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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어머니의 실험적인 요리들

by 낭시댁 2020. 8. 5.

시어머니께서 토마토와 주키니에 고기를 채워서 구운 요리를 하셨다고 점심때 먹으러 오라고 하셨다. 시댁이 가까우니 분가를 해도 한것 같지가 않은게 최소 이틀에 한번은 시어머니를 만나고 있는것 같다.  

시댁 테라스에서 시부모님과 셋이서 점심식사를 했다. 

 

 

시어머니께서는 식사 전에 주키니 속을 어떻게 팠는지 도구를 이용해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셨다.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서 요리를 하고 그걸 나에게 보여주시는게 아무래도 큰 즐거움이신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파낸 속은 고기에 다져넣기도 하고 오븐에 같이 넣어서 구우신다. 그리고 이 요리를 하면 고기와 야채에서 국물이 많이 생기는데 그 물은 따로 뒀다가 다른 요리에 요긴해서 사용하신다. 

 

 

 

얼마전에는 시어머니께서 가지 밥말이를 만들어 주셨는데 굉장히 맛있었다. 

마침 리조또쌀이 남아서 뭘 할까 고민을 하시다가 창작하신 요리라고 하셨다. 

 

 

가지를 슬라이스해서 오븐에 굽고

리조또밥에 양념을해서 그 사이에 모짜렐라 치즈 조각을 넣고 구운 가지에 말아서 용기에 채운 후 그 위에 토마토 소스와 모짜렐라 치즈를 한번 더 뿌리고 오븐에 구우셨다.  

 

 

고소하고 진한 치즈와 토마토 소스가 가지와 밥과 너무 잘 어우러졌다. 진심 자서방이 이런걸 못먹어서 미안할 맛이었다.  

밥 사이에도 큰 치즈조각이 숨어 있다. (울언니는 이걸 보고서 김치볶음밥으로 응용해봐야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엄청 맛있을것 같다.)

 

 

식사를 모두 마친 후 시어머니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냉장고에서 디저트를 3개 내 오셨다. 

"이건 내가 처음으로 시도한 디저트란다. 복숭아 조림인데 그 위에는 살구와 타피오카 펄이란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시부모님은 먼저 첫 술을 뜨셨다. 

시아버지는 아무말씀 안하셨고

시어머니께서 맛에 대한 평가를 나직한 목소리로 하셨다.

"좀 이상한데... 맛은 괜찮네... 좀 이상하지만..." 

그말을 듣고 나는 깔깔 웃어버렸다. 

이쯤되면 시아버지께서 아니라고 맛있다고 하실 법도 하신데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계신것 같았다. 

그럼 나도 먹어볼까-

스푼을 찔러넣었는데 안들어갔다. ㅋㅋㅋㅋㅋ 타피오카가 인절미처럼 굳어서 아래 복숭아조림까지 못먹게 막고 있었다. 이래서 시아버지께서 숨소리가 거칠어지셨구나... 이걸 숟가락으로 뜯느라고 애쓰고 계신거였다. 

나는 과감하게 타피오카떡을 요리조리 들춰서 아래 복숭아조림을 먼저 퍼먹고 나중에 떡(?)을 먹었다. 맛도 인절미와 매우 흡사했다. 결론은 맛있었다. 좀 먹는게 이상해서 그렇지...

"이거... 처음 하신거라구요...?"

시어머니께서는 맞다고 대답하시면서 프흐흐 하고 웃으셨고 나도 웃었다. 그리고 부엌에서 타피오카 가루를 가져와서 보여주셨다. 가루라고 하기에는 알갱이가 큰 모습이었다. 

"이걸로 이제 뭐 하실거예요?" 

내 표정은 진지했는데 시어머니는 계속 웃으셨다. 난생처음으로 사서 만들어 본거라고 하시며 좀더 연구를 해 보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요리하다가 남은 고기+야채수로는 밥을 하셨다. 

 

 

 

"정말 실험적이시네요." 

"응 이건 전에도 해 본적이 있어. 너희가 밥솥을 사주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밥할때 다양하게 넣어서 시도를 해 보고 있단다. 대체로 나쁘지 않아.

일전에 시어머니 요리를 지켜보다가 너무 실험적이라서 놀란적이 있었다.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먹음직스럽게 구우시다가 갑자기 그 위에 생크림을 얹으신것이다. 

 

 

먹음직스러운 냄새에서 시큼한 냄새로 바뀌었을때 난 속으로 탄식을 했다. 이건 아니지요... 하면서...

그래도 막상 먹을때는 생크림맛이 거의 다 날아가고 뭔가 담백한 느낌만 남아서 결론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이외에도 실험적인 요리를 시도하시다가 낭패를 보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시어머니께서는 당당하게 말씀하셨다. 이러면서 배우는거라고...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걸 배우시는거라고...

정말 다양한 시도가 있었기에 시어머니의 맛있는 요리들이 탄생했나보다.

나는 그저 옆에서 계속 맞장구 열심히 치면서 맛있는걸 많이 얻어먹어야지... 

"역시 최고십니다! 그랜드마스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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