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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바디로션인줄 알고 발랐는데

by 낭시댁 2020. 8. 7.

프랑스에 오고부터 공기가 너무도 건조해서 애를 먹고있다. 특히 손이 왜이리 쪼글쪼글거리는지...

코로나때문에 가뜩이나 손을 자주 씻다보니 핸드크림도 별 소용이 없다. 대신에 잘때 핸드크림을 바세린과 섞어서 듬뿍 바르고 자고 있다. 

문제는 바디로션...

리들에서 분명히 "Corps Lotion" 그러니까 바디로션이라고 써져있어서 의심없이 하나를 샀다. 다만 세가지 다른 색깔의 병이 있어서 그중에 향이 제일 좋을 것 같은 라벤더 향으로 골랐을 뿐이었다. 

계산할때도 직원에게 한번더 바디로션이 맞는지 어설픈 프랑스어로 물어보았고 그 직원은 살펴 보더니 짧게 영어로 "This is for hands."라고 대답해 주었다. 핸드크림 중에도 바디로션 겸용으로 사용하는 제품들이 있으니 나는 별 의심없이 구매를 했다. 

그리고 몸에 열심히 발랐다. 보통 코코넛오일과 섞어서 발랐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점점 팔다리에 피부가 하얗게 트는것이었다.

그래서 더 많이 발랐다. 그러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제 자서방에서 물어보았다. 이거... 바디로션 맞냐고...

그랬더니 자서방은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한눈에 알아봤는지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에게 되물었다. 

"그걸 몸에다 발랐어...?" 

"응 일주일." 

자서방은 웃기다고 깔깔 웃었다. 손씻는 비누란다... 액체형 비누... savon이 비누인지 몰랐냐고 묻는데 니가 안가르쳐줬자네... 언어가 다른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건 참 서러운거구나...

진심 허탈해서 뚱한 표정으로 부엌에다 갖다놓았다. 

뭐... 부엌에 비누가 필요하긴 했어... 잘됐어... 중얼중얼...

그리고 오늘 이른아침에 바게트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바디로션 구매에 재도전을 했다. 1주동안 극한가뭄으로 고통받은 내 피부를 달래줘야만 했다.

익숙한 브랜드에 우유크림이라고 써져있길래 이거는 맞겠다싶었다. 그래도 모르니까 바로 옆에 있던 여성께 여쭤보았다. 우리 시어머니 연세쯤 돼 보이시는 분이셨는데 처음에는 내 어설픈 프랑스어에 당황하시는것 같았는데 나중에는 간단한 프랑스어 단어로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몸, 로션! 맞아요! 샤워는 아니고요"

"샤워끝나고 맞죠?"

"네 샤워 끝나고!" 

그분은 몸에 바르는 시늉까지 보여주셨다. 

나중에 계산할때도 그분은 내 바로 앞에 서 계셨는데 점원이 나에게 카드로 계산할거냐고 물어보았을때 그분은 내가 못알아들었을까봐 한번더 나에게 전달해 주었다. 

"카드로 계산하는거 맞나요?" 

오... 엄청 친절하셨다...

그리고 그분은 알고보니 우리 아파트에 사시는 이웃이셨고 심지어 우리집 위층 (바로 위는 아니고...)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셨다. 같이 들어오는걸 보시고 매우 반가워하셨는데 표정으로만 반가워하셨다. 어차피 내가 못알아들을걸 아시니까 ㅎㅎ  

 

 

잠시후 시어머니께서 꽃을 주러 우리집에 잠깐 들르셨을때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로션인줄알고 비누를 몸에 바르고 살았다는 이야기와 친절한 이웃 이야기까지. 

역시 우리 시어머니도 엄청 웃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모든 프랑스인들이 친절하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 동네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는건 믿어도 된단다. 그리고 이제 비누는 몸에 그만 바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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