분위기가 정말 이만저만 소름끼치는게 아니다.
친구를 가려사귀는게 중요하지만 저런애들이 학창시절 인기를 차지하고 선망의 대상이 되고있는 한 그 영향이 차단되는 안전지대는 없을듯 하다. 시골학교도 예외는 아닌듯 하다.
내가 다니던 여중에서도 일대에 아주 유명한 일진친구가 같은반에 있었다. 하교길에 다른학교 학생을 이유없이 폭행하거나 협박으로 돈을 뺏는게 일상이었다. 친하게 노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사소한 오해로 폭행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화해한후 다른 친구를 폭행하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골때린 집단이었다. 몇번 피해자의 신고로 곤란에 빠지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재력때문인지 별다른 처벌은 받지않았다. 유명한 친언니의 조폭 남친때문에라도 피해자들이 오히려 두려워하며 신고를 꺼려했다.
그녀가 현재는 아주 찌질하게 살고있다는건 이미 동창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나이들어 사회생활을 시작할때 오래전 그녀에게 당했던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지인들이 발목을 잡을줄은 몰랐겠지. 워낙에 유명했던지라 어딜가나 알아보는 그 유명새가 지금은 족쇄가 돼 버렸던것이다.
지금 철없이 남을 괴롭히는 어린학생들이 꼭 이런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철없이 한 행동에 대한 댓가가 나이들어 얼마나 크게 돌아오는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서너다리만 건너도 아는사람이 나온다는 말이 무슨말인지 말이다.
더불어 사회에 만연한 몸쓸 서열잡기문화가.. 꼭 좀 사라졌으면.... (근데 수백년은 걸릴듯...)
뉴스를 볼때마다 미래 내 자식들은 절대 한국에서 학교를 보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분명해지는게 참 씁쓸하다..
꼭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가해자 부모들도 함께 뉘우치고 뒤늦게라도 제대로된 가정교육에 힘쓰기를...
피해자가족들이 웃게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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