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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꽃보다 먹는거

by 낭시댁 2020. 8. 13.

토요일 이른아침에 우리는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갔다. 

일요일은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기때문에 토요일에는 항상 붐빈다. 그나마 이른 아침에는 덜 붐비니까 우리는 항상 아침일찍 서둘러서 장을 보러 가곤 한다.

장을 볼때도 괜히 동선을 아끼기위해서 쏜살같이 필요한 물건만 쏙쏙 찾아서 이곳 저곳을 누비고는 금새 계산하고 나온다 ㅎㅎ

둘이서 계산하고 급한걸음으로 주차장으로 가는길에 너무도 예쁜 디저트들이 보여서 나지막하게 비명을 지르며 자서방의 손을 잡아끌었다.

 

 

자서방은 나를 따라서 가게 앞으로 오더니 말했다. 

"하나 사줄까?"

"아니아니, 먹고싶지는 않아. 그냥 예뻐서 본거지." 

예뻐서 그냥 잠깐 보기만 하려고 한거였다. 진심으로 내가 먹고싶은 모양은 아니었다. 그냥 과일위에 휘핑크림과 함께 알록달록 다양한 과일들로 치장된것이 너무 예쁘기만 했다. 먹음직? no no...

그래도 하나 사려고 하길래 내가 말했다. 

"차라리 케잌을 사자. 오후에 시부모님댁에 놀러갈거잖아. 하나 사가면 좋아하실 것 같아." 

 

 

자서방은 점원을 불러서 수박모양으로 하나를 구입했다.

으잉...?

"케잌을 사자니깐! 나 이거 먹기싫어."

그냥 말없이 계산을 하고 점원이 포장해 준 수박을 받아들고는 자서방이 웃으며 말했다. 

"먹기싫으면 먹지마. 그냥 예뻐서 사주는거야. 꽃을 사주고 싶지만 와이프는 먹는거 더 좋아하잖아."

아... 그렇긴 하지... 

 

 

옆으로 넘어질까봐 집에 오는길에는 차안에서 애물단지같이 고이 모시고 왔다. 

"다음에는 내가 싫다고하면 사지마 알았지?" 

"내가 주고싶어서 준거라니까? 솔직히 봐봐. 와이프 수박 좋아하지? 휘핑크림 좋아하지? 와이프가 좋아하는거 거기 다 들어있ㅈ." 

아 또 그건 그러네...

사주고싶어서 사줬다니까 더이상 말하면 안될것 같았다. 

 

 

말은 그렇게 해 놓고 집에 오자마자 숟가락이랑 포크를 들고 앉아서는 혼자 다 퍼먹었다.

"수박말고 멜론으로 사주지! 이건 씨가 있어서 불편하잖아." 

"언제는 안먹는다고 왜 샀냐더니..." 

내 말투까지 흉내내면서 웃는 자서방이다. 내 말투 흉내에 재미가 붙었던지 오후에 시댁에 갔을때도 자서방은 시부모님께 고대로 다 말씀드렸다. 내가 남김없이 다 퍼먹어서 놀랬다면서... 

남기면 돈아깝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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