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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에 갈때와 올때의 마음이 다르다.

by 낭시댁 2020. 7. 26.

토요일이라 자서방과 집에서 온종일 영화를 보고 있었다. 

미드 빅뱅이론을 너무 좋아해서 이미 세번째 다시보기를 하는 중인데 문득 거기서 항상 얘기하는 영화 스타워즈가 궁금해져서 첫에피소드부터 몰아보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오후 4시쯤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사실 2시쯤에 보내셨는데 우리가 영화를 보느라 한참 뒤에 확인한 것이다. 

'미트파이 사다놨는데 가지러 올래?'

미트파이 엄청 좋아하는 자서방은 다른 용건이었다면 귀찮아서 거절을 했을텐데 이미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둘이서 미트파이를 가지러 시댁으로 걸어 가는길에 자서방이 말했다.

"우리 거기 가면 바로 돌아오기 힘들지도 몰라. 엄마는 항상 더 있다 가라고 하시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가자마자 뭔가 일이 있어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게 좋을것 같아." 

확실히 갈때마다 오래 머물다 오게 되지... 그러다 식사까지 하고 오게 될 수도...

"아 우리 빵 굽는중이라고 하자. 한시간 안에는 돌아가야 한다고 내가 말할게." 

좀 치사한것 같아도 좋은 생각인것 같았다. 그렇지만 남편의 부모님이니 나는 동조도 반대도 하지않고 알아서 하라는 뜻으로 대충 웃고말았다. 


시댁에 가자마자 나는 인사 후에 고양이들이랑 노느라 정원으로 갔고, 자서방은 시부모님과 떠드느라 빵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정원 텃밭에서 빨간 방울 토마토가 몇개 보이길래 익은걸 죄다 따서 씻었다. 하나씩 다같이 먹자고 일일이 손을 내밀었지만 시아버지만 하나 드시고 나머지는 나 혼자 다 먹었다.

 

 

곧 시어머니께서 지하실에서 맥주를 가져오셨다. (우리 시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스페인 맥주-) 

아무생각없이 한병 따서 입에 대고 있었더니, 집에 돌아가려고 일어서던 자서방이 다시 내 옆에 와서 앉았다.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는 딱 한시간 정도 알차게 머물다가 돌아왔다. 

맥주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고양이들이랑도 재미지게 놀았다.

올때는 미트파이뿐 아니라 이것저것 또 챙겨주셔서 둘다 한가득 짐을 들고 돌아왔다. 

괜히 쓸대없는 걱정을 했던 나는 속으로 부끄러워졌다. 

 

 

시어머니께서 마침 오븐으로 야채들을 갓 구워내셨는데 그걸 덜어주셔서 같이 먹었다. 전날 먹다 남은 수비드 스테이크도 한조각씩 곁들이니 아주 풍성한 저녁이 되었다. 

 

 

다시 티비 앞에 앉아서 스타워즈를 보면서 먹었다. ㅋㅋㅋ 

변함없이 와인도 한 잔에 가득 부어서 나눠 마시면서 말이다. 

미트파이는 정말 맛있었다. 

내 입맛도 서서히 변하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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