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이런 뻔뻔한 며느리

아침에 시어머니께서 그헝프레에 야채와 과일을 사러 가신다며 같이 가자고 메세지를 보내셨다. 

오늘은 필요한게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몇시간 후에 다시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이것저것 많이 산게 있어서 나눠주고 싶은데 이따가 너희 집에 들르마."

"힘드신데 제가 가지러 갈게요. 감사합니다!" 

시댁에 가서 주시는것만 챙겨서 바로 나오면 서운하실것 같아서 냉장고에서 콜라를 한잔 직접 따라 마시며 시어머니와 테라스에 가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토마토 소스를 만들려고 했는데 토마토가 별로 좋지 않아서 안샀단다. 미셸더러 다음주에 농장에 가서 많이 사오라고 시킬거야. 그러면 우리 같이 토마토 소스를 만들자꾸나. 그 전까지는 내가 준 토마토 소스가 부족하면 말하거라. 지하실에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

솔직히 시어머니께서 주신 토마토 소스가 우리집에도 넘쳐나는 중인데 또 만드신다고 하신다. 우리집 토마토 소스 두껑에는 2015라고 써진것도 있다. ㅎㅎ 그래도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좋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새로 받은 써머믹스 요리책자를 내 앞에서 펼치셨다. 그리고는 한장한장 넘기며 내 표정을 살피셨다. ㅎㅎㅎ 그중에 내가 흥미로워하는 음식이 있는지 보시나보다. 진심 흥미로운게 없어서 민망했는데 미니 슈크림을 보는순간 아아- 하고 신음을 해 버렸다. 그걸보고 반가워하시던 시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나중에 이걸 같이 만들자꾸나. 어떠니?"

 

 

 

 

"음... 어려워 보이는데요?"

"아니야. 어렵지 않아. 나만 믿거라." 

나는 슈크림을 너무 좋아하니까 이건 배워두면 너무 좋을것 같다. 만들고 나면 아마 시아버지께서 3할 그리고 내가 6할쯤 먹을것 같다. 아마 그럴것이다...

 

정원에는 여러가지 과일들이 싱싱하게 익어가고있었다. 포도, 레몬, 토마토, 무화과 그리고 미라벨- 

 

 

무궁화도 활짝~!!

 

이게 레몬이란다. 케비아레몬이라던가...? 껍질이 단단하고 신기하게 생겼다.

이 토마토들도 그대로 봉지에 모두 담아주셨다. 

 

"드디어 올해는 제가 미라벨을 직접 따먹을수 있겠네요! 항상 시기가 안맞아서 못봤는데요."

"그래그래. 익으면 그걸로 같이 타르트를 만들자꾸나." 

"그냥 생걸로 먹으면 안돼요? 저기 포도랑 무화과도 제가 다 먹을것 같아요." 

"걱정마라- 타르트도 만들고 생으로도 먹고 이웃도 나눠주고 해도 충분히 많단다." 

"포도로는 와인을 담으실건가요? 못하시는게 없으시잖아요." 

"그래 와인을 같이 담자꾸나!" 

와인은 진심이신지는 아직 모르겠다. ㅎㅎ

 

떠나올때는 또 바리바리 싸주셨다. 장바구니로 쓰시는 애코백이 이렇게 자꾸 우리집에 쌓여만 가는데 다시 돌려드려도 뭔가를 또 싸오느라고 항상 우리집으로 에코백이 자꾸자꾸 쌓인다. ㅎㅎ

 

 

내가 시댁에 있을때 시아버지께서 식사후 고르곤졸라 치즈를 드시려고 하면 시어머니께서 그건 요용 (내 닉네임) 주려고 산거니까 다른거 먹으라며 타박을 하곤하셨고 그러면 시아버지는 내 앞으로 그 치즈를 밀어주셨다. 이번에 새로 사오셨다고 하시며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반을 뚝 잘라서 싸 주셨다. 나머지 반은 시아버지꺼라고 하셨다.ㅎ

마가린은 내가 키쉬도우를 만든걸 보시곤 칭찬해 주시더니 다음번에는 버터대신에 마가린을 사용하면 더 쉽다며 주신것이다. 

샐러드는 씻어서 싸주신거라 바로 먹을수 있다. 꽃과 함께 샐러드도 항상 챙겨주셔서 내돈주고 사먹을 일이 거의 없는 품목중 하나이다. 

 

 

그리고 소고기는 그헝프레 정육코너 총각이 너무 친절해서 자꾸만 사게 되신다며 ㅎㅎㅎ 바로 수비드로 요리할 수 있게 진공포장까지 해 주셨다. 

 

 

이렇게 자꾸자꾸 챙겨주시니 내가 마트를 안가고 자꾸 시댁으로 가게 되는것이다... 실제 가득찬 에코백을 어깨에 매고 시댁을 나올때마다 시아버지께 쇼핑하고 간다며 인사를 하곤한다.ㅎㅎㅎ 

"쇼핑했어요! 여기가 저한테는 슈퍼마켓이고 정육점이고 농장이네요 하하"  

내가 생각해도 뻔뻔한 며느리ㅋㅋㅋ 그래도 우리 시부모님은 그말이 맞다고 하시며 같이 웃어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