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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에 혼자 놀러가는 며느리

by 낭시댁 2020. 8. 23.

오전에 시어머니께서 브리더에게서 받았다며 우리 고양이 (다음 주말에 데리러 간다!) 무스카델의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내주셨다. 그렇게 메세지로 대화를 하다가 시어머니께서 오늘 점심을 먹으러 오지 않겠냐고 하셨다. 마침 점심때 뭘 해 먹을지 고민하고 있던 참이라 오후 한시까지 가겠다고 말씀 드렸다. 

시댁에 도착했을때 시어머니께서는 점심 준비를 하고 계셨는데 나를 보자마자 본인의 안경을 혹시 못봤는지 물어보셨다. 저 방금 왔는데용... 

혹시나 싶어서 2층 세면대에 가 보았는데 정말 거기서 시어머니의 안경을 찾았다!! 

시어머니께서는 본인의 안경이나 휴대폰을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리시고는 자주 물어보곤 하셨고 내가 찾아드리곤 했는데 아직도 내가 시댁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점심때 먹으려고 정원에서 따온 토마토들을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계셨는데 방울토마토도 굵고 그냥 토마토도 어마어마하게 컸다. 농약 안쓰고도 이렇게 풍작이다. 껍질을 벗긴 토마토는 식사때 올리브유와 소금을 살짝 뿌려서 먹는데 맛있다. 

 

 

 

 

시아버지께서는 무스카델을 환영하기위해 낡은 캣타워의 수리를 마치고 계셨다. 시어머니께서는 무스카델을 위한 밥그릇 물그릇도 함께 주겠다고 하셨다. 내가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자 시어머니께서는 말씀하셨다. 니꺼 아니라고 ㅋㅋㅋ 네~ 무스카델을 대신해서 인사드리는거에요~~~

 

 

 

 

내가 자주 시댁에 놀러 올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들-

바로 모웬과 이스탄불이다. 무스카델이 와도 너네는 변함없이 사랑할거시야...

브리더는 모웬이 무스카델을 보면 서로 알아볼거라고 했다. 설마 ㅋㅋㅋ 모웬은 처음 보는 사람도 원래 알던 사이처럼 반기는데 우리가 무슨수로 알아보는지 구분을 한단 말인가...

 

 

 

 

하품하는 이스탄불- 소리지르는거 아님...

 

 

 

 

우리가 테라스에서 식사하는 동안 냥이들은 이러고 계단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부르면 하나씩 왔다간다 ㅎㅎㅎ 

 

 

 

 

시어머니께서 식사전 곡물 가득한 빵을 꺼내서 얇게 자르시는데 내가 말했다. 

"새들이 참 좋아하겠어요" 

시어머니께서 눈을 부릅뜨시며 이게 얼마나 맛있는건지 아냐고 하셨다 ㅎㅎㅎ 그리고는 또 말씀하셨다. 

"그래... 뭐 새들도 좋아하겠지..." 

 

 

 

 

정원산(?) 토마토, 쿠스쿠스, (농장에서 사오신) 마르게즈 소세지 그리고 닭고기 조금... 잠시후 시어머니께서 오븐에서 따끈따끈한 가지 요리도 꺼내오셨다. 머핀틀에다 가지를 깔고 가운데 모짜렐라치즈를 넣고 맨 위에 토마토 소스를 얹은 요리였다. 아주 맛있었는데 먹느라 그건 사진으로 못찍었다.  

 

 

 

 

식사 후에는 어제 샀다고 하시며 미라벨 한상자를 꺼내오셨다. 3킬로에 7유로를 주고 사셨는데 너무 품질이 좋다고 하셨다. 미라벨 잼과 조림을 이미 잔뜩 만들었기 때문에 이건 그냥 과일로 드실거라며 나에게도 한봉지 듬뿍 덜어주셨다. 잘익은 미라벨은 이렇게 빨간색이 드는데 이때가 달고 맛있다고...

 

 

 

 

상자도 너무 예쁘다. 

 

 

 

 

배가 너무 불렀는데, 식사후에 시어머니께서 미라벨 조림을 가져오셔서 맛보라고 하셔서 조금만 덜어 먹었다. 

잼이랑 조림을 몇병 담아주신다며 지하실로 내려가시길래 하나씩만 주시라고 말씀드렸다. 자서방도 안먹고 나 혼자 먹는데 일단 하나씩 먹고 다먹으면 나중에 또 달라고 했다. 

 

 

 

 

시어머니께서 세일한다고 샀는데 작아서 못입는다며 새 셔츠를 두벌 주셨다. 바로 하나씩 입어보고 나와서 시부모님앞에서 한바퀴를 돌았다. 시아버지께 예쁘다는 소리를 두번 들었다. (물론 내가 두번 물어봤기때문에...) 시어머니께서는 나에게 꼭 맞는걸 보시고는 "그렇게 작은걸 나한테 맞을거라고 생각했다니..." 하며 고개를 흔드셨다. 덕분에 나는 셔츠 두벌 득템!

비가 올것 같아서 이것저것 주시는걸 챙겨서 서둘러 집에 돌아왔는데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보내셨다.

"너 베이컨이랑 토마토를 잊고 안가져갔구나."

"앗 잊어버렸어요. 내일 가지러 갈게요."

퇴근해 온 자서방에게 시댁에서 찍은 고양이들 사진도 보여주고 시댁 업데이트(?)를 전해 주었다. 출근하느라 자주 못가는데 내가 시부모님과 편하게 잘 지내서 좋아하는것 같다. 가끔 누가 친자식인지 헷갈릴 정도지만 말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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