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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마실 걸 챙겨서 며느리네 오시는 시어머니

by 낭시댁 2020. 8. 26.

아침에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샐러드 아직 남았니? 아침에 미셸이 농장에서 사온 신선한 게 있는데 좀 갖다줄까? 뒀다가 주말까지 먹으면 되겠구나.”

“네 감사합니다!”

“지금 갖다주마.”

10분도 안돼서 아파트 현관 벨이 울렸고 내가 마중을 나갔더니 시어머니께서 커다란 박스를 낑낑거리시며 들고 계셨다. 얼른 달려가서 받아들고 집으로 들어 왔는데 그건 바로 다음주에 우리 식구가 될 우리 고양이 무스카델을 위한 사료라고 하셨다.

"가지러 내려오라고 하지그러셨어요, 무거운데..." 

 

 

마치 손녀처럼 무스카델을 챙기신다. 어서빨리 진짜 손녀를 안겨드려야 하는데... 간절히 원하시면서도 우리에게 부담될까봐 그 얘기는 잘 꺼내지 않으신다.



“차나 커피 드릴까요?”

내말에 시어머니께서는 메고 계시던 작은 핸드백을 탁탁 두드리며 말씀 하셨다.

“우리가 마실거 내가 여기 가져왔단다.”

핸드백에서 작은 캔 콜라 두개를 꺼내셨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오셨는지 아직도 차가웠다.

 

 

나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저두 콜라 있는데요~ 그때 큰거 두병이나 사주셨잖아요.”

“그건 너 마셔야지. 일부러 이 작은 사이즈 캔 콜라를 집에 많이 사놨단다. 그거 어차피 다 네꺼라서 가져온거야.”

시댁에 크리스마스때 사두셨다는 작은 사이즈의 캔 콜라들이 있었는데 시어머니께서는 무설탕과 무카페인 콜라만 드시기때문에 아무도 안 마시던 이 콜라를 내가 하나씩 먹게 되었는데 시부모님께서는 내가 콜라를 좋아한다고 오해를 하신것 같다. 이제는 무설탕으로 사다주신다.

전에 시어머니께서 우리집에 오셨을때는 내가 차를 끓이려고 했더니 괜찮다며 설거지통에 있던 컵을 직접 헹궈서 수돗물을 한잔 드셨다. 우리집에 오셔도 오래 계시지도 않는데 제대로 대접조차 못하게 하신다.


시어머니께서 마트에 가야한다며 떠나시고 약 30분쯤 지났을까? 메세지를 보내셨다.

“미셸이 너희집에 있는 드릴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깜빡 했구나. 지금 다시 가야겠다.”

잠시후 창밖으로 시어머니의 차가 들어오는걸 보고 나는 드릴을 들고 내려갔다. 시어머니의 차 트렁크를 보니 그 사이 벌써 슈퍼를 다녀오셨는지 장본 물건들이 보였다.

“대파가 있네요? 저런 대파는 잘 안팔던데...”

나도모르게 대파를 빤히 바라봤더니 시어머니께서는 그걸 꺼내서 나에게 주셨다. 

“그리고 이것도 좀 보렴. 질좋은 고양이 모래야. 세일중인데 몇개 안남았더구나. 8리터에 5유로도 안해... "

"저도 가서 하나 사야겠어요."

"늦게가면 남는게 없을거야. 무거워서 너는 못들고 올테니 이건 너 주고 내가 다시 가서 사는게 낫겠다.”

쿨하게 모래상자도 꺼내주셨다. 그리고도 부족하셨는지 장바구니를 열어서 다른거 또 줄게 없는지 살피셨다. 나도모르게 같이 장바구니속을 살피다가 스스로가 뻔뻔하게 느껴져서 흠칫했다. 

“이거면 충분해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집에서 쇼핑했네요.ㅎㅎㅎ”

 

 


서둘러 차를 돌려서 나가시던 시어머니. 10분만에 사진을 보내오셨다.



 

 

와우... 싹쓸이...

다음에 대형마트에 가면 무설탕 무카페인 콜라를 좀 사다 쟁여놔야겠다. 이렇게 아낌없이 다 주시는데 며느리네 오실때 적어도 마실건 안가져오시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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