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새들이 외면하는 시어머니표 새밥

by 낭시댁 2020. 8. 16.

시부모님께서는 항상 새들을 위해 정원에 해바라기씨앗도 두세곳에 가득 채워두시고 테라스 앞에는 새밥도 걸어두신다.
저 새밥은 코코넛 껍질에 담겨있는데 시장에서 사와서 새로 걸어두는 날이면 온종일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드는데 특히 아침이 제일 붐빈다.

한통이면 한 열흘정도 먹는것 같다. 아침마다 아침 식사를 하며 날아드는 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테라스에서 바로 곁에 둘러앉아 점심 식사를 할때도 새들은 겁없이 날아들어서 밥을 먹고 간다. 그러면 이스탄불은 그걸 구경하느라 혼이 빠진다.ㅎㅎ

그러다 한 2주쯤 전에 시어머니께서 새들을 위해 직접 만드셨다며 코코넛그릇에 넘치게 담아서 야심차게 테라스 앞에 있는 나무에 얹어놓으셨다.


“이건 더 건강하게 만들었단다. 많이많이 먹거라~!!”


새들에게 애정을 담아 집밥(?) 영업개시를 알리셨다. 시장에서 파는 새밥을 제법 흉내를 내셨는데 잘 굳어지지는 않아서 매달아두지는 못하고 고이 얹어놓으셨다.

그런데! 어제 봤더니 그 모양 그대로였다.

“저거 그때 그거예요? 아니면 새로 만드신건가요?”

“호호 그때 그거야. 아무도 안먹었어. 다들 해바라기씨앗만 먹고... 버려야되는데...”

못버리고 미련이 남으셨나보다. 2주간 손님이 없었으면 저거는 실패인것 같아요 어머니~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말했다.

“새들이 맨날 맛있는것만 먹어서 버릇이 나쁘게 들었네요!”

울언니 말마따나 새들은 묵은쌀을 줘도 잘 먹는데... 뭔가 저기에 새들이 싫어하는걸 넣으신것 같다. 갑자기 새들에게 자서방 얼굴이 오버랩된다. 시어머니께서 아무리 치즈 안넣었다고 해도 치즈 냄새나는것 같다고 손도 안대던 그 음식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 시어머니 음식은 다 맛있는데 안타깝게도 새들은 인정해 주지 않는구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